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 "보호장구 없이 '맹견' 상대‥ 예고된 사고" 일침… 제작·출연진, 안전불감증 지적
  • ▲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 방송 화면 캡처.
    ▲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 방송 화면 캡처.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35)이 보호장구도 없이 공격성이 강한 반려견을 길들이는 장면을 찍다 부상을 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방영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은 한 반려견 보호자로부터 다른 개를 보면 공격성이 폭발하고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마운팅(올라타기)'을 시도하는 어미 개 '토비'와 아들 개 '바키'를 교정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토비'와 '바키'는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와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를 선택교배시켜 개량한 '아메리칸 불리' 종(種)으로 알려졌다. '아메리칸 불리'는 동물보호법상 목줄과 입마개 착용이 필수인 '맹견'은 아니나, 단단한 근육질에 매우 강한 턱을 갖고 있어 보호자의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견종이다.

    게다가 '토비'와 '바키'는 키우는 주인조차 "실수로 놓치면 큰 사고로 이어지니까 무섭다"는 말을 할 정도로 공격적 성향이 심화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 강형욱은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입마개도 채우지 않은 개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갔다.

    본인 스스로도 "느낌이 좋지 않다. 바키가 나를 물겠다는 기분이 든다"며 위험을 직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는 마운팅을 시도하거나 허벅지를 물려고 달려드는 '바키'에게 입마개를 씌우지 않았다.

    결국 강형욱은 마운팅을 시도하는 '바키'를 무릎으로 떨쳐내려다 왼쪽 무릎을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전문 훈련사인 그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을 정도로 가벼운 상처가 아니었다.

    강형욱은 제작진의 만류로 촬영을 중단한 뒤 인근 병원에서 감염 방지 주사를 맞는 등 응급처치를 받았다.

    "방송볼 때마다 조마조마… 터질 게 터졌다"


    문제는 이 같은 자극적인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는 점이다.

    다수 시청자들은 기사 댓글란을 통해 "보통 이런 방송사고가 나면 편집을 거쳐 내보내지 않는 게 정상인데, 제작진은 개가 사람을 무는 장면을 그대로 방영했고 일주일 뒤 녹화를 재개했다"며 제작진을 질타했다.

    아이디 '8200****'는 "사고치는 개를 교정하는 프로그램을 찍으면서 맹견을 상대하는데 보호장비를 갖추지 않고 임했다"며 제작진과 강형욱의 안이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 "저렇게 달려들면 차 버리거나 봉으로 때려야 하는데 그랬다간 시청률이 떨어질테니 그렇게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이디 'tlsw****'는 "방송볼 때 항상 걱정되던데 조심하길 바란다"고 말했고, 'jkoh****'는 "누가 기획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자극적인 설정이 불편하다"며 "(이런 점 때문에) 언젠가부터 안보게 되던데 이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게 맞을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아이디 'free****'는 "미국에선 사람을 공격하면 바로 안락사를 시키는데,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주인의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디 'synj****'는 "촬영 스태프가 물린 적도 있고 강형욱도 너무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왜 촬영할 때 개 입마개를 안 씌우는지 모르겠다"며 "방송이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아이디 'synj****'와 'rsnj****' 'jjak****' 등도 "방송 볼 때마다 불안불안했는데 결국 물렸다"며 "안전장비를 갖추고 방송하면 본인한테도 시청자에게도 더욱 좋을 것 같다"는 공통된 의견을 남겼다.

    맹견이 입마개 끊고 달려드는 아찔한 상황도


    시청자들의 지적대로 이 프로그램에서 강형욱은 각종 사고뭉치 반려견들을 만나면서도 단 한 번도 보호장구를 차지 않아 보는 이들의 우려를 사왔다.

    방송 중 반려견에게 상처를 입은 것도 벌써 여러차례다. 지난 3월 24일 방송에선 불도그 난폭견 '쿤' 때문에 팔목 부상을 입는 모습이 그려졌고, 4월 27일 방송에선 카네코르소 '메리'가 입마개를 끊고 강형욱에게 기습적으로 달려드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6월 1일 방송에선 입마개를 씌우려는 강형욱에게 반항하던 고민견 '천둥이'가 자신의 혀를 깨물어 피가 나는 자극적인 장면이 방영됐다.

    한편 별다른 보호장구 없이 촬영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 제작진은 "'보호장비를 착용하면 교육할 때 방해가 되고 개들이 더 흥분할 수 있다'는 강형욱 훈련사의 조언이 있었다"며 "대신 촬영장에 2~3명의 다른 훈련사를 대기시켜 돌발적인 상황에 대비하는 등 항상 조심스럽게 촬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제작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방송에 안 낼 수는 없어 (강형욱이) 물리는 장면을 반복해 보여주지 않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편집했다"며 "계속 고민하면서 최대한 절제하고 신중하게 편집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