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장기화 조짐, 대형 마트 진열대 '텅텅'… "라면 품절 처음 봤다" 시민들 황당
  • ▲ 인천의 한 대형 할인마트 신선식품 코너. 대부분의 상품이 판매된 상태다. ⓒSNS 캡쳐
    ▲ 인천의 한 대형 할인마트 신선식품 코너. 대부분의 상품이 판매된 상태다. ⓒSNS 캡쳐
    인천시 송도에 사는 심모(32·여) 씨는 25일 오후 동네 대형 할인마트에 들렀다 깜짝 놀랐다. 라면 등 가공식품 코너가 텅 비었고, 돼지고기·야채 등 신선식품 코너마저 드문드문 비었기 때문이었다. 심씨는 "라면이 품절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이날 처음 봤다"며 황당해 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모(29·남) 씨도 심씨와 같은 경험을 했다. 김씨는 지난 24일 오후 인근 대형마트를 찾았다 텅 빈 진열대를 보고 허탈감에 빠졌다. 사람들이 카트마다 라면을 비롯해 여러 품목의 인스턴트·가공식품을 쌓아 놓은 모습도 보였다. 김씨는 "전쟁이 나서 식료품을 그러모으는 것 같았다"고 개탄했다.

    우한폐렴 장기화 조짐…국민 불안감 커진 탓

    대형 할인마트를 중심으로 생필품 '조기 품절' 현상이 나타났다. 우한폐렴(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 100명 이상 추가되면서 사태가 장기화 조짐이 보이자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조기 품절 현상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마스크나 손 소독제 등의 방역용품에 국한됐던 것이 지난주부터는 식료품으로까지 확대했다는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사재기라고 할 만큼 많은 물건이 빠르게 팔린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 생수·라면·컵밥 등 품목의 판매율이 눈에 띌 만큼 올라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재고가 빠르게 소모되는 가공식품류는 유통망을 최대한 가동해 물품을 확보하고 있다"며 "늘어난 판매량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G마켓·11번가·SSG닷컴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생필품 판매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업계는 지난 주말(22~23일) 동안 식품을 비롯한 생필품 판매가 급증했다고 입을 모았다. 

    G마켓에서는 지난 주말 사이 가공식품 판매가 전년 동기(2019년 2월23~24일) 대비 178% 늘었다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라면(434%), 통조림·캔(393%), 즉석밥(383%)의 판매량 두드러졌다. 신선식품 역시 마찬가지다. 신선식품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6% 올랐다. 이 중 김치와 쌀이 각각 225%, 355% 더 팔렸다. 이밖에 생수·탄산수가 270%, 바디·헤어 품목이 163% 올랐다.

    SSG닷컴도 상황은 똑같았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라면 판매가 전년 동기(2019년 2월20~24일) 대비 343% 증가했다. 이밖에 △통조림 433.8% △생수 287.9% △즉석밥·레토르트·가정간편식 261.4% △쌀 241.1% △채소류 193% △화장지·물티슈 136% △세탁·주방용품 95.7% 순으로 매출이 상승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하면서 "업계에서는 '사재기'라는 표현을 쓰기 꺼려하는 상태"라며 "자칫하면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업체가 이번 물품대란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출이 급증한 품목은 최대한 빠르게 배송하고 물품을 채워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