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민정수석 직무범위 넓게 해석… 법조계 "사모펀드 관련 조국 뇌물죄, 직무 관련성 있는 것"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의 소환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뇌물 혐의를 밝히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데, 조 전 장관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광범위한 권한을 가졌던 만큼 검찰이 조 전 장관 혐의에 대해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원이 우병우(52) 전 민정수석 재판에서 민정수석의 직무범위를 넓게 해석해 그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직무 관련성 입증의 핵심 근거 중 하나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더블유에프엠(WFM)의 주식을 시가보다 싸게 사들인 날 조 전 장관의 계좌에서 정 교수 측으로 수천만원의 자금이 흘러간 정황이다. 정 교수는 2018년 1월 코스닥 상장사인 WFM 주식 12만 주(약 6억원어치)를 시세보다 2000원가량 싼 주당 5000원에 차명으로 사들여 2억4000여 만원의 재산상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 교수의 차명 주식 거래를 조 전 장관이 사전에 인지했다면 조 전 장관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핳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법조계의 판단 근거는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이었던 우병우 전 수석의 재판부가 내린 직무 관련성에 대한 해석이다.

    '광범위'한 민정수석 직무… 조국, 본인 비리 사정도 직무 해당

    국정농단 방조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우 전 수석 재판에서 민정수석의 직무범위는 쟁점 사안이었다. 직무범위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은 크게 직무유기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2가지 혐의를 받는다.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비위사실을 의심할 만한 명백한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민정수석으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는 것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좌천성 인사에 관여하고 공정위 직원들에게 CJ E&M에 대한 검찰 고발 의견을 진술하게 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반면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에게 주어진 권한 범위 내에서 통상업무를 수행했을 뿐 직권을 남용하거나 직무를 유기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민정수석의 광범위한 직무범위와 성격을 고려하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당시 법원은 "민정수석에게는 대통령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이나 비선실세 등 대통령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비위 등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직무유기 혐의는 인정했다. 하지만 직권남용 4개 혐의 중 3개는 무죄로 판단했다.

    "민정수석은 공직자 복무점검 및 직무감찰업무 등을 수행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문체부 인사에 관여한 부분 등은 파벌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직무권한 내의 행위이며 직권을 남용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법원의 유무죄 판단 근거는 '민정수석의 직무범위'인 셈이었다.
  •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뉴데일리 DB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뉴데일리 DB
    법원은 우 전 수석에 대한 1심 판결문에서 민정수석의 직무범위를 정리하기도 했다. 법원은 민정수석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하고 민정비서관 등을 지휘·감독하면서 국정 관련 민심·동향 파악 등 여론 수렴 △국가 사정 관련 정책 조정 업무 △고위공직자 등의 비리 상시 사정, 예방 및 공직 비리 동향 파악 △공직자 복무 점검 및 직무감찰 업무 △대통령의 친인척 등 대통령 주변 인사 관리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직원의 복무 점검 및 직무감찰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법률 보좌 △부패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및 권력기관의 제도 개혁 관련 업무 △사법정책 기획 및 조정 △비서실 내부 법률 검토 및 자문 △비서실 내뷰 규정 사전 검토 및 심사 △국민권익 증진 및 청렴정책 지원 △민원·제안·제도개선의 기획 및 조정 △행정심판제도 지원 △일반 민원 처리 △현장방문 민원처리 등의 업무를 총괄한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검찰, 조국 뇌물죄 직무 관련성 입증 어렵지 않을 것"

    법조계에선 우 전 수석 1심 재판부가 인정한 '민정수석의 직무범위'를 볼 때,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뇌물죄와 관련한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민정수석의 직무범위에 △국가 사정 관련 정책 조정 업무와 △고위공직자 등의 비리 상시 사정, 예방 등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사정기관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이 포함되며, 비리를 상시 사정해야 하는 고위공직자에는 조 전 장관 자신이 포함된다.

    한 고위 법조인은 "민정수석실의 직무범위가 워낙 방대하고, 또 민정수석이라는 자리 자체가 공직 비리와 관련된 부분을 막으라고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본인이 그런 일을 했다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민정수석의 직무 자체가 워낙 포괄적이며 은행들을 비롯한 금융기관도 다 봐야 한다"면서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뇌물죄와 관련해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달 16일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WFM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알선수재·국고손실, 공직자윤리법·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조 전 장관 부부가 115억원대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