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대, 충북 증평, 제주 비행대, 대구 군수사… 육·해·공군 부대서 확진자 잇달아
  • ▲ 정경두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군 수뇌부와 함께 우한폐렴 확산예방을 위한 회의를 갖고 군 장병들의 휴가와 면회 등을 22일부터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국방부 제공.
    ▲ 정경두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군 수뇌부와 함께 우한폐렴 확산예방을 위한 회의를 갖고 군 장병들의 휴가와 면회 등을 22일부터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가 우한폐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부대 장병의 외출·외박·휴가·면회를 제한한다. 또한 전역 전 휴가를 가는 장병들은 복귀하지 않고 그대로 전역 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21일 이미 각 부대에서 우한폐렴 확진자가 발생,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방부, 22일부터 휴가·외박·면회 제한

    정경두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오후 9시 각 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주요 직위자들과 함께 ‘국방부 확대방역대책본부 회의’를 가졌다고 국방부가 발표했다. 제주 해군부대에서 우한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데 따른 긴급회의였다.

    정 장관은 회의에서 각 군의 건의를 받아들여 22일부터 전 장병의 외출·외박·휴가·면회를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경조사 청원 휴가는 정상적으로 시행하고, 전역 전 휴가를 가는 장병들은 복귀하지 않고 바로 전역할 수 있게 일정을 조정한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정 장관은 “우한폐렴이 군 내부에서 확산하지 않도록 질병관리본부 등과 긴밀히 공조하고 특단의 방역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21일 전국 곳곳의 군부대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육군 특전사, 해군 제주항공대, 공군 계룡대 확진자 발생


    육·해·공군 부대에서 우한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은 지난 20일 알려졌다. 육군 확진자는 충북 증평의 특수전사령부 예하 여단에서 근무하는 대위다. 이 장교는 휴가 때 대구로 가서 신천지 교도인 여자친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이 장교와 접촉한 5명은 이미 격리했다”면서 추가 접촉자와 이동 경로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 ▲ 대구 주둔 육군 50사단 신병교육대 앞을 방역 중인 장병.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구 주둔 육군 50사단 신병교육대 앞을 방역 중인 장병.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휴가를 맞아 대구 고향집을 다녀온 뒤 감염 증세를 보였다는 제주 해군부대 병사는 제615비행대대 취사병으로 알려졌다. 이 병사는 지난 18일 부대로 복귀한 뒤 취사장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이 병사는 19일 기침 증상이 있자 의무대를 통해 민간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았다. 이후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부대 구급차를 타고 바로 복귀했다. 해군 측은 이 병사와 접촉한 39명을 격리했다고 밝혔다. 부대 전 장병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도 실시 중이라고 덧붙였다.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에서는 공군 중위 1명이 우한폐렴 확진판정을 받았다. 업무를 위해 대구 군수사령부에서 공군본부 기상단으로 파견된 이 중위는 확진판정 후 음압병실로 후송됐다. 계룡대에서는 이 장교와 접촉한 공군 장병 30여 명이, 대구 군수사령부에서는 50여 명이 현재 격리됐다고 공군은 밝혔다. 

    공군사관학교에서도 우한폐렴 확진자 가족이 입학식에 참석한 사실이 밝혀져 이들과 접촉한 생도 등 6명이 격리됐다. 생도 생활관 또한 일시 폐쇄됐다.

    언론들 “대구 감염 때문에 군 병력 확진자 많을 듯”

    국방부에 따르면, 20일 오후 4시 기준 우한폐렴 확진자와 접촉 등으로 격리된 군 장병은 모두 340여 명이다. 대부분 관찰대상자다. 국방부는 우한폐렴 확산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들은 앞으로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했다. 지난 10일 이후 대구·경북지역으로 휴가를 다녀온 군 장병이 5000여 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무증상 감염자가 있을 경우 부대내에서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군부대는 특성상 제한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전염병 감염 속도가 빠르다. 2009년 신종플루(H1N1) 대유행 때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당시 군에서도 신종플루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국내에서 신종플루 첫 감염자가 생긴 지 한 달도 안 돼 군인이 감염됐다. 7월 말에는 한 부대에서 35명이 한꺼번에 확진판정을 받기도 했다. 신종플루 첫 감염자가 발견되고 50일가량 지난 8월21일 군 장병 342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됐다.

    이런 전례 때문에 부대내에 우한폐렴 무증상 감염자가 있을 경우 환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