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등, '국시 거부 등 단체행동 중단' 의견 확산… 정부 "국시 추가 접수 없다" 고수에 '사면초가'
  • ▲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둘째날인 9일 오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본관으로 응시생이 시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둘째날인 9일 오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본관으로 응시생이 시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의대생 국시(의사국가고시) 문제'를 둘러싼 의·정갈등이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일부 의대생 사이에서 '국시 거부 철회'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러나 정부는 형평성 등을 이유로 이미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의 구제책을 마련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국시 거부생을 향한 여론도 부정적인 상황이어서, 이들이 국시 거부를 철회한다고 하더라도 시험 재접수 등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는 지난 8일 재학생 884명을 대상으로 '동맹휴학 및 국시 응시 거부 등 단체행동을 이어갈 지 여부'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서울대 의대 본과 4학년 81%, 국시 거부 지속 '반대'

    조사 결과 투표 참여자 745명 가운데 70.5%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당장 국시를 치러야 하는 본과 4학년의 경우 81%가 '단체행동을 지속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사실상 국시 거부를 철회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 셈이다. 

    그러나 이 조사 결과가 서울대 의대생들의 최종 결정은 아니라는 것이 서울대의대학생회의 설명이다. 서울대의대학생회는 조사 결과를 종합해 조만간 공식 견해를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료계에서는 서울대 의대를 시작으로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 철회 움직임이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려대 의과대학의 한 교수는 "전공의들이 무기한 집단휴진을 마친 데 이어 서울대 의대생들도 국시 거부 반대에 뜻이 모인 만큼 향후 다른 의대생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견이 논의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의대생들이 국시에 응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고 해도 실제로 시험을 치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국시 추가 접수 등 이들의 구제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방침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온라인 정례 브리핑에서 "국시 추가 접수는 수많은 직종과 자격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형평과 공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며 "국민 동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국시 추가 접수, 형평과 공정에 위배… 국민 동의 선행돼야"

    손 대변인은 "의대생들은 현재 국가시험을 스스로 거부하는 상황이고, 아직 '국가시험에 응시하겠다'는 의견도 공식적으로 받은 바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가시험의 추가 기회를 논의하는 것 자체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에 따른 부정적 여론도 크다.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게시물에는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48만8000여 명이 동의했다. 국시 추가 접수에 따른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청원에 동의하는 인원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이에 의대생 구제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다시 집단휴진을 강행하겠다고 했던 의료계도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대회원 서신에서 의·정 합의문에 의대생 구제책이 빠졌다는 비판과 관련해 "이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정부도, 여당도 공식적인 문서로 약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내놨다.

    모든 전공의의 업무 복귀를 최종 결정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당장은 단체행동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