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나도 사람이라 안아주고 울었을 뿐… 윤미향, 죄 지었으니 벌 받아라"
  •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권창회 기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 시절 자금 유용 의혹을 폭로한 이용수(92) 할머니가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윤 당선인을 질타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이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 할머니는 25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당선인과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정의연의 전신)를 향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할머니는 "농구선수들이 (나온 행사에서) 돈을 모금하고 돈을 받아온 적도 있었다"며 "(행사가 끝나고) 밤 늦게인데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니까 '돈 없습니다'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30년 동안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 받아먹어"

    이 할머니는 무엇보다 정신대 문제와 위안부 문제가 서로 다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신대는 공장에 끌려가서 일하고 온 할머니이고, 위안부는 생명을 걸고 끌려간 것"이라며 "그런데 정대협이 위안부와 정신대 할머니를 합쳐놓고 쭉 이용했다"는 것이다. 

    "30년 동안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을 받아먹었다"고 윤 당선인의 행태를 폭로한 이 할머니는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맘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나갔다. 저한테 말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했는데 무엇 때문에 용서를 바라나"라고 질타했다.

    윤 당선인이 지난 19일 자신을 찾아온 것을 두고 '윤 당선인을 용서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온 것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어느날 저녁에 나갔다 들어오니 문 열어달라고 해서 열어주니까 윤미향 씨가 팍 들어오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한 이 할머는 "깜짝 놀라서 넘어갈 뻔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윤미향이) 무릎을 꿇고 용서해달라고 해서 그건 검찰에서 다 할 것이고, 내가 며칠 후 기자회견 할 테니 오라고 했다"며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윤 당선인과 함께 교수 등 여러 사람이 동행했다고도 전했다.

    이 할머니는 특히 "윤미향이 한번 안아달라고 해서 저는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나도 사람이라 눈물이 왈칵 나서 마구 울었는데, 그걸 가지고 용서했다 이런 기사 너무 황당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창회 기자
    또 "미국에 가기로 하고 모금했는데 저한테는 정대협 사람 아니니 못 온다고 했다"며 "김복동 할머니는 한쪽 눈이 안 보이는데도 미국으로 어디로 끌고 다니면서 고생시켰다"고 정대협의 과거 행태를 폭로하기도 했다.

    "한·일 두나라가 서로 왕래하고 친하게 지내면서 역사 알고 위안부 사죄받아야"

    기자회견을 통해 회계부정 등을 폭로한 배경으로는 "3월3일에 전화를 해서 '이러면 안 되지 않나. 한번 오라. 아니면 기자회견 한다'고 했더니 아주 큰소리로 당당하게 기자회견 하라고 해서 제가 5월7일에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양국이 친선을 다지며 서로 역사를 배우고 이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는 "학생들에 대한 역사교육을 확실히 하려면 (한일) 두 나라가 서로 왕래하고 친하게 지내면서 역사를 아셔야 하고, 위안부 문제를 사죄받고 배상해야 누명을 벗는다"며 "제가 왜 성노예냐. 그 더러운 성노예소리 왜 하느냐고 (정대협 측에) 물었더니 '미국사람들 들으라고 그러는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미향이) 죄를 받는다고 마음이 풀리는 것이 아니고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없게 하려면 그 사람들이 벌을 받고 고쳐야 한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별도로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도 윤 당선인을 향한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30년 동지로 믿었던 이들의 행태라고는 감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당혹감과 배신·분노 등 여러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문에서는 향후 위안부 운동의 활동 방향도 제시했다. ▲한일 양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책임성을 가지고 머리를 맞댈 것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교류 방안과 공동 행동 추진 ▲한일 양국과 세계 청소년들이 고민하고 체험할 수 있는 평화인권교육관 건립 추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과 행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구 새롭게 구성 ▲소수의 명망가나 외부의 힘에 의존하지 말 것 ▲개방성과 투명성에 기반한 운영체계를 갖추기 위한 논의 등 6가지를 제시했다.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교류 방안" 강조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각 정당들도 반응을 내놨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며 "윤 당선인에 대해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입장을 결정할 것이다. 이번 논란으로 위안부 인권운동의 대의와 역사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할머니의 말씀대로 첫 기자회견 이후에 나온 수많은 의혹에 대한 법적 처벌 문제는 검찰 조사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할머니는 윤 당선자를 용서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넘긴 벌을 받아야 한다고 하셨다"고 분노했다.

    한편 애초 오후 2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장소를 두 번이나 변경하며 예정시간보다 38분이 지연됐다. 

    이 할머니는 이와 관련 "여러분들이 오셨는데 (기존 장소는) 장소가 좁았다"며 "오셔서 안 가시도록 하려고 장소를 바꿨다. 기자 여러분들이 다 옳은 말씀으로 기사를 내주셨으면 해서 장소를 바꾸라 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