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경직성-임금체계 개편 없어 기업 부담만 가중… "총선용 매표 발언" 야당 강력 비판
  •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돌연 '고용연장' 추진을 언급하면서 현행 60세인 정년을 연장하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령 근로자를 위한 대책이라는 뜻이지만, 야권에선 "총선용 매표 카드"라며 반발했다. 재계에서도 고용연장은 기업에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주는 '정년연장'의 개념으로 해석돼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당초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9월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계속고용제' 도입을 시사했다가 "정년연장은 중장기 과제"라며 한 발 물러섰다. 현 정부 임기 중에는 결론을 내리지 않겠다며 사실상 보류를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이번에 다시 정년연장 문제를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꺼낸 것이다. 총선을 2개월 앞둔 시점에서 재계와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고서다.

    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부처 업무보고에서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하려면 여성과 어르신의 경제활동 참여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며 "고용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주 52시간 안착과 함께 연간 노동시간 1800시간대 진입을 목표로 해달라"며 '친노동' 발언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2일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어르신 고용연장'을 언급한 직후 '총선용 매표발언' '청년층 일자리 부족사태 심화' '기업 부담 가중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 등의 비판적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고 꼬집었다.

    청년 일자리 감소, 노사갈등, 일자리 양극화 등 우려

    정부가 지난해 9월 꺼냈던 '계속고용제'란 기업에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면서 정년퇴직 후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일본식 제도다. 법으로 의무가 부과되는 ‘정년연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당시 경영계는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지 얼마 안 돼 제도적 정비 없이 추가로 정년을 늘리면 부담이 더 늘어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기업들은 호봉제 등 임금체제 개편,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 없이 정년을 연장할 경우 부작용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정년만 늘릴 경우 우리 기업의 실적 악화만 더 심화할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또한 늘어나는 정년만큼 청년들의 채용이 감소할 수 있고, 동시에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간 고용의 질이 양극화할 수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는 노사갈등의 불씨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학규 "文, 코로나로 아우성인 기업 기운 빠지게 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우리 기업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으로 아우성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의 기운을 더욱 빠지게 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에 활력을 되찾아줄 대책이 시급함에도, 기업의 부담을 가중하고 미래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 고용연장을 거론하는 것이 어떠한 실용성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이어 "우리 국민이 위축되어서는 위기 극복도 할 수 없고, 경제의 활력도 다시 살려낼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안일한 사태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종합대책을 최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해성 바른미래당 정책위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고령자의 일자리를 더 늘리고, 정년을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선거운동적인 느낌이 든다"며 "고령자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