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국회·지방의원 되는 일' 징계 사유 수정안서 슬그머니 삭제… 좌파에서도 "문제 있다" 비판
  • ▲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정안을 둘러싼 법조계 비판이 여전하다. ⓒ이종현 기자
    ▲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정안을 둘러싼 법조계 비판이 여전하다. ⓒ이종현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이름을 날린 뒤 정계에 입문하는 길을 사실상 터준 것 아니냐."

    공수처 수정안을 둘러싸고 법조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검찰이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하는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한 '독소조항' 24조 2항 등도 논란이다. 덧붙여 '공수처 검사의 징계 사유'에 대한 조항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수처 검사가 국회의원이 되는 일을 막은 '제한규정'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정안에는 공수처 검사의 징계 사유가 적시됐다. 32조가 근거다. 원안 32조 1호는 '재직 중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면 공수처 검사를 징계한다'고 규정했다. 그 항목 중 하나인 '국회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이 되는 일(가)'이 당초 원안에 있었다. '정치운동에 관여하는 일(나)' 항목도 있다. 이 중 '가' 항목만 수정안에서 아예 삭제됐다. 공수처 검사의 징계 사유에 대한 규정은 32조가 전부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도 의구심을 표출했다. "공수처 검사가 주요 사건을 맡아 '라이징 스타'가 된 뒤 쉽게 정치권으로 진출할 수 있게 한 것 아닌가"라는 목소리다. 이미 공수처 검사 요건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터다. 특정 성향의 변호사들이 공수처 검사로 대거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공수처 수정안 32조 징계 사유에서 '국회의원 되는 일' 빠져

    원안 8조는 공수처 검사의 자격을 '변호사 자격이 있고 10년 이상 재판·수사·조사업무의 실무경력이 있는 자'로 정했다. 수정안은 이를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한 자로서 재판·수사 또는 수사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자'로 변경했다. 실무경력 기간을 줄여 변호사들이 공수처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터준 셈이다. 때문에 진보성향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공수처로 간다는 이야기도 법조계에서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 상황에서 공수처 검사 징계 사유까지 완화됐다. '친정부 성향의 인물들을 정치권으로 배출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진보진영에서도 공수처 수정안 32조를 두고 "적절치 않다"는 말이 조심스레 나온다.

    민변 출신 A변호사는 "징계사유 같은 규정을 두는 기본적 목적은 '직무전념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 즉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공공기관 이사나 감사 등 공적 업무를 하는 사람이 명예직이자 선출직인 국회나 지방의회에 진출하면 직무청렴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A변호사는 "'가' 항목을 뺐는데 만일 다른 조문에서도 '선출직으로 가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면 이는 적절하지 않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공수처 검사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중립성, 직무독립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라고 부연했다.

    다른 법조계 인사들도 수정안 내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민변의 B변호사는 "(공수처 검사의) 선출직 출마 제한은 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선거에 출마한 공수처 검사의 당락 여부는 국민이 선출하는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검사들도 이프로스(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리고 출마하는 경우도 있다"며 "공수처·차장이라면 모르겠는데 20여 명밖에 안 되는 공수처 검사에게까지 '가' 항목을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변 변호사도 "출마 제한 뒀어야"… "공수처 검사도 공무원, 정치활동 안 돼"

    B변호사는 그러나 "(법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문제가 있는 그 부분을 아예 삭제하는 대신, 몇 년 정도 출마를 제한하는 식으로 합리적 조정이 필요했던 것 같다"며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가 당연하다는 원론적 견해도 있다. 검찰 출신 C변호사는 "공수처 검사도 결국 공무원이니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 검사의 징계 사유' 외에도 △검찰 등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는 조항 추가 (24조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 △공수처의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기소심의위원회' 삭제 △공수처 검사 자격 완화(8조) 등 공수처 수정안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공수처는 오는 7월 설치될 예정이다. 공수처 수정안은 지난해 12월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같은 달 31일 통과됐다. 수정안은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