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스젠더 A씨, 숙대 법학과 신입학전형 합격… 수도권 여대 등 21개 단체 공동 반대성명 내기도
  • ▲ 숙명여자대학교 전경. ⓒ숙명여대
    ▲ 숙명여자대학교 전경. ⓒ숙명여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여성이 숙명여자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재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화여자대학교 등 수도권 여대들과 시민단체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성전환 여대생' 입학에 반대하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4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A씨(22)는 지난 1월 치러진 '2020학년도 신입학전형'에서 법과대학에 최종합격했다. 국내에서 '성전환 여성'이 여대에 최종합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첫 '성전환 여대생' A씨, 지난해 성별 정정 허가

    A씨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지난해 10월 법원에서 성별 정정을 허가받았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첫 숫자가 남성을 나타내는 '1'에서 여성을 뜻하는 '2'로 바뀌어 여대 지원 시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해당 학생이 아직 입학등록은 하지 않은 상태"라며 "규정상 성전환자의 지원이나 입학을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A씨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여대 지원 동기로 "트랜스젠더도 당당히 여대에 지원하고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저를 보면서 여대 입학을 희망하는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재학생은 학교에 항의전화를 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학내 게시판에도 ‘성전환 남성의 입학을 반대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 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익명의 18학번 학생들은 A씨의 입학에 대해 '순헌황귀비 뒷목 잡고 쓰러져… 명신여학교에 내시 입학'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대자보에서 "1906년 고종 황실의 순헌황귀비는 여성교육에 진력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민족 여성사학인 명신여학교(현 숙명여대)를 설립했다"며 "내시 입학에 순헌황귀비가 뒷목 잡고 쓰러졌다"는 비판적 글을 적었다.

    이들은 또 "여성은 터무니없는 이유로 수많은 자리를 남성에게 빼앗겼다"며 "꿈이라는 단어를 남용하며 소수자인 여성의 영역을 빼앗지 말라"고 비판했다. "트렌스젠더 입학은 숙명여대가 남성 입학을 허락한 것"이라며 "여대에서조차 여성인권이 등한시되고 있다는 뜻이고, 앞으로 숙명공학대로 탈바꿈하겠다는 뜻"이라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순헌황귀비는 숙명여대가 내시 입학을 허용하면서 공학화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숙명은 여성의 영역, 내시가 침범할 순 없다'며 뒷목을 잡았다는 후문"이라고 '성전환 여대생'의 입학을 비꼬았다.

    21개 대학·단체 반대성명… “여성 공간 침해”

    이화여대·숙명여대·서울여대·덕성여대·동덕여대 등을 포함한 21개 여성단체도 이날 트랜스젠더 A씨를 향한 반대성명을 냈다.

    이들은 "'트랜스젠더도 당당히 여대에 지원하고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해당 학생의) 발언은 여대를 자신의 변경된 성별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여대는 남자가 여자로 인정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며, 남자들이 힘을 얻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대는 여성들이 고등교육의 기회를 누리고 여성차별과 남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함을 느끼는 공간”이라며 “본인이 여자라고 주장하는 남자들이 가부장제 속 여자의 실제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여자들의 공간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성별변경 신청을 기각할 것과, 국회가 성별 변경 불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현재 학생들의 주장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고 매우 조심스러운 단계”라며 “아직 해당 학생이 입학등록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가 관련 방침을 세우거나 의견을 결정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