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 수거는 정보사, 폐기는 안보사" 황당 지침… "경찰서 보안과 형사들이 수거" 부연설명도 논란
  • ▲ 정부에서 일선 군부대와 경찰서에 내려보낸 대남전단 수거지침 가운데 문제의 부분. ⓒ뉴데일리
    ▲ 정부에서 일선 군부대와 경찰서에 내려보낸 대남전단 수거지침 가운데 문제의 부분. ⓒ뉴데일리
    북한은 지난 22일 노동신문을 통해 대남전단 1200만장 의 인쇄를 끝냈고, 이를 날려 보낼 풍선 3000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일선 군부대와 경찰서에 하달한 대남전단 수거 지침을 두고 경찰과 군 내부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본지가 입수한 지침에 따르면, 대남전단 수거는 합동참모본부 ‘대침투 정보활동지침’ 가운데 심리전 분야의 ‘적성불온전단 수거지침’에 의거하며, 대남전단 수거는 국군정보사령부가, 인수·폐기는 국군안보지원사(구 기무사)가 맡는다고 돼 있다.

    그런데 지침을 제보한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여기에 더해 일선 경찰서 보안과 형사들에게 "현장에서 대남전단을 수거하라"는 지시가 더해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실제로는 대부분 주민들이 신고하니까 경찰은 순찰차를 출동시키거나 각 경찰서 보안과 형사들이 수거하면 된다”는 부연설명이 함께 내려왔다.

    이를 두고 군 내부와 일선 경찰서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북한 및 해외첩보 수집을 맡은 정보사 요원과 대공수사를 맡은 보안과 형사들이 대남전단이나 ‘수거’하는 것은 인력낭비 아니냐는 지적이다. 군 안팎에서는 “현 정권에서 아무리 대북첩보활동이 적다고 해도 정보사 요원들을 ‘대남전단 수거’에 투입하는 것은 인력낭비”라고 지적한다.

    "대북 첩보요원, 대공수사 형사에게 '대남전단 수거' 맡기다니"

    정보사는 현재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정부의 공작금 미지급 등 처우문제로 많은 요원이 떠났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제3국을 통한 우회침투마저 사실상 사라져 인력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보사 요원들에게 대남전단 ‘수거’를 맡기면 사기가 크게 저하된다는 지적이다.
  • ▲ 북한선전매체가 공개한 대남전단 살포준비 현장. 1200만장을 인쇄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선전매체가 공개한 대남전단 살포준비 현장. 1200만장을 인쇄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찰서 보안과 형사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한 보안과 형사는 “대남전단이라는 게 무슨 간첩 지령도 아니고, 주민들이 주워서 인근 군부대·파출소·경찰서에 신고하고 나중에 안보지원사에서 일괄수거하면 되는데, 왜 형사들이 수거하러 출동까지 해야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실제로 1990년대까지는 “대남전단을 주웠을 경우 인근 군부대나 파출소, 경찰서에 신고하면 된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이 경찰 관계자는 “상부에서는 군당국 지침대로 하라는 건데, 그럼 나중에 경찰이 대공수사를 할 때 안보지원사나 군사경찰이 도와주기라고 할 거냐”고 반발했다.

    국방부는 “정보사가 대남전단을 수거한다는 내용은 잘 모르겠다”며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관계자는 “개인적 생각”이라며 “지침에 있는 ‘수거’라는 의미가 혹시 다른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군에서 만든 것은 아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