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정세균 약속한 듯 '개헌론'… 중임제 개헌하면 '2027년 文 재집권' 가능
  • ▲ 박병석 국회의장 및 여야대표, 5부 요인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72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 및 여야대표, 5부 요인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72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21대 국회에서 올해 안에 '대통령 중임제'를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박병석 국회의장은 17일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열린 제헌절 기념식에서 "앞으로 있을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라며 "코로나 위기를 넘기는 대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박 의장은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삼고 있고, 권위주의 청산을 위해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와 자유권적 기본권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둔 헌법"이라며 "한 세대가 지난 현행 헌법으로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개헌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력구조 문제는 20대 국회에서 이미 충분히 논의했다. 선택과 결단만 남았다"고 여야에 개헌을 촉구했다.

    "권력구조 문제, 선택과 결단만 남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때, 지난 4년 동안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던 '헌법'을 다시금 꺼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특정 형태를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개헌 논의는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꾸준히 형성돼왔다. 내년 4월 대규모 재·보선이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 격한 논쟁으로 블랙홀에 빠질 우려가 있는 '경제 및 사회' 조항을 빼고 권력구조만 다루는 '원포인트 개헌'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3월 4년 중임제 도입과 대통령 권력 분산, 지방분권 강화, 선거연령 하향조정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그해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국회에 제안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불발됐다.

    이해찬 "20년 집권", 송영길 "중임제 개헌"

    개헌 논의가 이번에 다시 부상할 개연성이 큰 것은, 개헌 발의 기준인 과반(150석)을 훌쩍 넘긴 거대여당의 존재감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미 '20년 집권론'을 누차 강조해왔고, 같은 당 중진인 송영길 의원은 지난 4월 여당의 총선 180석 대승 이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띄우기도 했다.

    개헌 논의에서 또 하나 관심을 끄는 것은 문 대통령의 중임 여부다. 물론 현행 헌법은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 개헌은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2022년 5월 퇴임한 뒤 여당 대권주자가 자기 임기 안에 개헌을 완수하면 2027년 출마해 재집권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아베 총리의 경우 2006년 1차로 취임했다가 사임한 뒤, 2012년 다시 재취임해 현재까지 임기를 이어간다.

    연임제는 연속해서 두 번 대통령을 하는 것이지만, 중임제는 횟수에 상관없이 할 수 있다. 즉, 현재 4년차인 문 대통령의 연속적 재집권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문 대통령의 경우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겪지만, 역대 대통령에 비해서는 높은 지지율을 4년차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개헌에 대해선 이미 정부가 마련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라면서 "특별히 더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민주당 대권주자 성추문 휩싸이자… 결론은 다시 文?

    여권 내부에서 문 대통령의 재집권 필요성이 대두한 이유는 최근 여권 차기 대선후보들의 잇따른 '수난'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사망했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성추문에 휩싸여 임기 중 사퇴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날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지사직 상실 위기는 피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받은 정치적 타격은 쌓였다. 친문·영남 출신인 김경수 경남지사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각각 드루킹 사태와 도덕성 논란에 휘말려 다음 대선을 노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다.   

    또한 야권 대선주자 중에서는 아직 입당 의지도 안 밝힌 윤석열 검찰총장을 능가할 인물이 없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최후의 보루는 통합당 '개헌 저지선'

    다만 정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레임덕이 가속화될 경우 개헌 논의에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점, 국회 원 구성 진통으로 야당의 반감이 커진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개헌 발의는 과반이면 되지만, 의결에는 200석이 필요하다. 지난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100석) 사수를 호소했던 통합당 동의 없이 일방적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토론회 직후 "왜 내년이 적기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개헌을 하려면 내각제로 개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개헌이라고 말만 했지 무엇 때문에, 무엇을 변경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개헌을 하려면 대선 전에 해야 한다. 대선이 1년쯤 남은 시점이 적기라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 지금부터 준비해서 내년 4월까지 개헌을 완성할지는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지난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권력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제의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다"며 개헌에 긍정적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또 17일 통합당 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에서도 "본질적인 권력구조 개편을 하겠다고 한다면 토의할 용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