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공관위장 물러나자 '위원 전원 사퇴' 우려…이석연 "한 명이라도 손대면 전원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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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이 전날 서울 강남병에 전략공천한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친문' 논란에 휩싸이자 책임을 지겠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하지만 그 이면에는 '친박계와 알력'이 존재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이 '쇄신공천'을 명분으로 친박계 의원들을 대거 물갈이하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측근 지키기'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는 것이다.김형오 "김미균, 앞길 탄탄한 인재… 상품 좋아도 사지 않으면 안 돼"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든 사태에 책임지고 오늘부로 공관위원장직을 사직한다"고 밝혔다.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저의 사직으로 인해 통합당을 중심으로 보수의 중심가치를 잘 굳혀나가기를, 더 단합하면서 국민에게 정성을 많이 들여 국민의 지지와 기대를 받는 당으로 커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 위원장 사퇴의 표면적 배경은 서울 강남병에 전략공천한 김미균 시지온 대표의 정체성 논란이다. 1986년생인 김 대표는 악플 방지 서비스를 개발한 30대 여성 스타트업 대표다.전날 김 위원장은 김 대표를 서울 강남병 후보로 전략공천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직후 당 내부에서 김 대표의 과거 '친문(친문재인)' 행적을 문제 삼았다. 김 후보가 19대 대선 당시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에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자랑스럽게 공개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다.김 후보가 유시민·송영길·노회찬재단, 문 대통령 홍보 페이지 등에 '좋아요'를 누른 점도 도마에 올랐다.김 위원장은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사지 않으면 안 된다"며 "김미균 후보, 원석 같은, 그리고 앞길 탄탄한 분을 어제 (발표)했는데, 부득이 철회해야 하는 심정에서 인간적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제가 사직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김형오, 친황계의 공천 개입 우려해 사퇴"하지만 실질적 배경은 황 대표 등 지도부와 갈등 탓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김 위원장의 공천에 불만을 가진 지도부가 본격적인 공천 개입을 시작하자 김 위원장이 물러났다는 것이다.전날 황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관위가 그동안 노력했지만 일부 불공정 사례가 지적되고 있고 내부 반발도 적지 않게 일고 있다"며 지역구 6곳의 공천 재심의를 요구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 중 인천 연수을, 대구 달서갑의 우선추천 방침을 철회하고 경선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컷오프(공천배제)됐던 '친황계'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을)이 기사회생했다.이와 관련,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정치학과 교수는 "미래통합당의 현재 주류는 친박계와 그로부터 파생된 친황계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이들을 전부 몰아내려 하니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며 "이에 본격적으로 공천 개입이 시작될 것 같으니 사퇴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통합당의 한 관계자도 "김형오 위원장으로서는 전날 2곳의 공천을 번복한 것부터 (자존심에) 큰 상처였을 것이다. 자신이 결정한 내용을 두고 황 대표가 공개적으로 개입한 꼴 아니냐"며 "주류 친박들의 집단반발과 무소속으로 이탈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황교안, 김형오 견제하려 김종인 끌어들였나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등판이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김종인 전 위원장은 통합당 상임선대위원장 수락 조건으로 당내 '공천 잡음 해결'을 내걸었다.김종인 전 위원장은 특히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를 전략공천한 서울 강남갑과 최홍 전 맥쿼리투자자산운용 사장을 우선 추천한 강남을 공천을 콕 집어 비판했다. 태 전 공사는 김형오 위원장이 영입한 인재다. 최 전 사장은 2012년 총선 당시 김형오 위원장의 지역구였던 부산 영도를 이어받으면서 '김형오 후계자'로 불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영입함으로써 김형오 위원장을 견제하려 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황교안 '공관위' 손대나… 이석연 "전원 사퇴" 초강수이를 방증하듯 당장 통합당 내에서는 '김형오 공관위'가 전면 해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형오 위원장의 사퇴로, 공관위는 이석연 부위원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방침이었다. 그런데 이날 정치권에는 "통합당 지도부가 새 공관위원장을 영입하면서 일부 공관위원을 교체하려고 한다"는 말이 무성했다.이에 이 부위원장은 "만약 (황 대표가) 새로운 공관위원장을 뽑거나 공관위원 단 한 사람이라도 손댄다면 전원 물러나겠다"고 즉각 초강수를 뒀다.이와 관련해 한 정치학과 교수는 "현 체제로 간다면 친박‧친황계 입김이 제대로 작용할 수 없으니 아예 체제를 흔들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