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밀착..양다리 전략"
  • ▲ 아키모토 츠카사 일본 중의원. ⓒ日NHK 관련보도 화면캡쳐.
    ▲ 아키모토 츠카사 일본 중의원. ⓒ日NHK 관련보도 화면캡쳐.
    일본 아베 정권은 안보에서는 미국과 호흡을 맞추면서 경제에서는 중국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행보의 배경에 혹시 중국 기업들의 후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25일 여당인 자민당 중진 의원이 중국 도박기업으로부터 거액을 후원받은 혐의로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되면서 이런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자민당 3선 의원, 中스포츠 토토 업체에 뇌물 받아

    니혼게이자이(이하 닛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25일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키모토 츠카사(秋元司) 자민당 중의원을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아키모토 중의원은 올해 48살로, 도쿄 제15구에서 3선에 성공한 여당 중진의원이다. 아베 정권에서는 국토교통성 차관과 내각부 차관으로 재직한 바 있다.

    시작은 중국기업 일본 현지법인 관계자의 외환관리법 위반이었다. 도쿄 지검은 중국 기업 ‘500닷컴’의 전직 고문과 임원이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100만엔(한화 1060만원)이 넘는 현금을 몰래 반입하려다 적발된 사건을 수사했다. ‘500닷컴’은 오키나와 나하시, 홋카이도 등에 카지노 등을 포함한 복합형 리조트를 짓겠다며 2017년 7월 일본에 지사를 세웠다.

    도쿄 지검은 이 외환관리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중, 해당 기업의 돈 일부가 정치인에게 흘러든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여기에 아키모토 의원이 걸려들었다는 것이 도쿄 지검 측 설명이다.

    수사 결과, 아키모토 의원은 중국 선전에 있는 ‘500닷컴’ 본사를 방문하면서 숙박비와 여비로 70만엔(한화 740만원)을 지원받았고, 내각부 차관으로 일하면서 복합형 리조트 사업을 담당했던 2017년 8월부터 2018년 10월 사이에는 ‘500닷컴’으로부터 뇌물로 현금 300만엔(한화 32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선거 운동을 하는 아키모토 의원의 모습. ⓒ아키모토 의원 홈페이지 캡쳐-뉴시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선거 운동을 하는 아키모토 의원의 모습. ⓒ아키모토 의원 홈페이지 캡쳐-뉴시스.
    아키모토 의원은 25일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시끄러운 상황을 만든 데 대해 사과드리지만, 이번 일은 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저의 결백을 계속 주장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이날 자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자민당 지도부는 이를 수리했다.

    아키모토 의원 방중 때 자민당 전·현직 의원 2명 동행


    이번 사건은 아키모토 의원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NHK는 “아키모토 의원이 2017년 12월 중국의 ‘500닷컴’ 본사를 방문했을 때 자민당의 시라스카 다카키(白須賀 貴樹) 중의원, 가쓰누마 히데야키(勝沼榮明) 전 중의원이 동행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검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라스카 중의원은 아베 정권에서 부흥대신 정무관(차관급)을 지낸 바 있다.

    방송에 따르면, 도쿄 지검은 치바현 인자이시 소재 시라스카 의원 지역구 사무실과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소재 가쓰무나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일본은 중국에 대한 반감이 한국보다 더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친미우익’이라고 부르는 아베 정권이 현재는 과거 어느 정권보다 더 친중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묘한 점은 아베 정권이 중국에게 화해의 손짓을 내밀기 시작한 때가 2018년부터라는 점이다.

    지난해 7월 미국과 중국 관계가 무역 분쟁으로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이어 석달 뒤인 10월 아베 신조 총리가 베이징을 방문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왕치산 부주석이 모두 나와 영접하는 등 아베 총리를 극진하게 대접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화답해 중국의 패권주의 정책에 참여할 듯 행동했다.

    아베 정권의 노골적 친중 행보들…의도는 뭘까?
  • ▲ 지난 2월 중국 춘절에 맞춰 중국어로 축하 인사를 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총리는 도쿄타워까지 중국국기 색깔로 물들였다. ⓒ연합 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월 중국 춘절에 맞춰 중국어로 축하 인사를 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총리는 도쿄타워까지 중국국기 색깔로 물들였다. ⓒ연합 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같은 일본 아베총리의 행보는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일본의 친중 행보에 미국이 화를 낼 것”이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이에 이튿날 일본 정부는 요미우리 신문 등을 통해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 전, 미국 측에 먼저 방문 목적과 협력 분야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아베 정권은 미국이 양해했다고 생각했는지 이후 친중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4일에는 도쿄 타워를 붉은 색 조명으로 물들인 뒤 중국어로 “따지아, 꾸어 넨 하오. 아베 신조입니다”라고 인사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중국 춘절 축하 영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중국어로 신년 인사를 한 적은 있지만 남산타워와 같은 상징물을 중국 국기처럼 물들인 적은 없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월에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는 내각 주요 인사들을 모두 데리고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또한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인 이민자 대규모 유입 정책의 대상국 가운데 하나로 중국을 꼽기도 했다. 이에 임시 영주권을 얻을 외국인 34만 명 가운데 중국인이 절대다수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아베 정권의 이 같은 친중 행보가 왜,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일본 언론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중국에게는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는 의도를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