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53만 명 동의했는데… 경찰 "허위" 발표… '거짓 청원' 이어지는데 靑 속수무책
  •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웃 초등학생이 25개월 된 자신의 딸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온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던 사건은 거짓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뒤늦게 "허위 사실임이 확인됐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문제의 글은 두 달 동안 53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을 부실하게 관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딸 존재와 거주지 빼고 전부 허위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지난 3월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허위 글을 올린 혐의(공무집행방해)로 A씨(30대·여·가정주부)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A씨에게 25개월 된 딸이 있었지만 가해 아동이 존재하지 않고, 피해 아동의 진료 내용도 청원인 주장과 다른 점을 확인하고 청원인을 추궁한 끝에 허위임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A씨가 가해학생 부모와 나눴다는 대화 메시지, A씨가 지목한 가해자 소재지도 찾아가봤지만 모두 거짓이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청원글에서 자신을 경기도 평택시에 거주하는 두 딸의 엄마라고 밝힌 A씨는 "평소 같은 아파트에 살며 교류하던 이웃의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지난 17일 집에 놀러 와 딸과 놀아주다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며 "다음날 딸의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보니 딸의 ○○가 부어 있고 아프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이틀 만에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는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국정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개설된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누구든 자유롭게 청원을 올릴 수 있어 '현대판 신문고' 역할을 3년간 해왔다.

    그러나 이번 A씨 사례 외에도 가짜뉴스나 틀린 정보에 기반한 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한 사례는 두 차례나 있었다. 정부·여당은 그간 정권에 비판적인 가짜뉴스에는 날을 세우고 대응했지만, 정작 청와대의 사실 검증 능력은 허술해 국민들이 속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허위·과장·오인 청원에 뻥 뚫린 청원 게시판

    2018년 4월에는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구해달라"며 일곱 살 여자아이의 아빠를 고발한다는 한 엄마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도 21만6163명이 동의했다.

    하지만 이 청원은 '오인 청원'이었다. 국내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 아니라 중국에서 제작·유포된 아동음란물을 캡처해 미국에 서버를 둔 음란 사이트에 올린 사진을 증거로 제시한 것이었다.

    2018년 11월에는 "도살장에서 망치로 머리를 맞던 개가 잠시 튀어나가 옆에 있는 자신의 새끼에게 젖을 물리며 죽었다. 짐승만도 못한 개 도살을 자행하는 사람들. 개 도살을 멈추게 해달라. 보신탕이 시중에서 팔리지 않게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한 달간 21만4251명이 동의했다. 하지만 영상에 나온 개는 우리나라 개농장에서 망치로 머리를 맞아 죽은 개가 아니라 태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10월 태국의 한 방송이 소개한 영상으로, 차 사고로 크게 다친 어미 개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이었다. 이를 '활동가가 군포 개농장에서 직접 목격한 개'로 둔갑시킨 것이다. 청와대는 뒤늦게 허위임을 확인했다.

    이밖에 지난 2월 '경기도 한 공원에서 청소년들에게 폭행·감금당했다'는 청원, 지난달 '청주시가 복지시설인 충북희망원의 고아들을 탄압했다'는 내용의 청원 등도 허위로 밝혀졌다.

    근본 대책 못 내놓는 靑

    한편 청와대는 허위 청원을 근절할 근본 대책을 강구하는 대신,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따른 개선만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은 19일 "국민청원은 국민이 직접 참여해 의제를 만들어가는 국민소통의 장으로, 국민청원의 신뢰를 함께 지켜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