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대남 확성기' 꺼낸 北…DMZ 일대 여러 곳서 재설치 정황 포착
  • ▲ 지난 2017년 8월 비무장지대(DMZ) 북측 초소의 대남 확성기 모습. ⓒ연합뉴스
    ▲ 지난 2017년 8월 비무장지대(DMZ) 북측 초소의 대남 확성기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4·27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철거했던 대남 확성기를 2년여 만에 다시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파악됐다. 대규모 대남 삐라(전단) 살포 예고에 이어 대남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을 통해 냉전 시대의 심리전을 재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이날 오후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일대 여러 곳에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을 재설치하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북한군 총참모부가 군사행동을 예고한 이후 1200만 장에 달하는 대남 비방 '삐라 폭탄'을 퍼붓겠다는 위협에 이은 후속 조처로 보인다.

    확성기 철거, 文-김정은 '판문점 선언' 첫 이행 사례로 꼽혀 

    남북 군사분계선에 설치됐던 대북·대남 확성기는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철거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2018년)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남북은 당시 최전방 지역 40여 곳에 설치한 대북·대남 확성기를 철거했고,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의 첫 이행 사례로 꼽혔다.

    문 대통령은 2018년 4월27일 평화의집 앞에서 김정은과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직후 "이제 우리가 사는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서로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있는 비무장지대는 실질적인 평화지대가 될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김정은도 "이 합의가 역대 북남합의서들처럼 시작만 된 불미스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두 사람이 무릎을 마주하고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반드시 좋은 결실이 맺어지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남측도 시설 복구?…北 방송 재개 시 언제든 맞대응 가능해

    그러나 이날 북한이 먼저 대남 확성기 시설을 설치함에 따라 군 당국도 대응 차원에서 기존에 철거했던 대북 확성기 시설을 복구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가 22일 보도했다.

    군 당국은 실제 북한이 실제 대남 방송을 감행할 경우 대북 확성기 시설을 복구하거나 이동형 확성기 장비를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군은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고, 그에 맞는 대응도 할 것"이라며 대북 확성기 맞대응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군이 대북 확성기 재설치로 맞대응할 경우 북한과 마찬가지로 판문점 선언을 위반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 국방부는 대북 확성기 재개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