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청문회인데 "전광훈 수사하세요" "전두환 어떻게 생각하세요"… 민주당, 황당 질의
  • ▲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 납세의무를 관장하는 국세청장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9일 열린 가운데,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도를 넘는 질의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평한 세무조사권이 요구되는 국세청장후보자를 향해 특정 인물을 향한 정치적 평가와 탈루 혐의 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이게 법치주의 사회냐"는 지적이 나왔다.

    양향자 "나 광주 출신인데, 전두환 어떻게 생각해"

    민주당 양향자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김대지 국세청장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저는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으로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긴 아주 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세청장후보자가 바라보는 전두환은 어떤 인물이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국세청장후보자로서 전직 대통령에 대해 얘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양 의원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냐"며 "최소한 국세청장후보자의 시각과 판단에서는 전 전 대통령을 악성 고액 상습 체납자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훈계했다.

    양 의원은 또 "전 전 대통령이 골프 라운딩 하는 모습을 봤느냐" "국세청이 전두환 세무조사를 진행한 적 있느냐" "(전 전 대통령 장남) 전재국 씨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필요한 듯한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압박하듯 물었지만, 김 후보자는 "개별 납세자 사항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우원식 "전광훈, 신천지 이만희처럼 세무조사해야"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를 촉구했다. 우 의원은 "사랑제일교회가 요즘 화두다. 신천지 때보다 더 심각하고 코로나 대유행으로 빠져들 수 있는 문턱"이라며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서 국민들 불안을 덜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목사는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조사위원회로부터 후원금 횡령 혐의로 고발장이 제출됐고, 지난해 경찰 조사에서는 일부 횡령 등의 혐의가 확보됐다"며 "신천지 이만희 세무조사 때처럼 세금 탈루 등의 구체적 정황이 확인될 수 있기에 전 목사에 대한 세무조사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개별 납세자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그렇지만, 탈루 혐의를 확인해보고 있으면 엄중 조치하겠다"며 "저희가 (전 목사의) 탈루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체크해보겠다"고 답했다. 

    "여당 인사 한마디에 세무조사 하겠다는 건 뭔가"

    공평성이 요구되는 국세청장후보자가 여당 의원이 지목한 보수인사의 탈루 혐의를 살펴보겠다고 답하자 미래통합당은 "김 후보자가 불법을 약속했다"며 반발했다. 통합당 윤희숙 의원은 "국세청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덕목은 법치"라며 "국세기본법에는 세무조사권 남용을 금지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1항은 "세무공무원은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무조사를 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

    윤 의원은 "우원식 의원이 방역지침을 어긴 지탄받아 마땅할 인사에 대해 탈루 의혹을 탈탈 털어보라고 했을 때 후보자께서는 '그러겠다'고 말씀했다"며 "공직후보자께서 이 자리에서 불법을 약속하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목사에 대해) 탈루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세청 안에서 사회적 지탄이나 여당 인사가 찍은 인사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하겠다' 이런 원칙이 있느냐"며 "오늘 약속하신 건 뭔가"라며 재차 지적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조금 전 의원님이 말씀하신 건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저희가 내부적으로 제보나 정보자료 같은 걸 보고 세법이 정한 법치에 의한 탈루 혐의가 있어야 조사하는 것이지 탈루 혐의도 없는데 조사하는 그런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윤 의원은 "(우 의원이) 특정 인물에 대해 탈루 의혹 들여다보라고 했고, 후보자께서는 '그러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지금 모두 다 (카메라에) 찍혀 있다. 불법을 약속하신 후보자를 우리가 어떻게 승인하느냐"고 탄식했다.

    김 후보자는 부산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내며 당시 시민사회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이를 두고 통합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우려했다.  

    그런데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정권이 야당으로 바뀔 수 있다"며 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우려를 일축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 정권이 바뀔 수도 있는데 대한민국의 어느 공직자가 정치적 고려를 갖고 행정을 펼치겠느냐는 것이다.  

    정 의원은 "후보자가 청장으로 정치적 역량에 고려 없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건 여야 할 것 없이 똑같다"며 "(문재인 정권이) 집권 말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고, 야당으로 바뀔 수 있다"며 "어떤 상황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대지, 교육 목적 위장전입 인정하며 사과

    한편, 김 후보자는 이날 자신을 둘러싼 자녀교육 목적 위장전입 의혹을 인정하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는 캐나다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2009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로 이사했지만, 기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소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제가 당시에 짧았고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캐나다 파견을 갔다 와서 딸의 초등학교를 잠실로 옮기려다보니 딸이 학교 적응을 우려해 부모 된 입장에서 (기존 초등학교를) 계속 다녔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강남구 자곡동 임대아파트 부당청약 의혹과 처제 명의 역삼동 아파트 차명매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에 통합당 의원들은 "해당 의혹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음에도 38건이나 제출되지 않았다"며 "도대체 어떻게 확인하느냐"고 성토했다.

    통합당은 청와대가 김 후보자를 '무주택자'라고 소개한 것과 관련해서도 사실상 1주택자라고 지적했다. 서병수 통합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거주하는 자곡동 아파트는 분납임대주택으로 10년 동안 거주하면 2025년에 분양으로 전환된다"며 "5년 뒤 분양으로 전환되면 약 10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그야말로 똘똘한 강남 1채를 가진 1주택자"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