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부서, '미성년 맞방·벗방' 10대 피해女 확인… 신고 8일째 가해자 검거는커녕 '피해자 조사'도 안 해
  • ▲ '맞방(맞는방송)'에서 폭행당해 시퍼렇게 멍이 든 피해자의 종아리. ⓒ뉴데일리 DB
    ▲ '맞방(맞는방송)'에서 폭행당해 시퍼렇게 멍이 든 피해자의 종아리. ⓒ뉴데일리 DB
    10대 미성년 여성을 오피스텔에 감금한 채 성인방송인 '팝콘TV'에서 '벗방(벗는 방송)'·'맞방(맞는 방송)'을 하도록 강요한 일명 '미성년자 벗방·맞방' 사건과 관련, 경찰이 안일한 초동수사 행태를 보였다. 10대 피해여성들을 철판으로 때리고 '벗방'을 강요하는 등 'n번방 변종'인 듯한 이 사건에서 경찰은 사건 현장을 덮치고도 눈앞에 있는 가해자들을 검거하기는커녕 증거물조차 압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미성년자에 '벗방·맞방' 강요… 'n번방 변종' 활개치는 인터넷방송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서부경찰서는 이날까지 벗방·맞방 사건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 22일 이 사건이 관할 경찰서에 신고된 지 8일이 지나도록 초동수사조차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인천서부서 관계자는 "피해자가 경찰에서 진술하는 것을 거부해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진행되는 사항이 있다면 알리겠다"고 말했다.

    경찰 출동 미룬 그날에도…피해여성들, '성인방송' 강요받아

    하지만 경찰의 해명과 달리, 이 사건 관련 경찰의 안일한 초동수사 행태는 곳곳에서 발견됐다. 우선 신고 당시 현장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기자는 22일 새벽 폭행 피해자인 10대 피해여성 A양(18)과 인터뷰를 마치고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해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관할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에게 피해자로부터 확보한 폭행당해 생긴 '멍' 사진과 폭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구 등이 찍힌 사진도 넘겼다. 가해자들이 묵는 오피스텔과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있는 방의 호실까지 특정해 알려줬다.

    그러나 출동 경찰들은 A양을 경찰차에 태워 지구대로 이송했을 뿐, 현장 수사를 하지 않았다. "A양이 무섭다고 하니 우선 지구대로 가자"는 게 경찰의 답이었다. 그날 해당 오피스텔에서는 다른 피해자들의 '맞방'과 '벗방' 등 불법 성인방송이 이뤄졌다. 경찰이 사건 현장을 방치하고 증거인멸의 시간까지 준 셈이다.

    사건 발생 이틀째인 23일 관할 경찰서인 인천서부서에 초동수사 부실과 관련해 문의했다. "왜 현장 수사를 하지 않았느냐" "증거인멸할 시간을 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경찰은 "여성청소과에서 다시 현장으로 나가 범행 현장과 도구 등을 사진으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 ▲ '맞방'에서 폭행에 사용된 철쟁반. ⓒ뉴데일리 DB
    ▲ '맞방'에서 폭행에 사용된 철쟁반. ⓒ뉴데일리 DB
    그러나 경찰은 증거를 사진으로 촬영했을 뿐 압수하지는 않았다. '증거사진은 이미 제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경찰은 "아직 영장을 받지 않아 증거들을 압수하지 않았다"며 "법리검토 후 곧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양 외의 다른 피해자 4명의 신원은 확인됐느냐"는 질문에도 "피해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근로기준법 위반, 폭행·강요죄… 'n번방 방지법'도 적용 가능

    법조계에서는 가해자들의 행위가 청소년보호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으며, 폭행·강요·상해죄 등으로 형사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n번방 방지법(형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범죄수익의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도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도 했다. 

    형법 제260조(폭행)는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했다. '맞방·벗방'을 강요한 것과 관련해서는 강요죄가 성립된다. 같은 법 제324조(강요)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피해자에게 성기 제모를 요구한 것 역시 실제로 성기 제모가 이뤄졌다면 상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 형법 제257조(상해)는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가해자들이 A양에게 강제로 근로계약서를 쓰게 한 것 역시 문제가 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미성년자를 청소년보호법 등에 따라 청소년의 고용이나 출입을 금지하는 직종이나 업종에 고용할 수 없다. 또 사용자는 근로계약서를 2부 작성하고 이 중 1부를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어떤 서류도 주지 않았다.

    "명백한 위법… 경찰의 미온적 태도, 직무유기"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성착취 영상물 제작·반포 행위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는다. 피해자가 스스로 촬영한 영상물이라도 동의 없이 반포할 경우 성폭력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 또 영리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반포한 경우 기존 7년 이하 징역에서 3년 이상 징역으로 형 제한이 사라졌다.
  • ▲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데 사용된 각종도구들. 경찰은 이 도구들을 압수하지 않았다. ⓒ뉴데일리 DB
    ▲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데 사용된 각종도구들. 경찰은 이 도구들을 압수하지 않았다. ⓒ뉴데일리 DB
    한 고위 법조인은 "폭행이나 강요 등은 형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미성년자에 대한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이에 따른 영리를 추구한 것이므로 최근 처벌을 강화한 'n번방 방지법'이 적용될 소지도 충분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구체적인 것은 수사 결과를 보고 따져봐야겠지만 폭행 등이 확인된다면 형사상 처벌받을 수 있으며, 청소년보호법과 근로기준법 위반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에는 'n번방 사건'으로 국회에도 미성년자 착취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라며 "명백하게 위법성이 드러났는데도 경찰이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것은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