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회부된 양현석 원정도박 사건… '상습성' 여부가 쟁점재판부, 방대한 증거자료에 의문 제기… '적용 법조' 변경한 檢 추궁
  • ▲ 해외에서 수억원대 원정도박을 한 혐의를 받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해외에서 수억원대 원정도박을 한 혐의를 받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지인들과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억대 원정도박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52·사진)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자칫 '상습도박'으로 처벌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열려 주목된다.

    당초 약식기소된 양 전 대표를 정식 재판에 회부한 서울서부지법 재판부(형사9단독)는 공판 첫날부터 검찰을 상대로 '상습도박'에서 '단순도박'으로 적용 법조를 변경해 기소한 배경이 뭔지를 따져물었다.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증거자료가 있는데, 이들이 '단순도박'으로 기소된 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이는 재판부가 벌금형으로 끝날 뻔한 이 사건을 굳이 정식 재판에 부친 이유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은 양 전 대표의 도박 행위를 상습적으로 볼 것이냐 말 것이냐는 가리는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치는 단순도박과는 달리, 상습도박죄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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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양 전 대표와 김우진·이재욱 YGX 공동대표는 2016년 7월부터 2019년 1월 사이 7번 출국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호텔 카지노에서 총 24회에 걸쳐 33만5460달러(한화 3억9852만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함께 기소된 양 전 대표의 지인 금모(사업가) 씨는 2016년 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총 15회에 걸쳐 2억여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박 규모를 떠나 횟수만 놓고 보면 피고인들이 도박을 반복해서 거듭하는 '습벽'을 지녔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재판부도 이 같은 도박 횟수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특히 박수현 부장판사는 단순도박으로 기소된 사건의 검찰 측 증거자료와 수사기록이 수천 페이지에 달한다며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박 판사는 당초 상습도박으로 송치된 양 전 대표 등을 검찰이 단순도박으로 기소한 연유를 캐물으며 "이들에게 상습성이 없다고 판단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검찰을 압박했다.

    이에 공판 검사는 "판례와 법리를 검토한 결과 상습성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수사보고서를 (수사 검사가)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후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재판부가 집요하게 피고인들의 상습도박 가능성을 파고들자 변호인이 발끈하고 나섰다.

    변호인은 "수사기록이 많아진 것은 검찰이 도박자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피고인들과 관련된) 많은 금융계좌를 추적했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일일이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당초 제기됐던 횡령이나 외환관리법 위반 의혹 등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상습도박과 단순도박은 처벌수위부터 전혀 다른 죄"라며 "상습도박 혐의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지금은 단순도박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것인데, 재판 도중 상습성 여부를 다툰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이에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변호인은 "검찰이 이미 불기소 처분했기 때문에 공소장 변경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굳이 상습성 여부를 따지겠다면 수사를 재개해달라. 아니면 바로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공판 검사는 "불기소 처분이 있었는지도 추후 의견서에 담아 제출하겠다"며 "변론 종결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상습도박 불기소는 수사기관에서 판단했다는 것이지 재판부가 확인한 것이 아니라며 "기소된 부분에 대해 재판부로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오는 10월 28일 재판을 속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