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조씨가 흥신소 사장 사칭해 가족 협박"… 윤장현 "조씨가 JTBC 출연시켜주겠다고 제안"
  • ▲ 손석희 JTBC 사장은 25일 오후 JTBC를 통해
    ▲ 손석희 JTBC 사장은 25일 오후 JTBC를 통해 "조주빈이 가족을 해치라 사주받았다 해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정상윤.
    손석희(64) JTBC 사장이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 씨에게 협박당해 금품을 준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윤장현(71) 전 광주시장 역시 조씨 일당에게 사기를 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조씨 일당에게 피해를 당한 후에도 경찰 등 수사기관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손석희 "'위해 사주' 증거 확보 차원에서 돈 건네"


    미성년자 등에게 촬영을 강요한 성착취물을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씨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면서 '피해자들한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돌연 손 사장과 윤 전 시장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JTBC는 이날 오후 공식 성명을 내고 "조주빈이 당초 손 사장에게 흥신소 사장이라며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했다"며 "조씨가 김웅 기자로부터 손 사장과 가족들에 대한 '위해 시도'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해 조씨에게 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JTBC 측에 따르면, 조씨는 "손 사장과 분쟁 중인 김 기자가 손 사장과 그의 가족을 상대로 위해를 가할 '행동책'을 찾던 중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속였다.

    JTBC는 "조씨가 직접 김 기자와 대화를 나눈 것처럼 조작된 텔레그램 문자 내용까지 제시했고, 조씨의 텔레그램 내용은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조작돼 있어 이를 수사하던 경찰마저 진본인 줄 알 정도였다"며 "이 때문에 한동안 손 사장과 가족들은 불안감에 떨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와 별개로 손 사장은 아무리 김 기자와 분쟁 중이라도 그가 그런 일을 할 사람이라고는 믿기 위려워 계좌 내역 등 증거를 제시하라고 했다"며 "이에 조씨가 금품을 요구하는 바람에 증거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손 사장이 이에 응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씨는 증거들을 제시하지 않았고, 잠적한 후 '박사방 사건'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JTBC 측은 흥신소 사장이라고 접근한 사람이 조주빈이라는 사실은 경찰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다만 손 사장이 조씨에게 건넨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이나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위해를 가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 실제로 있다면 설사 조주빈을 신고해도 또 다른 행동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에 매우 조심스러워 신고를 미루던 참이었다"며 "정말 혹여라도 그 누군가 가족을 해치려 하고 있다면 그건 조주빈 하나만 신고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 ▲ 경찰은 윤장현 전 광주시장 역시 조주빈 일당에게 사기를 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뉴시스
    ▲ 경찰은 윤장현 전 광주시장 역시 조주빈 일당에게 사기를 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손 사장과 함께 언급된 윤장현 전 광주시장 역시 조씨 일당에게 금품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조주빈 등이 제작한 동영상을 시청한 것은 아니며 다른 사기행각에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윤장현, 조씨에 사기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

    윤 전 시장 측에 따르면, 지난해 '최 실장'으로 불리는 남성이 윤 전 시장에게 "JTBC에 출연해 억울함을 해명할 기회를 갖도록 해주겠다"며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했다. 당시 윤 전 시장은 2018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73) 여사 사칭범에게 4억5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재판 중이었다.

    윤 전 시장은 '최 실장'과 전화통화 뒤 JTBC 방송국을 찾아 당시 손 사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은 활동비를 요구하는 최 실장에게 수고비까지 건넸지만, 원했던 인터뷰 출연 약속은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윤 전 시장 측은 이번 사건을 직접 경찰이나 수사기관에 고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윤 전 시장이 만난 최 실장이 조씨인지, 조씨의 지시를 받은 제3자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조씨가 윤 전 시장을 언급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경찰이 "성착취물 관련은 아니다"라고 밝힌 점으로 볼 때 사실상 조씨가 자신의 사기행각을 인정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해 배후에서 조종하는 방식 역시 조씨의 범행특성과 닮았다는 분석도 있다.

    다음은 JTBC 측이 밝힌 공식 성명 전문이다.

    박사방 조주빈 발언에 대한 JTBC 손석희 사장의 입장을 밝힙니다.

    박사방 조주빈은 당초 손석희 사장에게 자신이 흥신소 사장이라며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손 사장과 분쟁 중인 K씨가 손 사장 및 그의 가족들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본인에게 접근했다'고 속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K씨와 대화를 나눈 것처럼 조작된 텔레그램 문자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조주빈이 제시한 텔레그램에는 'K씨가 손석희 사장이나 가족을 해치기 위해 자신에게 이미 돈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텔레그램 내용은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조작돼 있어서 이를 수사하던 경찰마저도 진본인 줄 알 정도였습니다. 이 때문에 한동안 손석희 사장과 가족들은 불안감에 떨었습니다. 이미 손석희 사장의 가족들은 '태블릿 PC' 보도 이후 지속적인 테러 위협을 받은 바 있어 늘 민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와 별개로 손석희 사장은 아무리 K씨와 분쟁 중이라도 그가 그런 일을 할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워 '사실이라면 계좌 내역 등 증거를 제시하라'고 했습니다. 이에 조주빈은 금품을 요구했고, 증거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석희 사장이 이에 응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주빈은 결국 요구한 증거들을 제시하지 않고 잠적한 후 검거됐습니다.

    위해를 가하려 마음먹은 사람이 K씨가 아니라도 실제로 있다면 설사 조주빈을 신고해도 또 다른 행동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에 매우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신고를 미루던 참이었습니다. 정말 혹여라도 그 누군가가 가족을 해치려 하고 있다면, 그건 조주빈 하나만 신고해선 안 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근거를 가져오라고 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흥신소 사장이라고 접근한 사람이 조주빈이라는 것은 검거 후 경찰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상이 손석희 사장의 입장입니다.

    JTBC는 손석희 사장과 그 가족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하며 향후 대응 역시 적극 지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