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PD "이유도 없이 갑자기 '폐지' 통보받아"… 국방TV "회의 거쳐 두 달 전 통보" 반박
  • ▲ 지난 22일 폐지된 국방TV의 '토크멘터리 전쟁사' 방송 화면. ⓒ국방TV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 지난 22일 폐지된 국방TV의 '토크멘터리 전쟁사' 방송 화면. ⓒ국방TV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최근 국방홍보원이 운영하는 국방TV의 '토크멘터리 전쟁사(토전사)'와 '본게임'이 2주 간격으로 폐지돼 논란이 일고 있다. '토크멘터리 전쟁사'는 지난 22일 20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고, '본게임'은 지난 9일 방영된 140회가 마지막 방송이었다.

    방영과 동시에 유튜브에도 게재된 두 프로그램은 매회 수십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자랑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특히 '토크멘터리 전쟁사'의 경우, 방송 초기 조회수가 100만회를 훌쩍 넘길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처럼 국방TV에서 가장 인기가 높고, '최장수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던 '토크멘터리 전쟁사'와 '본게임'이 한꺼번에 폐지되자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한 시청자는 "국방TV의 인기 컨텐츠가 하루 아침에 폐지된 것은 올해 초 취임한 '한겨레 출신' 국방홍보원장의 정치 성향 때문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가 출연하는 '본게임'만 폐지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토크멘터리 전쟁사'까지 함께 폐지해 '물타기'를 시도한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시청자는 '토크멘터리 전쟁사 마이너 갤러리'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토전사'가 폐지된 이유는 출연진이 역사적 사실을 말해서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코로나 방역 성과를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님의 공으로 돌리는 그분들 입장에서는 나폴레옹 군사정부의 공을 말하는 이 프로그램은 사라져야 마땅한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청자는 "199화 1분 11초부터 나폴레옹이 황제가 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임용한 박사님(한국역사고전연구소장)이 '자코뱅이 잡으면 노동자는 살만하겠지 했지만, 경제폭락에 얘들이 하는 건 죽이는 거 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제3세계 군사독재 체제 등장이 사회를 안정시킬 때가 있다'는 객관적 사실을 설명한 대목이 '높으신 분'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TV "'식상하다'는 시청자 의견 반영… 정치적 이슈와 무관"


    이에 국방TV는 "다소 식상하다"는 시청자 의견을 반영해 프로그램 개편을 한 것이지 '정치적 이슈'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국방TV 관계자는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프로그램이 너무 오래돼 토크쇼가 진부하고 식상하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있었다"며 "3~4년 방송하다보니 소재가 고갈되고 피로도까지 쌓여 '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식이 다 돼 폐차한 것을 두고 '더 굴러갈 수 있는데 왜 폐지하냐'고 따지고 들면 할 말이 없다"며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계속 같은 반찬을 주면 질린다. 방송사 입장에서 개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신임 원장님이 부임하기 전부터 총 4개 프로그램에 대한 개편 계획이 잡혀 있었는데, 일각에선 별개인 두 사안을 한데 엮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시도에 어떤 저의가 담겨 있지 않나 의심이 된다"고 지적했다.

    박창식 국방홍보원장도 "단순한 프로그램 폐지가 아니라, 시청자들의 의견과 고민을 반영해 업그레이드 시켜보자는 차원에서 새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라며 프로그램 개편에 다른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원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유용원 기자는 정치적 편향을 갖고 활동하는 분도 아니고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분이라 '자진하차'하겠다고 할 때도 아쉬웠고, 국방TV 직원 누구도 그만두라고 한 사람이 없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유 기자를 배제하거나 프로그램을 종영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앞서 유용원 기자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개인사정으로 '본게임'을 자진하차했다"며 하차한지 6주 만에 방송이 종영될지 미리 알고 그만둔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원장은 또 "무기의 세계를 다루는 프로그램(본게임)과 전쟁사(토크멘터리 전쟁사) 소재를 통합해 '밀리터리M'이란 가제로 오는 7월 새 제작사를 선정하는 중"이라며 "향후 군부대 현장을 취재해 프로그램 품질을 높이고 이러한 군사지식 프로그램은 종전보다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국방TV와 국방홍보원장 모두 "'시청자의 의견'을 반영해 두 프로그램을 폐지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시청자들은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고 ▲기관의 취지에도 부합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는 프로그램이 특별한 이유없이 폐지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신임 국방홍보원장, 과잉충성으로 '토전사' 폐지 의혹"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국방TV 프로그램 '토크멘터리 전쟁사' 프로그램의 폐지 이유를 밝혀달라"는 청원글을 올린 네티즌 A씨는 '국방부 유튜브 구독자 수 4만1천명' '국방TV 유튜브 구독자 수 41만9천명', 이 수치의 차이는 국방TV 인기 컨텐츠 '토크멘터리 전쟁사'의 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국방TV의 다른 인기 프로그램인 '본게임'의 급작스러운 종영과 '토크멘터리 전쟁사'의 종영 소식은 여러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와 더불어 새로 부임한 국방홍보원장이 종영을 결정했다는 루머가 돌면서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혹시라도 루머처럼 출연자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새로 부임한 원장이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면 과연 이것이 전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A씨는 "'토크멘터리 전쟁사'는 국방TV에서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인 동시에 국방홍보원의 목적과 역할을 그 어느때보다 잘 수행하게 만드는 기재가 되고 있다"며 "그런 프로그램이 특별한 이유없이 폐지된다면 현재 제기되는 루머들을 사실로 믿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게시물은 24일 오전 11시 현재 1095명의 동의를 얻었다.

    비슷한 시기에 청와대 청원글을 올린 네티즌 B씨는 "국방TV 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본게임'과 '토크멘터리 전쟁사'가 시청자에 대한 아무런 사전 양해 없이 폐지되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두 프로그램의 유지와 박창식 국방홍보원장의 경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B씨는 "애당초 대통령도 인정하는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던 한겨레 출신 인사가 국방홍보원장에 취임하자마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정상이냐"며 "정권 초기부터 대통령을 못 까내려서 안달이던 한겨레가 총선 결과가 나오니 여태 잘못한 걸 감추겠답시고 (과잉충성하려고) 조선일보 기자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날려버리고, 그것만 날리면 구설이 나오니까 '토크멘터리 전쟁사'까지 날려버리는 걸로 밖에는 안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세금으로 돌아가는 국방TV에서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프로그램 2개를 자신의 입맛과 출연진의 직장을 이유로 날려버리는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국방홍보원장을 용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청원글은 24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4664명의 동의를 얻었다.

    제작 PD "일방적으로 '종영' 통보받아… '폐지 이유'도 못 들었다"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처음부터 기획·제작한 C씨도 23일 유튜브 채널 댓글란을 통해 "국방TV에서 밝힌 '토크멘터리 전쟁사' 폐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20년 넘게 수많은 프로그램을 제작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매우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C씨는 "4년간 고생하신 임용한 박사님, 이세환 기자님 그리고 준이(MC 허준)와 지연이(MC 윤지연)에게 미안하고, 또한 함께 제작한 후배PD들과 작가들한테도 미안한 마음에 글을 올린다"며 "'토크멘터리 전쟁사가 다소 지루하다는 시청자 의견이 있었다'는 국방TV 측 글을 보고,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허탈감과 모욕감조차 들었다"고 말했다.

    C씨는 "물론 방송이 지루하고 재미없고 시청률이 안 나오면 폐지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게 당연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출연자·제작진과 제대로 된 회의를 먼저 하는 게 순서가 아니냐"며 "국방TV는 마지막 녹화날까지 이렇다 할 폐지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지를 통보함으로써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개편 논의… 종영 시점, 지난 2월에 통보"


    이 같은 C씨의 주장은 "작년부터 내부적으로 '토크멘터리 전쟁사' 등을 폐지하는 개편안을 논의했었다"는 국방TV 측의 입장과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TV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서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는 분들이 계신데, '토크멘터리 전쟁사' 등을 폐지한 것과 새로 임용된 박창식 국방홍보원장님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이미 작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려는 기획 회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맨날 앉아서 자료화면이나 틀고, 낄낄대고 얘기만 하는 모습이 식상하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있었고, 아이템마저 자꾸 중복되는 등 프로그램의 피로도가 상당히 쌓인 상태였다"며 "그래서 회의를 거쳐 지난 2월 담당 스태프들에게 유선과 구두로 개편 통보를 다 했는데, 이제와서 국방TV가 자기들 사탕을 뺏은 것처럼 문제를 제기하니 너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프리랜서 제작진 입장에서는 서운한 감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들에게 더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저희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총 4개 프로그램의 개편 시점과 사정을 충분히 다 알려줬는데 유독 두 프로그램만 억울하다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