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관광시설에 대대적 투자…관광객 100만 명 채우려면 한국에 문 열 수밖에”
  • ▲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적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적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관광비자를 통한 북한관광’이 결국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정은은 집권 후 관광산업 육성에 막대한 돈을 들이는데, 본전을 찾으려면 한국인 관광을 무제한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태영호 “관광비자 통한 북한관광은 북한관광 전면 자유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블로그에 ‘관광비자를 통한 북한관광’ 관련 전망을 게시했다. 태 전 공사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 사실상 북한관광 전면 자유화로 나가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지금 김정은의 고민도 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북한 당국이 외화부족을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한 해 30만 명 선인 관광객을 100만 명 선으로 늘리는 것인데, 그러자면 한국사람들에게 북한관광을 전면 허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정은은 집권 후 관광산업을 북한의 차세대 먹거리산업으로 만들고자 노력해왔다고 태 전 공사는 설명했다. 김정은은 집권 초 “핵무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한 외국으로부터 대대적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자력갱생으로 외화를 벌려면 관광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광을 체제 선전이 아닌 외화벌이 수단으로 보고, 그 대상도 자연·휴식·체육·모험 등으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태 전 공사는 “그 후 8년 동안 김정은의 구상 가운데 상당부분이 현실이 됐다”며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김정은, 집권 후 관광 통한 외화벌이에 주목

    첫째는 관광비자 발급이 대폭 간소화된 것이다. 과거에는 북한에 관광비자를 신청하면 북한체제에 비판적이지 않아야만 비자를 발급했다. 때문에 비자를 받는 데 3~4주 걸렸다. 그러나 2014년 김정은의 지시로 ‘선 승인 후 검열’로 절차가 바뀌면서 비자 발급이 훨씬 빨라졌다.
  • ▲ 김정은이 한동안 개발에 열을 올리던 원산갈마해양레어지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이 한동안 개발에 열을 올리던 원산갈마해양레어지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둘째는 북한 내부에서 관광업체들의 경쟁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과거 북한관광은 국가관광총국이 독점했는데, 김정은이 2012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39호실에 감독권을 넘기고, 통일전선부·체육지도위원회·김일성-김정일청년동맹·인민군 등에도 관광사업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은 특히 2013년 3월 인민군에 “이제부터 국가 예산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집중할 테니, 일반 병종(재래식 전력을 맡은 군)은 자체적으로 생존 방도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별다른 외화벌이 수단이 없던 공군은 낡은 수송기와 헬기 등으로 관광업을 벌였다. 2016년부터 진행 중인 원산 갈마에어쇼, 낡은 항공기를 사용한 ‘하늘모험관광’이 바로 그 결과다.

    셋째는 북한관광 테마의 변화다. 김정일 때까지 북한관광이란 “어떻게 외국인을 친북주의자로 만드느냐”가 핵심목표였다고 한다. 때문에 외국인 관광도 체제선전 일색이었다. 하지만 김정은이 집권한 뒤 평양마라톤대회, 태성호 골프관광, 마식령 스키관광, 평양비행관광, 원산에어쇼, 나선시부터 판문점까지 가는 한반도 종단 자전거관광 등 테마형 상품에 삼지연 등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 역사유적 둘러보기 등 다양한 관광상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심지어 서방 관광회사들이 북한체제를 기괴한 사회로 소개하는 것마저 “달러만 벌면 그만”이라며 묵인한다는 것이 태 전 공사의 설명이다. 북한은 지난 3~4년 중국·영국·스페인·스위스 등에서 관광설명회까지 열었다고 한다.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체제 안전이냐 외화벌이냐 고민

    태 전 공사는 “한국인에게 평양을 개방한다는 것은 체제 유지에 있어 리스크”라면서도 “그러나 시간은 걸리겠지만 북한은 결국 한국인 관광을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김정은의 정면돌파 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북한관광 자유화를 통한 단독돌파 정책’이 미국의 대북제재 돌파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북한관광 자유화정책이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한국사회에 확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고, 한미동맹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김정은에게 매력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 ▲ 2017년 6월 북한에 억류됐던 故오토 웜비어의 송환 장면. 관광비자를 통한 북한 관광이 시행되려면 한국인 신변안전도 보장돼야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6월 북한에 억류됐던 故오토 웜비어의 송환 장면. 관광비자를 통한 북한 관광이 시행되려면 한국인 신변안전도 보장돼야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둘째는 외화벌이 수단이다. 석탄·광물·해산물·무기 등 과거 북한의 주력 수출품이 모두 수출금지됐고, 노동자 송출을 통한 외화벌이도 어렵게 됐다. 이런 가운데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외화 수입을 늘리는 방법은 관광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핵무기 보유를 고집하며 세계적으로 고립되는 속에서도 마식령스키장·삼지연관광지·양덕온천·원산갈마해양관광지 등을 개발한 것도 외국인 관광객 확대를 노린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설명했다.

    셋째는 김정은 스스로 관광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외국인 관광이 북한체제를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위험이라고 생각한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관광에 상당히 긍정적이다. 최근에는 북한 내에서도 신흥 부르주아를 대상으로 국내선 여객기를 운항하는 등 관광업 육성에 열을 올린다고 한다.

    태영호 “북한관광 자유화정책, 득실 치밀하게 따져야”

    태 전 공사는 “나 개인은 북한관광 자유화정책을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정부는 정책의 득실관계를 치밀하게 따져보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정은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고 대북제재를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북한관광정책은 북한에 이용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