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권 판사, ‘공소사실 동일성’ 판단 논란… 法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지지층 비판 유도 목적"
  • ▲ 법원. ⓒ정상윤 기자
    ▲ 법원. ⓒ정상윤 기자
    정경심(57) 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한 법원 판단을 두고 논란이 확산했다. 법원이 기각 이유로 삼은 '공소사실의 동일성' 판단 기준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데다, 이번 판단이 현 정권 지지층이 "무리한 기소"라며 검찰을 비난하는 '먹잇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정씨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사문서 위조) 사건에 대한 공소사실 일부 변경과 추가 기소된 자본시장법 위반 등 14개 혐의를 병합하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기각하면서 "죄명과 적용된 법조 및 표창장 문안 내용의 동일성은 인정되지만 공범·일시·장소·방법·행사목적이 모두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씨 1심 재판을 담당하는 송인권 부장판사가 공소장 변경을 기각한 근거는 다섯 가지다. ①범행 일시가 기존(9월6일) 공소장에는 2012년 9월7일로 기재됐으나, 변경된 공소장에는 2013년 6월로 바뀌었고 ②범행 장소가 동양대에서 정씨의 주거지로 옮겨졌으며 ③위조 방법은 ‘출력해서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에서 ‘스캔을 통해 총장 날인 부분을 오려 표창장 용지에 붙여넣는 방식을 사용했다’로 구체화했다. ④공범도 성명불상자에서 딸 조민으로 특정됐고 ⑤위조 목적도 유명대학 진학 목적에서 서울대에 제출할 목적으로 변경됐다는 점이다.

    유명대→서울대, 성명불상자→조민인데… 法 "다른 사건"

    법조계에서는 사실관계를 살펴볼 때 '공범·일시·장소·방법·행사목적이 모두 변경돼 공소장 변경 사유가 없다'는 재판부 판단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위조 목적이 유명대학 진학에서 서울대 진학으로 특정된 것이나, 공범이 성명불상자에서 조민으로 특정된 것은 공소사실 변경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정경심 건의 경우 법원은 일시와 장소, 공범, 범행방법, 목적이 다르다고 주장한다"면서도 "하지만, 목적은 유명대학이나 서울대나 동일하고, 공범은 성명불상자나 조민이나 동일하다. 범행 방법도 최성해 총장의 위임이나 직접 날인 없이 위조했다는 사실은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이어 "장소도 동양대 연구실이나 집이나 큰 차이가 없다"며 "범행 일시도 표창장에 기재된 날짜와 실제 위조한 날짜가 달라 변경한 것일 뿐 본질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헌 한변 공동대표도 "같은 내용에 대해 일시나 방법 등이 달라진 것인데, 유명대학이라고 한 것을 보충하는 형식으로 특정해서 기재한 것이기 때문에 공소사실이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일시나 장소 등을 특정하기 어려운 사례가 다수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마약사범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검찰은 범행 일시와 장소 등을 불상으로 기재할 수밖에 없다"며 "이후 모발검사 등으로 마약성분이 검출될 경우 길이 등으로 범행 일시를 추정할 수 있고, 재판 과정에서 자백할 경우에는 공소장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형량은 차이 없지만, "檢, 무리한 기소" 비판 유도할 듯

    다만 검찰의 공소장 변경 기각이 정씨의 형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검찰이 정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우선 기소한 건 공소시효(7년) 때문이다. 검찰은 9월6일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의 공소시효를 1시간 앞두고 정씨를 기소했다. 추가 수사로 범행 일시가 2013년 6월이라는 것이 밝혀져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만큼 공소 취소 이후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추가 기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헌 대표는 "검찰은 공소기각된다고 해도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해 추가 기소하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정씨의 최종 형량에는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원의 판단이 "검찰이 정씨를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을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검찰이 공소장 변경에 대한 법원 판단에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정치적으로, 특히 여권 쪽에서 ‘이거 봐라. 검찰이 부실수사해서 무리하게 기소한 거 아니냐’는 비난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면서 "지금 결과적으로 법원이 그런 것을 유도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