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유재수 구속기소로 직권남용 혐의 사실상 소명… 부부 동반 구속 지양 법원 관행 '변수'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검찰이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유재수 감찰 무마' 수사가 기로에 서게 됐다. 조 전 장관의 신병 확보에 성공한다면 '윗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지만, 반대로 조 전 장관 신병 확보에 실패한다면 수사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감찰 무마'라는 조 전 장관의 혐의가 중대한 데다,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구속기소로 혐의에 대한 법리적 소명이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조 전 장관 구속 가능성을 높게 봤다. 부인 정경심(57) 씨의 각종 비위 혐의가 자신의 민정수석 재직 시절 이뤄졌다는 점도 조 전 장관에게는 불리한 점이다. 다만 부부 동반 구속을 지양하는 법원의 관행이 일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26일 오전 10시30분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조 전 장관의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23일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적시한 조 전 장관의 혐의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대한 직권남용 △금융위원회에 대한 직권남용 등 2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16일과 18일 두 차례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감찰 무마' 사안 중대… 유재수 구속으로 주요 혐의 소명돼

    2017년 10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은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감찰했으나 '윗선'에 보고된 뒤 중단됐다. 당시 민정수석은 조 전 장관이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친문(親文) 인사들과 논의해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국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직무관련성이 높은 업체들로부터 495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의 구속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우선 직권을 남용한 감찰 무마라는 그의 혐의가 중대하다는 점이 지목된다. 

    조 전 장관이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예방하는 직무를 가진 민정수석의 지위에서 특감반의 정당한 감찰을 무마한 데다, 사건이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문재인 정부의 실세들이 연관된 권력형 비위로 비화한 만큼, 검찰은 조 전 장관의 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한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이석수(56)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무마했던 우병우(52) 전 민정수석 역시 직권남용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한 법조인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 자체가 공직 비리와 관련된 부분을 막으라고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조 전 장관 자신이 그런 일을 했다면 더욱 문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전 부시장이 이미 구속기소된 상태라는 점도 조 전 장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조 전 장관은 법무부장관 시절 국회에서 "유재수 감찰 무마와 관련해 첩보를 조사하고 근거가 약하다고 봤고 사적인 문제가 나와서 감찰을 중단시켰다"고 했지만, 검찰의 조사 결과 조 전 장관은 당시 유 전 부시장의 비위 혐의가 뇌물수수라는 것도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시장을 구속시킨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여러 개 범죄 혐의의 상당수가 소명됐다"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의 영장심사를 맡은 권 부장판사가 유 전 부시장을 구속시켰다는 점이 주목된다"면서 "권 부장판사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할 때 뇌물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내렸을 것이기 때문에 해당 사건을 무마한 조 전 장관에 대한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혐의 부인하는 조국, '증거인멸 우려'도… 부부 동반 구속은 변수

    조 전 장관이 "정당한 감찰이었다"며 혐의를 지속적으로 부인하는 만큼 또 다른 구속 사유인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6일 1차 검찰 조사 이후 변호인을 통해 "정무적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조 전 장관은 감찰 중단이 정당했다고 주장한다. '직권남용에 의한 감찰 중단'은 잘못된 프레임이라는 조 전 장관 측 주장이다. 조 전 장관은 검찰 수사에서도 "감찰중단은 민정수석이 정당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은 장관 시절 국회 운영위에서는 '근거가 미약하고 사적인 부분이 나왔다'고 했다가 이제는 '유재수에 대한 감찰 중단이 정당했다'고 주장한다"면서 "진술이 엇갈리는 데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조 전 장관을 감싸는 만큼 영장판사도 조 전 장관의 증거인멸의 우려를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인 정씨가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된 상황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조 전 장관이 구속될 경우 부부가 동시에 구속되는 상황인데, 조 전 장관의 자녀들이 독립적으로 생계를 꾸리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은 자녀들이 독립생계를 꾸리지 않는 경우 관행적으로 부부 동반 구속을 지양했다. 다만 영장이 청구된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은 조국 일가의 가족비리 혐의와는 다른 내용이고, 사안이 중대한 만큼 부부 동반 구속을 지양하는 법원의 관행이 고려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