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부터 김정은 전용열차 포착, 사망설까지…청와대 “보도 이미 파악, 계속 나오던 주장”
  • ▲ 북한 강원도 원산 특각 주변 기차역에서 포착된 김정은 전용 열차. ⓒ미국 38노스 공개 리포트 화면캡쳐.
    ▲ 북한 강원도 원산 특각 주변 기차역에서 포착된 김정은 전용 열차. ⓒ미국 38노스 공개 리포트 화면캡쳐.
    홍콩 봉황TV 부국장이 “중국 외교부장 조카에게 들었다”며 “김정은이 25일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상업용 위성에는 김정은 전용열차가 지난 21일 이후 강원도 원산에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 인민해방군 의료진 50명이 북한으로 간 사실도 거듭 확인됐다. 지난 25일은 인민혁명군 창건일이었지만 김정은도 나타나지 않았고, 공식 행사도 없었다.

    38노스 “김정은 전용열차 원산에 계속 머물러”

    미국 스팀슨 센터의 북한전문연구 프로그램 ‘38노스’는 25일(현지시간) “강원도 원산 소재 최고지도자 전용 역사(驛舍)에 김정은 전용열차가 서 있는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정은 전용열차는 최소한 지난 21일부터 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38노스는 설명했다.

    김정은 전용열차는 약 250미터 길이로, 역사 지붕에 부분적으로 가려져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지난 15일 위성사진에는 없었지만 21일과 23일 사진에는 열차가 포착됐다. 즉 15일 이후 21일 이전에 원산에 도착했다는 말이라고 38노스는 분석했다. 김정은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지난 11일 현지지도는 원산에서 북동쪽으로 약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순천 공항 소재 공군부대라고 38노스는 지적했다.

    38노스는 “전용열차가 원산에 있다는 것이 김정은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거나 그가 현재 어디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김정은이 현재 북한 동해안 원산의 특각에 머물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무게를 실어준다”고 풀이했다.

    원산 특각은 갈마해양관광지구 인근에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부터 2020년 4월 15일 원산 갈마해양관광지구 준공식을 열 것이라고 호언해 왔다. 그러나 준공식은 열리지 않았다.

    일본 아사히 “중국 인민해방군 의료진 50명, 북한에 파견 확인”

  • ▲ 2018년 4월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면담을 하는 김정은. 중국은 김정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쑹 부장을 보내 왔다. 쑹 부장은 이번에 의료진과 함께 북한에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4월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면담을 하는 김정은. 중국은 김정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쑹 부장을 보내 왔다. 쑹 부장은 이번에 의료진과 함께 북한에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본 아사히 신문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지난 23일 또는 그 이전에 베이징 소재 301병원(인민해방군 총의원) 소속 의료진 50명을 북한에 보냈다”고 23일 보도했다. “의료진을 북한에 보낸 사실은 25일 중국 공산당 관계자를 통해 확인했다”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담당하는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의료진을 이끌고 북한에 갔으며, 동행한 의료진 모두 공산당원 중에서 선발했다”고 아사히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301병원은 역대 지도자들의 건강관리와 치료를 맡아온 의료기관으로, 중국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의료진 파견이 김정은의 건강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으며, 우한코로나 대응에 협력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CNN부터 홍콩 봉황TV까지 이어져 나오는 퍼즐

    김정은 위중설은 지난 21일 미국 CNN의 보도로 처음 제기됐다.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했다. 이날 한국 정부는 “김정은이 원산에 머물고 있으며,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는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위중설을 부인했다.

    앞서 20일에는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김정은이 심혈관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회복 중”이라고 보도했다. 16일에는 북한인권단체 ‘북민전TV’가 “김정은이 김일성 생일에 등장하지 않았다.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는 유튜브 방송을 내보냈다.

    24일에는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중국 공산당 고위 관계자에게 들었다”며 “김정은이 회생불능 상태에 빠졌다. 사실상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본지는 “김정은이 지방 현지지도 일정 중 심장관상동맥 관련 수술을 받다 의료진의 실수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중국이 북한에 의료진을 급파했다”는 중국 의료계 단체 대화방 내용을 보도했다.

    일본 ‘슈칸 겐다이’도 이날 중국 공산당 관계자를 인용해 “김정은이 지방에서 현지지도를 하던 도중 가슴을 움켜잡고 쓰러져 심장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다가 잘못돼 뇌에 산소 공급이 안 돼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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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이 25일 사망했다"는 홍콩 HKS TV 부국장의 웨이보. ⓒIB타임스 싱가포르판 화면캡쳐.
    25일에는 영국 로이터 통신이 “중국 의료진 50명이 북한의 요청을 받고 급파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료진을 보낸 것이 김정은의 건강 문제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6일에는 일본 아사히 신문이 “중국 공산당 관계자에게 확인했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미국 38노스는 “김정은 전용열차가 21일 이후 원산에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홍콩 HKS TV 부국장이 “김정은이 25일 사망했다”는 글을 웨이보에 올렸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 유추할 수 있는 시나리오

    지금까지 내외신을 통해 드러난 사실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김정은은 21일을 전후로 원산 지역에 갔다. 이후 원산 일대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25일 인민혁명군 창건 기념일에 원산 일대에서 행사를 가질 계획이었다. 그러던 중 23일 심혈관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일단 중국에 전문 의료진 파견을 긴급 요청했지만 심장질환 특성상 몇 시간 넘게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 긴급히 스텐트 시술을 시도했다. 그러나 의료진의 실수로 뇌 산소 공급이 안 돼 김정은이 뇌사 또는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몇 시간 뒤 중국 의료진이 도착했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북한과 중국 지도부는 김정은의 상태를 어떻게 발표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뇌사일 경우에는 장기 심부전으로 사망 판정이 가능하지만 식물인간일 경우에는 의식만 없을 뿐 생리활동은 계속되기 때문에 사망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북한 리더십 공백이라는 위기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즉 북한 내 특이동향이 발생한 것이다.

    장성민 “문 대통령, 김정은 유고 관련 대국민 입장 발표하라” 청와대 “별도 대응 안 해”

    외신에서 김정은 사망설까지 제기되자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은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북한 김정은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입장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 ▲ 청와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집무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뉴데일리 DB.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청와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집무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뉴데일리 DB.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성민 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이 보름 째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엄청난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정부는 “북한 내 특이동향이 없다”는 말만 내놓는다며 “정부는 북한을 모르는 북맹(北盲)이냐, 혹시 이런 무책임한 정부 발표에 어떤 의도와 목적이 감춰져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북한 내 최고지도자의 국정 공백이 한반도에 얼마나 심각한 리스크를 초래하는지 문재인 대통령은 모르느냐 아니면 의도적으로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는 것이냐, 북한 정부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무슨 특별한 뜻이 있는 것이냐”며 “문재인 정권에게는 도대체 어떤 사태가 북한의 특이 동향이냐”고 장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를 거듭 비판했다.

    장 이사장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보고받고 있는지, 미국·중국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지 물은 뒤 “대통령은 김정은 유고(有故)로 인한 한반도 위기 상황에 어떤 긴급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국민들 앞에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북한 내 특이동향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6일 본지 통화에서 “해당 보도는 이틀 전인가 홍콩에서 이미 나왔던 내용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CNN의 지난 21일 보도 이후 계속 나오고 있는, 유사한 소식 중 하나로 본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사망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이냐 묻자 이 관계자는 “그런 거에 무슨 입장까지”라며 허허 웃었다.

    한편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와 외교부는 김정은 사망설이 영국과 중화권 매체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에도 26일 현재까지 아무런 설명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 국영매체들 또한 김정은의 현지지도나 동정 등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