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하루 만에 1000여 명 동의했는데… 靑 "허위사실·명예훼손 가능성" 자체 판단
  •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청와대가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 이사장을 지냈던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 사용 의혹을 밝혀달라는 국민청원 글을 13일 비공개로 전환했다.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내역을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은 이날 관리자에 의해 비공개 처리됐다. 이 청원은 등록 직후 사전동의 요건인 100명을 넘겼고, 하루 만에 10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정의연의 최근 기자회견을 거론하며 "기부금 사용 내역은 공개 못하겠다고 했다"며 "선한 의지로 코 묻은 아이들이 낸, 피땀 흘려 번 월급을 쪼개가며 수많은 사람이 기부한 피 같은 돈을 만일 단 한 푼이라도 개인의 사리사욕에 썼다면 희대의 경악스러운 비리, 공금횡령사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이어 이번 사건을 "기부의 선한 목적과 동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전 국민에게 충격적인 배신감을 안겨준 사건"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진실을 밝혀줄 것을 청원한다"고 호소했다.

    "전 국민에게 충격적 배신감 안겨준 사건"
      
    앞서 지난 7일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에) 현금 들어오는 거 알지도 못한다" "내게 벽시계 하나도 사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후 윤미향 이사장의 '딸 고액 유학' 논란과 함께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이 확산했다.

    국민청원 요건에 따르면 ▲중복 ▲욕설 및 비속어 ▲폭력적, 선정적, 또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개인정보, 허위사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일 경우 청와대 홈페이지 관리자가 임의로 청원 글을 삭제하거나 숨길 수 있다.

    본지는 자세한 적용 요건을 묻기 위해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실 소속 신모 행정관과 통화했으나 "내 담당이 아니라서 말씀드릴 게 없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행정관은 담당자를 연결해주기는커녕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느냐"며 오히려 따져 물었다.

  • ▲ 12일 올라온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내역을 조사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12일 올라온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내역을 조사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윤미향 당선인은 정의연을 둘러싼 논란에 "보수언론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모략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친일세력의 부당한 공격의 강도가 더 세질수록 저 윤미향의 평화·인권을 향한 결의도 태산 같이 높아질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청와대는 해당 청원 글이 윤미향 씨의 명예를 훼손할 여지 또는 정의연 단체를 향한 혐오 표현이 있다고 판단해 비공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원인은 직접적인 비난 대신 "만일 단 한 푼이라도 개인의 사리사욕에 썼다면"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문제를 제기했다.

    조국 딸 입시비리 청원도 '비공개' 처리

    청와대는 정의연의 '기부금 불법 유용' 의혹도 현재로서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우선시한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8월 '조국 딸 고려대 졸업(학사 학위)를 취소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 글도 비공개 처리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조 후보자 딸의 부정입학 주장은 아직 판결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허위사실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같은 철저한 의혹 대상자 보호 기준은 야권 인사 비난 글에는 적용되지 않아 '이중 잣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청원 게시판에는 북한 김정은의 20일간 잠적이 이어지자 신변이상설에 힘을 실었던 태영호·지성호 미래통합당 당선자를 탄핵해야 한다는 글이 1만1374명의 동의를 받으며 게시된 상태다. 이 청원은 명예훼손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녀 입시부정 의혹에 관한 국민청원과 관련해서도 동의자가 20만 명을 넘자 "공정에 대한 강력한 열망을 절감했다"고 답했다. 답변자로 나선 김광진 정무비서관은 "청원인과 청원에 참여해 주신 국민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