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선거개입·윤미향·라임 수사라인에 친정부 검사… "검찰총장 명예직 전락, 살아 있는 권력 수사 어려워져"
  • ▲ 검찰. ⓒ뉴데일리 DB
    ▲ 검찰. ⓒ뉴데일리 DB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찰 고위직 인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실상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태에 빠지면서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윤석열 검찰'의 수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윤석열 검찰은 '조국 사태' 이후에도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의 추가 수사와 '윤미향-정의연' 회계부정 의혹,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의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2차 인사'를 통해 그동안 윤 총장을 보좌해온 대검찰청 지휘부까지 모두 친(親)정부 인사들로 채워진 탓에 이들 사건 수사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서초동 안팎에서는 지난 7일 이뤄진 법무부의 2차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윤석열의 고립'으로 평가한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는 주장이지만, 검찰의 핵심 보직인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공공수사부장이 모두 친정부 성향 검사들로 채워지면서 윤 총장의 운신 폭은 더욱 제한됐다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어인추(어차피 인사는 추미애의 뜻대로 가는 것)'였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靑선거개입·윤미향·라임… '권력비리' 수사 중단 우려

    이번 인사에서 요직으로 발령받은 친정부 성향 검사들이 윤 총장의 지휘에 맞서 이견을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인사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윤 총장과 마찰을 빚어온 서울중앙지검 측 인사들과 친정부 성향 검사들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수사팀 지휘라인 곳곳에 포진하게 됐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은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과정에서 이뤄진 '후보자 매수' 의혹의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선거개입 사건의 피고인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과 함께 기소되지 않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개입 사건 수사팀은 지난달 27일 열린 선거개입 사건 재판에서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이 고의로 출석을 거부한다고 토로했다. 

    이번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성윤 지검장이 유임되면서 추가 수사를 두고 수사팀이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개입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가 수사 중이다.

    '윤미향-정의연 의혹' 수사 역시 감감무소식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5월 윤 의원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3개월이 넘게 소환 일정조차 잡지 않아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미향 수사 뭉개기'로 지적받은 장영수 서울서부지검장은 이번 인사에서 오히려 대구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수사를 지휘하게 될 서울동부지검장에는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이 부임한다. 김 신임 동부지검장은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열린 지난 6월 대검 부장회의에서 심재철 부장과 함께 강요미수죄 성립에 찬성 의견을 냈던 인물이다. 

    라임 사태와 KBS 검언유착 의혹 오보(誤報) 사건 등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에는 박순철 의정부지검장이 전보됐다. 의정부지검은 지난 3월 윤 총장의 장모 최모 씨를 은행 잔액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로 기소했다. 

    대형 금융범죄를 전담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은 지난 1월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으로 폐지됐으며, 검찰 내 금융범죄 최고전문가로 평가받았던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좌천성 인사로 사직서를 냈다.

    "사법참사… 사실상 수사 어렵다"

    법조계에서도 윤석열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직에 앉은 검사들이 대부분 친정부 성향인데다 '독단 인사'를 경험한 탓에 정권에 반하는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이번 인사는 윤석열 총장을 옴짝달싹 못하는 고립무원·사면초가의 식물총장, 허수아비총장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살아 있는 권력에 과감히 칼을 대던 검사들이 인사태풍에 추풍낙엽처럼 날려가는데, 그 자리를 꿰찬 검사들이 권력형 비리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난망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검찰 직제개편과 중간간부 인사와 맞물려 이에 반발한 검사들의 무더기 사표나 집단항명 등 '검란(檢亂)'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법무부는 이달 중으로 검찰 직제개편과 중간간부 인사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직제개편으로 총장을 보좌하는 보직을 없애고, 중간간부마저 친정부 인사들로 교체된다면 검찰총장은 사실상 명예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지난 8일 사직의 글에서 검언유착 사건을 두고 "사법참사"라고 비판했다. 문 지검장은 그러면서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에 대해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