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산재母병원→좌초되면 좋음' 메모 발견…국정농단 '안종범 수첩'과 비슷
  • ▲ 송철호(왼쪽) 울산시장이 지난 9월 10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울산형 일자리 창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송병기 울산부시장. ⓒ뉴시스
    ▲ 송철호(왼쪽) 울산시장이 지난 9월 10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울산형 일자리 창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송병기 울산부시장. ⓒ뉴시스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의 수첩이 '청와대의 지방선거 개입 의혹' 게이트의 '스모킹 건' 역할을 할 조짐이다.

    "송병기 부시장 수첩에서는 '2017년 10월10일 단체장후보 출마 시 공공병원(공약)·산재모(母)병원→좌초되면 좋음'이라는 메모가 검찰에 의해 발견됐다"고 동아일보가 18일 보도했다. 산재모병원은 낙선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공약이었다. 검찰은 이 사업이 실제로 선거 직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좌초된 것이 선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하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수첩엔 송병기 부시장이 송철호 시장과 함께 2017년 10월12일 서울로 출장가 청와대 관계자와 산재모병원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는 내용도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시장이 추진한 산재모병원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불합격한 것은 지방선거 투표일을 16일 앞둔 지난해 5월28일의 일이다. 다시 말해, 송철호 시장 측은 약 7개월 전부터 산재모병원의 좌초를 미리 언급했던 것이다.

    송철호 측 활동 상세히 적혀…‘宋 BH 방문결과’ 기록

    출장 이튿날 메모에는 "송 장관 BH 방문 결과"라며 공공병원을 조기에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송 장관’은 송철호 시장을 그의 선거캠프에서 부르던 호칭이라고 한다. 송철호 시장은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BH’는 청와대를 뜻하는 단어로, 송병기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BH라는 단어가 수차례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약은 이후 송철호 시장 당선 후 지난 1월 산재 전문 공공병원으로 이름이 변경되고, 규모가 약간 줄어든 상태에서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선정됐다. 송병기 부시장은 송철호 시장이 출마선언을 하기 8일 전인 지난해 1월23일 공공병원과 관련한 예산을 확보했으니 송철호 시장이 당선되면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취지의 메모를 작성했다고 한다. 이처럼 송병기 부시장 수첩에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시장 선거캠프의 움직임, 청와대 측의 조력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30여 장에 달하는 송병기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송 시장 선거캠프 내부 회의 내용과 일정 등이 적혀 있다고 한다"고 중앙일보가 이날 보도했다. 송병기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2018년 3월 BH 회의’라는 문구와 함께 이모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3개월여 전이다. 검찰은 송철호 시장 측이 청와대와 접촉해 울산시장 선거공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사항 등을 미리 파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영 "文이 몸통이라는 막장 드라마"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계기가 된 '국정농단'사건 당시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이 결정적 증거 역할을 한 바 있다. 사건관계인들은 이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정했지만,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정농단사건들의 상고심 선고 때 수첩의 증거능력을 일부 인정했다.

    자유한국당 '감찰농단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은 지난 9일 송철호 시장과 송병기 부시장, 청와대 전 행정관 3인이 공무상비밀누설 및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전 정권의 적폐 수사, 엄중히 하라'고 곳곳에서 외치던 문재인 대통령, 지금 어디 가 있는가"라며 "(대통령이) 조국·유재수·송철호에 대한 몸통이라고 들끓고 있음에도 유구무언, 입에 지퍼를 잠그는 막장 드라마가 흥미진진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