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판사' 익명 게시판 '이판사판'에 '압수수색 거부 靑' 비판 쇄도… "영장 무시 행태 암담"
  • ▲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을 두고, 사법부 내에서도 '법치 부정'잉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을 두고, 사법부 내에서도 '법치 부정'잉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진보성향 판사들도 검찰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거부한 청와대의 '법치(法治) 부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검찰은 지난 10일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청와대가 거부해 불발됐다. 판사들은 이를 두고 "청와대가 막 나간다" "영장을 무시하는 행태가 암담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16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판사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익명 게시판 '이판사판'에는 최근 청와대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온다.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을 두고 "위법·위헌이다" "청와대가 막 나간다" 등의 문제제기였다. '이판사판'은 진보성향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핵심판사가 2014년 만든 인터넷 게시판이다. 600명의 회원을 뒀다.

    "형사사법 절차 운용되겠나… 청와대 행동 제동 필요"

    최근 모 판사는 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청와대가 이처럼 영장을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 사법부의 적절한 입장표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며 "참 암담한 요즘"이라고 토로했다. 현직 판사들은 이 글에 30건 이상의 댓글을 달며 공감을 표했다.

    다른 판사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법관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대상자(청와대)가 부적법하다고 임의판단해 거부할 수 있다면 어떻게 형사사법 절차가 운용될 수 있느냐"며 "이 건을 비롯해 요새 청와대, 행정부의 막 나가는 행동에 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거부한 청와대의 해명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판사는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는데 영장전담 법관이 기초적 대상 특정도 안 하다니. 구차한 주장. 대단히 웃긴다"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다른 판사는 "조국사태 이후 청와대를 못 믿겠다"며 "지금 검사들은 수사 절차 적정성에 모든 신경을 쓰고 있는데 수긍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청와대의 행태가 위법적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청와대가) 영장에 불응하고 앞으로도 이런 이유로 계속 영장 집행을 거부한다면 위헌·위법한 행동으로 볼 수 있지 않겠나" "청와대의 압수수색영장 불응이야말로 법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나중에는 구속영장도 불응한다고 하겠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청와대는 국가 보안시설로, 압수수색이 불가하다'는 청와대 논리를 반박한 이도 있다. 한 판사는 "지금 (청와대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어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형사소송법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이거나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청와대도 압수수색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법치 스스로 부정"… 위법적 靑 행태 비판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청와대는 "압수수색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며 임의제출을 거부했다. 이에 검찰은 압수수색에 나선 지 8시간 만에 빈손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청와대에 대한 비판은 그동안 검찰 내에서 주로 나왔다. 지난 14일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가 사직 의사를 전하면서 청와대·집권여당이 밀어붙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성향 판사들조차 청와대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가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면서 진보 시민단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지난 15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판하면서 소장직을 그만둔다고 밝혔다.

    양 소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의문"이라며 "경찰 수사의 자율성·책임성을 지금보다 더 보장하는 방향 자체는 옳다고 해도, 수사 절차에서 검찰의 관여 시점·범위·방법을 제한한 것은 최소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