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센 “총리도 안썼는데” 호통치더니… '입항 허가' 웨스테르담 크루즈 승객 우한폐렴 확진
  • ▲ 지난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항에서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 승객들과 악수하는 훈센 총리.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항에서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 승객들과 악수하는 훈센 총리.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캄보디아 정부, 정확하게는 훈센 총리가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우리는 마스크 따위 필요없다”며 크루즈선을 받아들였고, “승객과 승무원 중에 코로나-19 감염자는 없었다”며 이들의 항공편 이용을 허락했는데 그중에 우한폐렴 확진자가 발생했다.

    캄보디아 "코로나-19 검사결과, 무르면 안 될까" 말레이시아에 읍소


    미국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는 우한폐렴 의심승객 때문에 일본, 대만, 태국, 필리핀 등에서 입항을 거부당했다. 캄보디아 정부가 지난 13일 이들을 받아들였다. ‘웨스테르담’호가 시아누크빌에 입항할 때는 훈센 총리가 마스크도 쓰지 않고 직접 환영했다.

    ‘웨스테르담’호 승객들은 캄보디아 곳곳을 여행한 뒤 공항을 통해 떠났다. 그런데 83세 미국 여성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내렸다 우한폐렴 환자임이 발견된 것이다. 이 여성이 발열 증상이 있어 공항 측이 검사를 했고, 지난 16일(현지시간)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말레이시아가 이 소식을 통보하자 캄보디아 당국은 “검사 결과를 무르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웨스테르담’호 승객들이 귀국길에 오를 때 캄보디아 보건부는 “우한폐렴 환자는 없다”고 장담했다.

    말레이시아의 통보를 받은 캄보디아 보건부는 성명을 내고 “웨스테르담호 승객들에 대한 코로나-19 감염 검사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협력해서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말레이시아 당국이 해당 검사 결과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통신은 “말레이시아 측이 두 번째 검사를 했을 때도 결과는 양성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 ▲ 훈센 총리는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 훈센 총리는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총리도 안 쓰는데 국민들이 마스크를 쓸거냐"고 말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 나라들은 캄보디아 보다 말레이시아의 발표를 신뢰하는 분위기다. 당장 네델란드 항공사 KLM은 웨스테르담호 승객 11명의 탑승을 거부했다. 결국 캄보디아 당국도 웨스테르담호 승객과 승무원의 하선을 일단 중단했다. 하지만 입항 당시 승객 1455명, 승무원 802명이 타고 있던 배에는 현재 승객 236명, 승무원 747명만 남았다. 이미 1200명 넘는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훈센 "총리도 마스크 안 쓰는데 감히 국민들이 써?"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데는 훈센 총리의 문제도 있다. 훈센 총리는 지난 1월 30일 TV연설에서 “마스크를 쓰지 말라”며 마스크를 쓴 공무원과 기자들을 내쫓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연설에서 “총리가 마스크를 쓰지 않는데 여러분이 왜 마스크를 써야 하느냐”며 “캄보디아 국민들이 직면한 진짜 징병은 SNS의 부정확한 정보로 공포에 질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이어 중국 정부의 우한폐렴 확산 방지 노력을 칭송했다. 통신은 “훈센 총리의 이런 주장은 친중 성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훈센 총리는 지난 5일에는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망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이 자리에서 “특수한 시기에 방문한 것은 중국의 방역에 대해 캄보디아 정부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며 “이번 감염 사태로 일부 국가가 극단적 제한 조치를 취했는데 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인 입국금지나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에 대한 방역조치를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