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성 인정' 운운하다 '인권침해'라며 반발… 법조계 "침해된 인권이 어디? 감성팔이일 뿐"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 ⓒ권창회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 ⓒ권창회 기자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등 의혹으로 기소된 정경심(58)씨가 25일 남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증인으로 소환하겠다는 재판부의 결정에 이의신청을 했다가 15분 만에 '퇴짜'를 맞았다. 정씨 변호인단은 이의신청 사유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다소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급기야 재판부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라며 변호인단을 다그쳤다. 결국 변호인단은 '인권침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인권침해라니 말도 안 된다. 감성팔이를 하니 당연히 기각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씨 측은 이날 오후 3시45분께 공판이 속개되자마자 검찰 측의 조 전 장관에 대한 증인채택 요구를 받아들인 재판부에 이의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2시께 "지금까지 이뤄진 다른 증인신문과 증거조사 결과에 대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조국 씨에 대한 증인소환 필요성을 인정한다"며 조 전 장관을 오는 9월 3일 증인으로 소환키로 했다. 지난달 28일 제출된 검찰 측의 조 전 장관 증인채택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변호인단은 "헌법·형소법에 따르면 친족에 대한 증언거부권을 사실상 형해화할 수 있다"며 "조 전 장관의 진술이 공소사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꼭 필요한 진술인지 상당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헌법‧형소법에 다른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이 사건의) 증인으로 채택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나"라고 되묻자 "할 수는 있겠지만…"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재판부와 변호인의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임정엽 재판장: 헌법‧형소법을 형해화할 수 있다는 게 무슨 말인가. 우리나라 헌법‧형소법상 다른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증인으로 채택할 수 없다는 건가. 

    변호인: 상당성 인정으로….

    임 재판장: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변호인: 자녀에 대한 지분(사건)이 어느 정도 포함돼 있고, 병합 신청을 했는데 기각된 상태다. 검찰이 조국에게 공통 피의 사실이나 간접 사실에 대해 신문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중첩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임 재판장: 그러니까 조국씨의 형사21부 사건과 우리(형사25부) 사건이 병합됐다 하더라도 공동 피고인을 분리신문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데, 이럴 땐(병합 신청이 기각된 상태) 증인 신문을 못한다는 뜻이냐.

    변호인: 할 수는 있겠지만 굳이…. 사실상 형해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친족 간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임 재판장: 증인으로 소환하면 증언거부권 행사를 막는 거냐?

    변호인: 당연히 권리 행사가 가능한데 실제로 (조국이) 증언을 거부하면 법적인 측면뿐만이 아니라 정치적 측면도 있으니,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변호인의 이 같은 답변이 전개되자 검찰 측은 "증언거부권 행사와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수차례 공판에서도 재판부는 '증언거부권과 증인출석에 대한 거부는 명백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러자 변호인은 '인권침해'를 거론했다. 변호인은 "내가 증인으로 가서 내 배우자에 대한 증인으로서 증인석에 앉아있을 때, 내 발언이 내 배우자의 유죄의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계속하면서 진술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자체가 인권침해적인 요소 아닌가"라고 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령을 검토하고 오겠다"며 15분여 간 휴정한 후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인권침해'라는 주장 자체가 언어도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남편을 부인 사건 증인으로 신청하는 게 좀 가혹하다는 취지인 거 같은데, 헌법상 어떤 기본권이 침해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않은 채 인권침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그냥 감성팔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자니 위증 문제에 걸릴 수도 있고, 그냥 증언을 안 하려고 핑계 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도 "조 전 장관이 '법정에서 말하겠다'며 앞선 검찰 진술도 대부분 거부했는데, 이제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증인출석까지 거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떳떳하면 왜 못 나오겠는가. 재판부 말처럼 증언대는 본인들의 피의 사실에 대해 스스로 유리한 증언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