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감찰무마 개입·업무수행 주장 '닮은 꼴'… 法, 우병우에게 징역 1년6개월 선고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정무적 최종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직권남용 등 '법적 책임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이석수(56)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무마했던 우병우(52) 전 민정수석은 직권남용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와 관련한 법원 판결의 선례가 있는 만큼, 조 전 장관도 감찰 무마 책임에 따른 처벌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법조계 다수 의견이다.

    조국 측 "직권남용에 의한 감찰 중단 아냐" 주장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인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17일 성명을 내고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한 조 전 장관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한 정무적 최종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사건이 민정수석비서관으로서의 공적인 업무수행과 관련된 일이며, 언론을 통해 계속 '직권남용에 의한 감찰 중단'이라는 잘못된 프레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 측 성명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조 전 장관이 '법적 책임'이 아닌 '정무적 책임'만 지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정당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를 '공적 업무수행'으로 법리적으로 적극 다퉈보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우 전 수석의 '이석수 감찰관의 감찰 무마' 사건이 주목받는다. 조 전 장관이 연루된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유사한 점이 있어서다. 크게 세 가지다. 두 명 모두 사건 당시 민정수석이었다는 점과 감찰 무마에 관여했다는 점, '공적 업무 수행'이라고 주장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우 전 수석은 감찰 무마 사건에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석수 감찰관의 감찰 무마' 사건의 얼개는 이렇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특별감찰관이었던 이 전 특별감찰관은 2016년 7월 우 전 수석의 처가와 게임업체 넥슨의 강남역 땅 거래 의혹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 기자에게 우 전 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고, 그는 보도 이후 13일 만에 사표를 냈다.

    우병우도 "통상적 업무" 주장했지만… 1심, 징역 1년6개월 선고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당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이 전 특별감찰관을 사찰해 보고하도록 지시하는 등 국정원을 동원해 자신에 대한 이 전 감찰관의 감찰을 사실상 무마했다고 판단하고 그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12월 이뤄진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우 전 수석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국정운영 보좌를 위해 통상의 업무를 수행한 건 직권남용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자신에 대한 특별감찰 동향 등에 대해 정보를 수집해 사적 이익으로 활용한 게 인정되고, 특별감찰관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무력화할 의도가 있었다"며 유죄 판결했다.

    조 전 장관도 유재수 감찰 무마가 "공적이고 통상적 민정수석의 업무수행"이라고 주장한다. 우 전 수석의 경우 자신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점에서 조 전 장관과 사실관계에서 차이가 있지만, 우 전 수석과 조 전 장관이 모두 특별감찰관이나 특감반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무력화했다는 혐의를 받는 만큼 조 전 장관 역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무력화할 의도가 있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마찬가지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정당한 감찰을 무마한 조 전 장관 역시 직권남용 혐의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 "우병우 직권남용과 조국 같은 사례" 지적

    그동안 적폐청산 수사에서 "직권남용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직권남용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던 문재인 정부가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된 사건은 970건에 불과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적폐청산 수사가 시작된 2017년에는 7879건으로 늘어났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로 재판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에는 전체 47개 혐의 중 41개가 직권남용 혐의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공직자의 뇌물수수 파면 기준은 100만원"이라며 "조 전 장관이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것은 상당히 큰 문제이며,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우 전 수석뿐만 아니라 국정농단사건부터 시작해서 적폐청산 수사로 직권남용 혐의를 받은 인사들은 모두 실형을 받았다"며 "조 전 장관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한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날 오전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조 전 장관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동부지검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