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委, 2월부터 양형기준 상향… 검찰 수사 대상 90명에 고민정 포함… 20대 국회, 허위사실공표 당선무효 '0명'
  • ▲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부장검사 배용원)는 15일 자정 기준, 선거사범 1270명을 입건하고 그 중 16명을 기소했다. ⓒ정상윤 기자
    ▲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부장검사 배용원)는 15일 자정 기준, 선거사범 1270명을 입건하고 그 중 16명을 기소했다. ⓒ정상윤 기자
    대법원이 지난 2월부터 선거사범 관련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4·15총선의 선거사범 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총선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수사 중인 당선자가 모두 90명에 이르는 데다, 선관위의 수사 의뢰 대상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서울 광진을 당선자와 홍준표 무소속 대구 수성을 당선자 등도 포함돼서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15총선에서 선거법 위반행위로 선관위가 고발 등 조치한 건수(15일 기준)는 모두 767건이다. 이 가운데 수사를 의뢰한 건은 26건, 고발 건은 213건, 경고 등에 그친 사건은 528건이다. 이들 건수에는 허위사실공표죄(선거법 250조)·부정선거운동죄(255조) 등이 포함됐다. 20대 총선의 경우 고발 184건, 수사 의뢰 52건, 경고 등 978건 등 1214건이었다.

    15일 기준 선관위 수사 의뢰 26건, 고발 213건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당선자 90명을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부장검사 배용원)는 15일 자정 기준 선거사범 1270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16명을 기소했다. 당선자 중 94명이 입건됐고, 이들 중 90명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나머지 당선자 4명은 불기소 처분했다. 이는 고소·고발을 비롯해 선관위가 조치한 사건도 포함된 수치다.

    선관위가 조치한 이들 중에는 고민정 당선자 등도 포함됐다. 고 당선자는 선거운동원 자격이 없는 한 주민자치위원의 지지 발언을 공보물에 게재,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60조1항, 250조)다.

    고 당선자는 '허위학력 기재' 혐의로 고발당한 건도 있다. 미래통합당 당원들은 지난달 고 당선자가 경희대 국제캠퍼스를 졸업하고도 SNS에 '경희대 졸업 서울'이라고 기재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경쟁자였던 오세훈 통합당 후보 측은 지난 5일 후보자 토론회에서 "고 후보 학력을 구글에서 검색하니 (경희대) 서울 캠퍼스로 나온다"며 "판례도 있고 검찰 선례도 있는데 이는 당선무효형"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홍준표 무소속 당선자도 경쟁 후보에 의해 고발됐다. 홍 당선자 관련 여론조사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252조)는 게 고발 이유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홍준표·고민정 당선자 등 모든 당선자를 대상으로 한 선관위의 구체적 조치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20대 총선 당선자 가운데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은 경우는 얼마나 될까. 검찰은 20대 총선 당선인 가운데 104명을 입건해, 이 중 36명을 기소했다. 7명이 최종적으로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금품 제공, 선거사무장의 선거범죄 등이 이유였다.

    20대 총선 후 기소된 의원 중 '허위사실공표'로 당선무효형 없어

    눈길을 끄는 것은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는 없다는 점이다. 다만 최근 사례로 좁히면, 대법원 판단을 앞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가 있다. 이 지사는 지난해 9월6일 수원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임상기) 심리로 진행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선거법 위반 관련 선고공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해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부분을 유죄로 본 결과다.

    변수는 지난 2월부터 시행된 대법원 양형기준이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 전 대법관)는 1월6일 '선거범죄 수정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했다. 양형기준은 법관의 형 선고 기준이 된다.
  • ▲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자 중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이들은 없었다. ⓒ정상윤 기자
    ▲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자 중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이들은 없었다. ⓒ정상윤 기자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선거사범 관련 양형기준은 이렇다. 우선 기본 양형기준은 △징역 10월 이하, 벌금 200만~800만원(당선 목적의 허위사실공표) △징역 6~2년, 벌금 500만~1000만원(낙선 목적의 허위사실공표) △징역 8월 이하, 벌금 100만~300만원(후보자 비방) 등이다. 허위사실공표, 후보자 비방의 정도가 약한 경우 등은 감형 사유다.

    선거운동 방법 위반의 경우 벌금 70만~200만원, 당내 경선·후보자 등을 매수하는 경우는 기본 징역형의 기준이 양형기준에 담겼다. 여론조사 결과 왜곡 공표 또는 보도죄는 5년 이하 징역, 400만~2000만원 벌금형으로 상향조정됐다.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선거법의 경우 재판장 재량이 많이 작동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당선을 무효로 만들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그동안 법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다소 깐깐하게 판단했다"며 "자격상실에 해당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하는 대신, 벌금 80만원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만 "양형기준은 형량에 많이 반영되는데, 이번에 선거법 관련 양형기준이 상향돼 향후 판단은 잘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일부 법조인들은 과거 선거법 위반 여부에 따른 사법부의 판단이 엄격했다고 말한다. 당선무효형 판단이 드물다는 말이다. 다만 양형기준이 상향조정돼, 이번 총선 당선자 중에서 당선무효형이 나올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온다.

    선거법 위반 사법부 판단 '엄격'… 기준 상향돼 당선무효형 가능성도

    강태근 법률사무소 '신록' 변호사는 "양형기준은 형량 선고에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허위사실공표죄 성립 여부는 그 내용이 지엽적인 부분이어서 유권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면 기소가 안 될 것"이라며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항소심 판단은 허위사실공표죄를 엄격하게 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오현 변호사는 "법원이 양형기준을 참작하지만, 선거법의 경우 당선자 자격상실 문제로 이어지다 보니 가능한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원이라는) 그 부분을 고려해 양형 참작 사유를 반영해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 혐의는 허위 여부, 고의가 있었는지, 위법성·공익성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선거 캠프에서 (선거범죄 행위를) 몰랐다면 캠프 담당자 한 명만 처벌하고 끝날 수 있겠지만, 관리를 안 한 것이라면 (후보자도) 처벌 가능하다"며 "선거 캠프의 최종 책임자로서 후보자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면 당선무효형인 죄로 인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법조인은 "그동안 법원이 정치인에 대한 선거법 위반 양형을 많이 봐준 측면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은 '허위사실은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의 구체성을 가져야 하고, 단순한 가치 판단이나 의견 표현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사실과 의견표현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전체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2018도10447)' '미필적 고의에 의해서도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된다(99도5190, 2015도1022 등)' 등의 판단을 내렸다.

    허위사실공표죄는 후보자를 당선 혹은 낙선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연설·언론·벽보·선전문서 등에 허위사실을 올려 배포한 경우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