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이름도 '애국보수당' vs '다같이진보당'… 새 드라마 정치편향 논란
  • ▲ KBS 새 수목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 홈페이지 캡처.
    ▲ KBS 새 수목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 홈페이지 캡처.
    다음달 1일부터 방영되는 KBS 새 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이하 출사표)'가 극중 보수정당 소속 의원들을 부패하고 무능한 인물들로 설정해 미래통합당 등 보수 야당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래통합당 미디어국은 25일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권 나팔수 방송을 자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KBS가 이제 드라마마저 정권 프로파간다에 활용하고 있다"며 해당 드라마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했다.

    미디어국은 "내주 방영 예정인 KBS 수목드라마 '출사표'에서 뒤가 구린 캐릭터는 보수정당 쪽에 배치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는 진보정당 쪽에 배치해 '진보는 선, 보수는 악'이라는 허황된 구도를 설정했다"며 "어느 정당을 겨냥한 것인지 초등학생도 알 법한 유치한 작명으로 사실상 '여당 홍보', '야당 능멸'의 속내를 부끄러움도 없이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뒤가 구린 캐릭터, 보수정당 쪽에 배치"


    실제로 KBS 홈페이지에 소개된 '출사표' 인물 소개에 따르면 애국보수당 소속인 조맹덕·심장양·장하운·시단규 등은 음주운전·뺑소니·도박·성희롱으로 수차례 걸렸지만 모두 무혐의를 받았거나, '갑질'이 상당하고 가식적인 인물들로 그려졌다.

    반면 다같이진보당 소속 정치인들은 월급을 고아원 등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본인은 티코를 타는 검소한 인물이나, 경찰 출신으로 지역 봉사활동에 전념하다 출마한 정의감에 불타는 인물 등으로 묘사됐다. 다같이진보당에선 고동찬이란 인물만 유일하게 부정적으로 그려졌다.

    미디어국은 "아이러니한 것은 '출사표'에 등장하는 애국보수당의 소속 인물 소개 내용이 다름아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들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라며 "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는 '문제의 인물들'의 그 한심하고도 추한 행태들을 '애국보수당' 소속 정치인들의 것들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

    미디어국은 "따라서 조국 사태와 윤미향 사태 등으로 입은 정치적 타격을 어떻게든 만회해보려, 이런 저질스럽고도 어처구니없는 설정을 필요로 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면서 "'음주운전' '성희롱' '사학비리' 등 문재인 정권의 민낯들을 허황된 드라마 시나리오로 어떻게든 가려보겠다는 사고방식이 이제 공영방송의 품위까지 완전히 실추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국 관계자는 "국민의 절반이 보수 성향이고 더구나 국민 대다수는 이런 유치한 편 가르기를 공영방송에서 보길 원하지 않는다"며 "KBS가 일말의 부끄러움을 안다면 스스로 시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편향된 프레임으로 인물 구성 안 해"


    이에 대해 '출사표' 제작진은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악'이라는 편향된 프레임으로 인물을 구성하지 않았다"며 "극 전개상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드라마 '출사표' 내에서 당적을 가지고 나오는 인물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대부분 선한 인물로 설정돼 있지 않다"며 "오히려 정치적 성향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무소속 등장인물 구세라(나나 분)를 전면에 내세워 진보-보수 양측의 비리들을 파헤치고 풍자하는 코미디를 추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본의 아니게 첫 방송 전 이런 논란에 휩싸이게 된 점을 저희 제작진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권력, 당적과 상관없이 '옳은 것은 옳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라고 말하는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현경 작가가 극본을 쓴 '출사표'는 2018년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이 주최한 제10회 드라마 극본 공모전 '사막의 별똥별 찾기'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이다. 황승기·최연수 감독이 함께 연출을 맡았다.
  • ▲ KBS 2TV 새 수목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물 소개. 캐릭터의 정치 편향성 문제가 불거지자 붉은 색 박스에 해당하는 소개 문구가 삭제됐다. ⓒKBS 홈페이지 캡처
    ▲ KBS 2TV 새 수목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물 소개. 캐릭터의 정치 편향성 문제가 불거지자 붉은 색 박스에 해당하는 소개 문구가 삭제됐다. ⓒKBS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