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사건' 고 이수병장학금 200만원… "제주해군기지 반대" 4·9통일평화재단이 심사
  •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전 국회 의원화관에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전 국회 의원화관에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이종현 기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딸 김모 씨가 2013년 이수병장학위원회로부터 장학금 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윤 의원은 2013년 3월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수병 선생님의 돌보심으로 이번 학기 이수병장학생이 되어 1학년 2학기 수업을 하게 됐다"며 "부담이 절반으로 뚝!! 훨씬 가벼워졌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의 딸인 김모 씨는 2013년 3월13일 경희대 본관에서 열린 제 5회 이수병장학금 수여식에서 유족들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200만원 장학금을 수여받았다. 이 장학금의 모집요강은 2012년 11월27일 공고됐다. 

    "장학생 선발기준은 성적·가정형편 아닌 자기소개서·추천서"

    요강에 따르면 2013년에는 서울·국제캠퍼스 구분 없이 총 5명을 선발하기로 했으나 2013년 장학금 수혜자는 윤미향 의원의 자녀 김씨를 포함한 6명이다.

    이수병장학생 선발을 위한 경희대학교의 2013년도 장학생 모집공고에 따르면 이 장학금의 목적으로 "사월혁명·민족통일운동·민주변혁운동 지도자 이수병선생의 뜻을 기리고, 후학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해 장학생을 선발한다"고 돼 있다. 

    선발기준은 ▲이수병 선생의 모교인 경희대학교 재학생 ▲이수병 선생의 삶을 따라 선생의 정신을 이어갈 청년들 ▲구비된 서류를 제출하면 이수병장학회에서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제출서류는 자기소개서와 추천서이며, 추천서는 가족을 제외한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이수병장학생으로 추천하는 사유를 적도록 했다. 추천인의 인적사항도 기입해야 한다.
  • ▲ 윤미향 의원의 자녀가 장학금을 수령했던 2013년 이수병장학생 모집 공고. ⓒ경희대 홈페이지 캡쳐
    ▲ 윤미향 의원의 자녀가 장학금을 수령했던 2013년 이수병장학생 모집 공고. ⓒ경희대 홈페이지 캡쳐
    이수병장학생 선발은 성적과 가정형편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수병선생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이수병장학금은)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하지 않고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받아 그 내용을 바탕으로 선발한다"며 "자기소개서에 쓰인 향후 사회활동 계획과 이전 활동 같은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학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후 현재 미국 UCLA에서 석사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장학금 심사위원으로는 "이수병 선생님의 유족분들과 함께 활동하셨던 분들, 4·9통일평화재단 인사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전체 심사위원 수와 심사위원 상세명단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희대학교 장학과 관계자는 "이수병장학금은 학교 측에서 지원자 모집을 도울 뿐 장학생 선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수병장학생 선발에 관여하는 4·9통일평화재단은 지난 5월12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재단은 성명을 통해 "정의기억연대를 지지하며 흔들림 없이 과거청산의 길을 걸어 나갈 것을 다짐한다"며 "지금 정의기억연대에 대해 자행되는 근거 없는 비난과 모욕은 또 다른 폭력"이라는 내용의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2013년 김씨의 장학금 수여식에는 박중기 4·9통일평화재단 이사가 축사를 하기도 했다.

    장학생 선발 4·9통일평화재단, 지난 5월 정의연 지지성명 

    게다가 윤미향 의원과 4·9통일평화재단 이사장인 문정현 신부는 과거 제주해군기지 설치 반대활동을 활발히 했다. 윤 의원과 문 신부는 2011년 9월20일 제주도 강정에서 열린 제주해군기지 갈등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시국회의에 참석해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씨의 부친이자 윤 의원의 남편인 김삼석 수원시민신문 대표는 자녀가 장학생으로 선발되고 1년 후인 2014년 3월13일, 제6회 이수병장학금 수여식을 보도하기도 했다.

    '정의연 모금 독려' 통일뉴스 기자, 윤미향 보좌관 취업 

    김씨의 이수병장학금 수령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를 보도했던 통일뉴스 기자는 현재 윤미향의원실 조모 보좌관이다. 조 보좌관은 정의연 모금활동을 독려하는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보좌관은 통상 4~5급 공무원 지위를 받는다.

    김씨가 장학금을 받을 당시 이수병기념사업회 장학금 수여 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사실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당시 "4·9평화통일재단 인사는 참여하지 않았고, 경희대총민주동문회 전임 회장과 이수병 선생의 유족분들 이수병선생과 함께 활동했던 분 다섯분이 심사에 참여했다"며  "장학생은 2013년부터 일반 학생 5명과 총민주동문회 회원들 중 어렵게 사시는 분의 자녀를 동문회에서 선발해서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는 다른 고려를 하지 않았고, 윤미향 딸인줄도 몰랐다"고 반박했다.

    고 이수병 선생은 과거 인민혁명당 재건단체 사건에 연루돼 1975년 4월8일 대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4월9일 형이 집행됐다. 하지만 유족들은 2002년 12월 서울중앙지법에 이 사건의 재심을 청구했고 2007년 1월23일 이수병 선생을 비롯해 사건에 연루된 사형수 여덟 명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 장학금은 이수병선생을 기리기 위해 유족들이 2007년 8월21일 국가배상판결로 지급받은 30억 여원의 배상금에서 출연해 충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