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약계 '첩약급여 대안 제시 위한 기자회견'… 의약계·정부·한의계 공동 공청회 제안
  • ▲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국제위원장, 좌석훈 대한약사회 부회장,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등이 17일 오전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첩약급여 논란 대안 제시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국제위원장, 좌석훈 대한약사회 부회장,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등이 17일 오전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첩약급여 논란 대안 제시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정부가 다음달부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의사·약사·병원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범의약계가 사업에 따른 안전성과 유효성을 앞세워 개선방안을 요구하고,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정부의 4대 의료정책 중 하나인 첩약 급여화 사업은 한의원에서 처방받는 한약을 건강보험을 통해 급여화하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시범사업은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등 3개 질환을 대상으로 한다. 

    시범사업은 10월부터 진행될 예정이지만, 정부는 아직 시범사업 방안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 안전 위해 안전성·경제성·효과성 평가해야"


    '첩약과학화촉구범의약계비상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17일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회관에서 '첩약 급여 논란 대안 제시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첩약 급여 시범사업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사업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과학적 근거 기반하에 시범사업에 필요한 개선방안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범대위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의학회·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대한약사회·대한약학회 등 7개의 의약계 대표 전문가단체로 구성됐다. 

    범대위는 "국민 안전을 위해 첩약 안전성·경제성·효과성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며 "첩약에 대한 평가방법과 기준을 마련하고 첩약 복용에 따른 이상반응 기준과 약효 독성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의임상표준진료지침(CPG) 보완 △탕전기관과 조제기관 시설·공정 표준화 △한약재 이력관리 바코드시스템 도입 등 시범사업을 위한 최소 충족 기준을 제시했다.

    좌석훈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정부는 한약재의 안전성 관리가 잘된다고 말했지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첩약 급여 시범사업을 결정한 이후에도 28개 한약재가 기준 위반으로 회수·폐기 명령을 받았다"며 "회수 사유의 90%가 가짜약, 잔류농약, 중금속 검출 등 위해성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좌 부회장은 "문제가 많은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국가재정을 낭비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규정은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안이 만들어져야 시범사업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현대의학과 다른 잣대로 특혜를 받거나 완화된 기준으로 급여화 과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과학적 관점을 통해 약업계에서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이 돼야 한다. 첩약이 충분한 검증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고 발전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의·정 갈등 불씨 여전한데… "사업 강행 의도 뭔가"


    여전히 우한코로나(코로나19) 확산 위험과 의료계의 파업 여진이 남은 상황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하려는 정부의 의도에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국제위원장은 "복지부가 관련 단체에 이번주까지 첩약 급여 시범사업에 따른 의견을 제출할 것을 통보했다"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는 명분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의사 파업의 후유증이 정리되지 않은 틈새를 이용해 매우 신속하게 진도를 나가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의약계의 모든 단체가 반대하는데 정부가 이렇게 사업을 강행하려는 이유가 뭐냐"며 "정부에서 어떠한 의도인지 공식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한의계, 시민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범대위는 9월4일 의·정 합의에 따라 첩약 급여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범대위는 "의정합의문에는 의료계가 문제제기하는 첩약 급여화와 관련, 협의체 구성을 통해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약속 이행 없이 10월 시범사업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것은 합의안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의료계와 합의를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