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평등 15억, 정대협 1200, 정대협 박물관에 1000, 이해찬 '통일맞이'에 1400만원 '눈길'
  • ▲ 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시가 막대한 세금을 각종 민간보조금 형태로 낭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책정된 서울시 지방보조금 공모사업 예산이 총 7081억 원에 달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퍼주기식 사업 내용이 대다수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고(故) 박원순 시장 생전에 작성한 '2020년 서울시 지방보조금 공모사업 현황(민간보조)'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지방보조금 공모사업(2020년 2월 기준)에 책정된 예산은 213개 사업에 총 7081억 원가량이다. 이 중 건당 예산이 5억 원 이상씩 책정된 사업만 모두 70개로 6816억 원에 달했다. 

    제타룡 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은 27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7081억 원이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라며 "상당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돈"이라고 했다. 서울시 재정균형발전담당관실 보조금관리팀의 한 관계자는 이 매체에 "7081억 원은 지난 1월 기준 집계다. 3차 추경을 거친 지난 6월 기준 집계로는 전액 시비로 지급되는 민간공모보조금은 2238억원"이라며 "나머지는 국비를 지원받아 서울시에서 보조금 예산을 편성한 뒤 민간에 지급하는 금액"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민간에 예산으로 지원하는 보조금 가운데는 운행경유차 저공해 사업인 배출가스 저감(2651억원)이나 전기차 보급(1354억원), 수소차 보급 및 충전소 구축(466억원) 같은 거대 사업이 많다. 해당 사업은 막대한 초기비용으로 인해 민관이 공동으로 나설 수밖에 없고, 대기질 개선으로 인한 혜택은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사업들이다. 게다가 이런 사업들은 대개 인건비 등으로 쓸 수 있는 '경상사업보조'가 아니라 형체가 남는 '자본사업보조' 형태로 쓰인다.

    효과 미미한 제로페이… 도시농업 보조금 10억8000만원

    하지만 서울시의 막대한 보조금이 지원되는 사업 중에는 '제로페이 인프라 보급지원'(30억원) 등 효과가 미미한 사업도 적지 않다. 제로페이는 박 전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간편결제 플랫폼'이다.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목적으로 추진한 사업이지만, 지난해 목표액(8조5300억원) 대비 실제 이용액(767억여원)은 1%를 밑돌았다. 

    박 전 시장의 개인적 기호가 다분히 반영된 '도시농업'과 관련한 보조금도 서울시가 올해 집행하는 보조금 사업 중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도시농업 활성화 추진'에 5000만원(도시농업 전문인력 양성기관 교육사업 지원)과 2억원(도시농업 분야 공모사업 추진)이 책정된 것을 비롯해, 서울형 도시텃밭 조성(6억3000만원), 반려식물 보급(2억원) 등 4개 사업에서 10억8000만원이 나간다.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이모 씨가 상임이사로 재직 중인 '(사)농부시장 마르쉐'가 지원받아 논란이 된 서울시 보조금도 이 '도시농업' 명목으로 책정된 보조금이었다. 김석기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마르쉐 재단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시에서 '도시농업 축제한마당' '민간거래장터 공모사업' 등의 명목으로 총 1억9500만원의 보조금을 수령했다. 

    이해찬 대표 고문 '통일맞이' 1400만원… 정대협도 보조금 지원 

    '공익활동' 등을 이유로 비영리민간단체에 매년 쌈짓돈처럼 보조금을 쥐여 주는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등 지원' 사업에도 올해 22억60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이는 서울시 예산을 매년 150개가 넘는 시민단체에게 각 최대 3000만원의 보조금으로 주는 사업이다. 지원대상은 151개(2018년), 159개(2019년), 164개(2020년) 단체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단체 중 올해 '서울 청소년 2032 서울·평양올림픽 유치홍보활동'을 명목으로 14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은 '통일맞이'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재정 경기도교육, 장영달 전 의원, 김희선 전 의원, 배우 문성근 씨, 황인성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 친여(親與) 성향 인사들이 대거 고문과 명예이사 등으로 적을 둔 단체다. 박 전 시장 역시 '통일맞이' 초대 감사를 지냈다. 

    '통일맞이'는 지난해에도 '보드게임을 활용한 통일체험교육 프로젝트'를 명목으로 1400만원을 지원받았다. 2년 연속으로 서울시 보조금을 수령해 간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보조금은 전년도 실행점수만 좋으면 4회(4년)까지 연속해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올해 보조금을 받은 비영리민간단체 가운데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부정 논란의 당사자인 윤미향 민주당 의원이 이끌어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있다. 정대협은 올해 '잊혀진 기억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 때'라는 사업 명목으로 1200만원을 수령했다. 정대협은 2018년 정의기억재단과 통합 출범했으나 여전히 독립법인으로 존속해 있다.

    정대협이 2012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건립한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 역시 지난 3월 '사립 박물관 미술관 활성화 지원'(총 10억5000만원) 명목으로 약 1070만원의 시설개선비를 지원받았다. 윤 의원은 이곳에서 초대 관장을 지냈다. 

    성비위·자살예방 보조금 사업 등 실효성 '의문' 

    서울시의 잇따른 성비위 등으로 성평등 관련 민간보조금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커졌다. 서울시는 △성평등 문화 확산 조성(3억원) △시민과 행정이 함께 만드는 성평등 서울(2억8000만원) △여성이 안전한 도시환경 조성(3억원) △성폭력피해자 치료·회복프로그램 운영(2억2122만원) 등 각종 성평등 관련 보조금 예산으로 약 15억 원을 책정해둔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장의 성추행과 시장 비서실 직원의 성비위 사건을 내부적으로 쉬쉬하며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아울러 서울시는 '자살예방센터 운영'에도 약 9억5000만원의 민간보조금을 책정했다. '자살예방 및 정신건강 증진과 관련 프로그램'이 사업 내용으로, 서울에 주사무소를 두고 대상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비영리민간단체가 지원대상이다. 하지만 보조금 집행 주체인 현직 서울시장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 한시(漢詩) 대중화 지원사업(1억원), 사막화 방지 등 사업추진(2억9000만원) 등 서울시가 보조금을 지급할 대상이 맞느냐는 의문이 드는 사업도 적지 않다. 한시 대중화 지원은 '한시 창작, 활용, 체험, 교육 보급' 등 문화체육관광부나 교육부에 어울리는 사업이고, '동북아지역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은 서울시보다는 환경부가 더 어울릴 법한 사업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