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판사, '양승태 대법원' 판례 따라 "국가 책임 없다"… 임정엽 판사 "국가 책임 있다" 판결
  • ▲ 정경심씨. ⓒ뉴데일리 DB
    ▲ 정경심씨. ⓒ뉴데일리 DB
    법원 정기 인사로 새롭게 꾸려진 정경심(58) 씨 재판부가 '긴급조치 국가 배상책임'을 두고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어 관심을 끈다. 새 재판부는 김선희(50·사법연수원 26기)·임정엽(50·28기)·권성수(49·29기) 부장판사가 교대로 재판장을 맡는 대등재판부로 운영된다. 양승태 대법원은 2015년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행위"라며 국가에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 판례를 인용하느냐를 두고 김 부장판사와 임 부장판사의 판결이 엇갈렸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씨 재판부에서 김 부장판사와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민사부에 근무하면서 긴급조치 국가 배상책임을 두고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박정희 정권 시절 긴급조치 피해자들은 2013년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위헌결정을 내리자 재심을 청구했고, 무죄를 선고받자 국가를 대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다.

    김선희·임정엽, '긴급조치 국가 책임' 엇갈린 판결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부에 근무하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등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김 전 대통령 등은 1976년 2월 "독재로 자유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말살됐다"는 내용의 민주구국선언문을 작성하고, 명동성당에서 이를 낭독해 긴급조치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이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논리를 김 전 대통령 등 사례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양승태 대법원은 2015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 행위는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김 부장판사는 "긴급조치가 위헌으로 선언됐다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라며 공무원의 고의·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아니므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는 김 부장판사와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2018년 서울중앙지법 민사부에 부임한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긴급조치 피해자 김모 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재판을 두고 김 부장판사와 임 부장판사가 엇갈린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임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의 판례를 뒤집고 국가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봤다. "긴급조치 발령 자체가 불법이므로 수사·재판을 받은 이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할 책임이 있다"는 게 임 부장판사의 판단이었다. 

    임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고의에 의한 위법행위인 긴급조치 발령에 의해 피해자들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국가가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임 부장판사는 2014년 광주지법에 근무하면서 세월호 이준석(75) 선장의 재판을 맡아 그에게 징역 36년의 중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다만 이 선장의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 재판에서 임 부장판사는 세월호 유가족과 소통 노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재판 시작과 마무리 순서에서 절차 진행과 관련한 유가족 진술을 들었고, 증인신문 끝에도 유가족의 질문을 받았다. 같은 해 광주지방변호사회로부터 우수 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권성수 판사, '문재인 합성사진'에 벌금

    권성수 부장판사는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합성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현직 경찰관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권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경찰공무원으로 누구보다 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후보자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도 크게 훼손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선희·임정엽·권성수 부장판사)는 오는 27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의 5차 공판기일을 연다. 25형사부는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됐다. 기존 재판장이던 송인권(52·25기) 부장판사는 서울남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씨의 공판이 아직 다섯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고 증인신문 절차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새 재판부는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 정씨의 사건을 다시 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