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출신 첫 합참의장 ‘인자한 지휘관'… ‘기무사 쿠데타’문건서 이름 빠져 친문이 선호
  • ▲ 2017년 5월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그를 수행하는 한민구 국방장관(왼쪽),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 뒤편), 이순진 합참의장(오른쪽).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5월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그를 수행하는 한민구 국방장관(왼쪽),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 뒤편), 이순진 합참의장(오른쪽).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방부와 청와대 주변에서 국방장관 교체설이 흘러나온다. 이순진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설이다. 몇 달 전부터 “차기 국방장관으로 유력하다”는 설이 나돌던 김유근 전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후보군에서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유근 등 제치고 급부상한 장관 후보 이순진 전 합참의장

    국방부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이미 차기 국방장관 후보의 인사검증을 마쳤고, 늦어도 다음주 중에 인사를 할 것'이라는 설이 정부관계자발로 돈다. 설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 전 합참의장의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이 설은 “이 전 합참의장이 최근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는 뉴시스 보도와 맞물리면서 기정사실화했다. 일부 매체는 “2015년 10월 합참의장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야당 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공방전을 벌였다”면서 “당시 5·16이 쿠데타냐 혁명이냐를 두고도 설전이 벌어졌다”고 지적하며 가능성을 크지 않게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몇 달 동안 청와대와 국방부에서 차기 국방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고사가 거론되면서, 문 대통령이 상당히 높게 평가했던 이 전 합참의장이 물망에 오른 게 아니냐는 반박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전역선물 주기도

    이 전 합참의장은 육군 3사관학교 14기다. 1977년 임관한 뒤 2017년까지 40년 동안 복무, 법률상 존재하는 군의 호봉(40호봉)을 채웠다. 3차 출신 첫 합참의장이기도 하다.
  • ▲ 2017년 8월 20일 국방부 대강당에서 열린 이순진 합참의장 전역식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8월 20일 국방부 대강당에서 열린 이순진 합참의장 전역식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54년 10월 경북 군위군에서 태어난 이 전 합참의장은 2사단장, 합참 민군심리전 부장, 수도군단장, 항공작전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2015년 10월 합참의장이 된 이후 ‘인자한 지휘관’으로 유명했다. 온라인에는 “국민을 지키는 게 군인의 본분이라 하신 이순진 의장은 간부들에게 항상 ‘병사들도 21개월 후 민간인으로 돌아가는 국민이니 소중히 대하라’고 말씀하신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는 한 네티즌의 글이 돌기도 했다.

    이렇게만 보면 이 전 합참의장의 훌륭한 인품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정치적 의도도 비친다. 친문진영은 일명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공관갑질 사건’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드는 데 인품이 훌륭한 이 전 합참의장을 이용했다. 공관병을 1명만 쓰고 항상 병사들에게 인자했던 사실을 강조한 친문진영은 그가 훈련만큼은 정석대로 확실하게 시켰다는 점은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순진 전 합참의장, 문 대통령 눈에 든 배경

    이 전 합참의장이 군문을 떠날 때 문 대통령은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때 “군생활을 하는 동안 아내와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 했다는 말을 듣고 따님이 있다는 캐나다라도 다녀오시라고 캐나다행 항공권 2매를 대통령의 특별한 전역선물로 드렸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이 트윗은 이 전 합참의장이 아니라 문 대통령을 띄우는 데 더 많이 사용됐다.

    이 전 합참의장이 친문진영의 마음을 끄는 부분은 또 있다. ‘기무사 쿠데타 음모설’에서 이름이 빠졌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퇴진 시위가 일던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 사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박근혜 정권이 백색 쿠데타를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입증한다는 문건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1년도 더 지난 2018년 7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해 공개했다.

    문건에서 이 전 의장은 ‘열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장관 등이 주도한 듯 보였다. 문서 내용이 알려지자 친문진영은 이 전 의장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문 대통령 또한 그랬는지 2018년 8월 이 전 합참의장에게 송영무 전 국방부장관의 후임을 제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합참의장은 거절했고, 정경두 당시 합참의장이 국방장관을 맡게 됐다.

    이처럼 친문진영이 좋아할 법한 점을 두루 갖춘 예비역 대장이기에 차기 국방장관후보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