與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입장 번복 비판…"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당 내 우려도
  • ▲ 17일 오전 당 비상대책회의 참석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종현 기자
    ▲ 17일 오전 당 비상대책회의 참석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종현 기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더불어민주당의 기업 규제강화 법안에 대한 입장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김종인 위원장이 이 법안에 찬성한다고 했다가, 이에 한 발 뺀 입장을 다시 내놨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의 독선적 리더십에 장 의원이 견제구를 던진다는 시각부터, 당내 비판적 의견이 장 의원을 통해 표출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장제원, 연일 김종인 견제구

    장제원 의원은 1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김종인 위원장의 입장을 두고 "또 다시 오락가락 하는 것인가"라고 저격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여당의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찬성 입장을 말했다가, 곧바로 김 위원측 관계자가 나서서 '원론적 수준에서 밝힌 것'이라며 진화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들 법안은 대주주 견제 기능 강화 등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입장을 취한 김 위원장을 향해 장 의원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더 이상 오락가락한다면 허장성세(虛張聲勢)'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도 했다.

    장 의원은 또 "국민의힘이 경제민주화를 정강, 정책의 핵심가치로 명시한 이상, 경제권력에 맞서 재벌 개혁과 아울러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만드는 일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당의 주류적인 입장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또 다시 정강, 정책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을 향한 장 의원의 저격은 최근 잦아지는 모양새다. 장 의원은 앞서 '국민은 한 번 정부 돈에 맛을 들이면 거기서 떨어져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을 공개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10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주최한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당·정·청의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을 두고 이처럼 말했었다. 

    이틀 뒤,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의 발언을) 이틀동안 생각해봤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너무나 충격적이다"면서 "국민이 기생충인가"라고 되물었다. "국민을 섬김의 대상이 아닌, 훈육(訓育)의 대상으로 보는 지극히 권위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말"이라고도 했다.

    안철수 연대론 두고도 다른 분위기… "김종인의 독선적 리더십 견제" 

    이런 분위기는 내년 재보궐 선거 문제와 관련해서도 감지됐다. 장 의원이 대표의원으로 있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은 오는 2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초청 강연을 진행한다. 장 의원은 이를 4일 소개하면서 "안 대표는 누가뭐래도 대한민국의 유력 대권후보이다, 특히 야권에서 안철수 대표를 빼고 정권교체를 논하기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이는 전날 김 위원장의 발언과 온도차가 있는 발언이었다. 김 위원장은 3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당 밖에 계신 분들이 우리 당에 관심가지면 당에 흡수돼서 결국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선거·2022년 대통령선거 후보로 뛰고 싶다면 당내로 들어오라는 취지로 말했다. 당대당 통합은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을 겨냥하는 듯한 장 의원 행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김 위원장의 독선적 리더십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시각부터, 장 의원의 '마이웨이식' 정치라는 이야기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은 당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며 "장 의원 행보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자기 세를 확대하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존재감을 부각하는 동시에 당 지도부 경선이나 부산시장 출마 등 향후 행보를 생각하면 자기 세력화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내 비판적인 이야기가 장 의원을 통해 나온 것"이라고 봤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 위원장이 당 이름, 로고, 정강·정책 등 모든 것들을 제대로 된 의견 수렴 과정도 겪지 않고 바꿨다"며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김 위원장이 자신의 대선행보를 위해 당을 악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고 장 의원도 이 차원에서 김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해 저격한 것이라고 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