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949년 이래 처음 원유-석유제품 순수출국"… WTI, 배럴당 58→ 55달러 일시 하락
  • ▲ 미국이 석유 순수출국이 됐다는 보도가 나온 날 미국 WTI와 영국 브렌트유 가격 추이. ⓒ오일프라이스 닷컴 그래픽 캡쳐.
    ▲ 미국이 석유 순수출국이 됐다는 보도가 나온 날 미국 WTI와 영국 브렌트유 가격 추이. ⓒ오일프라이스 닷컴 그래픽 캡쳐.
    미국이 지난 9월부터 석유 순수출국으로 전환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보도가 나오기 전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58달러에서 55달러로 내려앉았다.

    블룸버그 “美, 9월부터 석유 순수출국 전환”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통계를 인용해 “미국이 지난 9월, 정부가 통계를 집계한 1949년 이래 처음으로 원유와 석유제품 순수출국이 됐다”고 전했다. EI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9월부터 매일 8만9000배럴의 석유를 순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EIA는 지난 11월 초순 단기 에너지 전망을 통해 미국의 석유 순수출국 상태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며, 석유 수입량을 2019년 기준(52만 배럴/일)으로 상정했을 때 2020년에는 하루 75만 배럴의 순수출량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은 “미국은 예전에도 주간 단위 기록에는 순수출을 기록했던 때가 있지만, 월 단위 전체로 석유 순수출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셰일 에너지 붐이 시작되기 전인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보도가 나오기 전날인 지난달 29일 WTI 가격은 배럴당 57.97달러에서 55.17달러로 떨어졌다. 이틀이 지났지만 WTI 가격은 56.08달러에 턱걸이 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또한 같은 날 배럴당 63달러에서 하루 사이 60.55달러로 하락했다. 브렌트유도 12월2일 현재 61.24달러를 오간다. 두바이유 가격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에너지산업 관계자 “레이건 때도 상상 못했던 일”
  • ▲ 미국의 월별 석유 순수입량 통계. ⓒ美EIA 통계자료 캡쳐.
    ▲ 미국의 월별 석유 순수입량 통계. ⓒ美EIA 통계자료 캡쳐.
    부시 정부 때 백악관에서 에너지분야 자문을 맡았던 밥 맥날리 래피던에너지그룹 대표는 “미국이 석유 순수출국이 됐다는 사실은 셰일혁명이 석유산업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 보여준다”고 통신에 설명했다. 워싱턴 소재 알파파트너스 펀드의 짐 루시에 상무는 “지미 카터 때는 물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도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노르웨이 석유정보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Rystad Energy)는 여러 통계를 인용해 “미국에서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해 에너지 자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불과 몇 달도 걸리지 않았다”는 평가를 통신에 전했다.

    라이스타드에너지의 가스시장 분석가인 신드레 크누트손 부사장은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석유 순수출국 지위를 유지할 것이며, 2030년까지 당초 계획했던 에너지 생산량 목표를 30% 이상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IA 통계만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을 해외에서의 석유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자립국으로 만들겠다”고 외쳤던 목표가 현실이 됐다. 통신은 그러나 미국 내 정유소의 수요 때문에 중유(重油)는 계속 수입하며,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해외업체의 정제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행태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서부텍사스와 뉴멕시코 지역에서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2020년부터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영세 석유시추업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미국의 석유 순수출국 지위는 아직 깨지기 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