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사상 강요'한 일부 교사들의 횡포… 전사회적인 '호통' 필요할 때
  • ▲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김화랑 대표와 최 모 군이 지난 23일 인헌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수호연합 결성 계기와 목적, 정치적 강요 피해사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김화랑 대표와 최 모 군이 지난 23일 인헌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수호연합 결성 계기와 목적, 정치적 강요 피해사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위기가 닥치면 누군 달아나고 누군 남지. 찰리는 자신의 장래를 위해 누구도 팔지 않았소. 그건 순결함이지. 그것은 용기야.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이고. 난 지금도 갈림길에 서 있소. 난 언제나 바른 길을 알았지. 하지만 그 길을 뿌리쳤어. 왜냐고? 그 길은 너무 어렵거든." - 영화 <여인의 향기> 중에서.

    말해야 할 때 말하는 것,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는 것은 얼마나 큰 용기와 지혜를 필요로 하는가. 영혼을 팔아 출세와 성공을 거머쥔 사람들일수록 위기 앞에서 비겁해진다. 지식인입네, 정치적 리더입네 변명하고 우쭐댈 뿐, 말해야 할 때 말하지 못하고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지 못한다. 사실은 두려운 것이다. 바른 길로 가려면 너무 큰 짐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양심을 버리거나 눈 감고 귀 막거나 고매한 철학자인 양, 쓸모없는 불만쟁이로 살아가는 이유이다.

    퇴역장교 프랭크 슬레이드 중령도 그랬다. 한때는 능력을 인정받는 군인이었으나 만취한 상태에서 잘못 터뜨린 수류탄, 그 결과 찾아온 은퇴와 실명은 그에게 살아갈 의미를 빼앗아갔다. 더 이상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없다고 생각한 그는 자살여행을 계획한다. 그러나 인생을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떳떳이 살아갈 기회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고등학생 찰리를 만나게 되면서 생각이 바뀐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장학금을 받아 사립 명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찰리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악동으로 유명한 조지와 그 일당들이 교장을 호되게 골탕 먹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교장은 조지 일당이 범인인 걸 뻔히 알지만 그들 부모의 사회적 명성과 재력이 학교 재정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처벌하지 못한다. 대신 학생들 앞에서 페인트를 뒤집어쓴 치욕을 분풀이할 희생양으로 찰리를 선택한다. 전교생이 모인 징계위원회에서 범인이 누군지 비겁하게 일러바치라는 것이다. 찰리가 발설하지 않으면 조지 일당은 면죄부를 받게 되고 찰리는 죄를 눈감아주었다는 명목으로 퇴학을 당하게 된다.

    교장은 평양과 자매결연 요청하고, 교사는 전교조 위원장 출마

    서울시 관악구 소재 인헌고등학교 일부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사회주의자 전 법무부 장관 조국을 지지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 그에 관한 범죄혐의는 모두 가짜 뉴스이며 그 내용을 믿으면 개돼지라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인정한 리포트를 쓴 학생에게는 '일베 회원이냐'며 조롱했고, 마라톤 대회에서는 단체로 반일구호를 외치게 했다. 북한의 평양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주선해달라고 청와대로 편지를 보낸 사람이 교장이라니, 전교조위원장에 출마한 경력이 있는데다 법외노조 판결 이후 교사노동조합연맹을 조직, 그 위원장을 맡은 자가 재직 교사라니, 교내 분위기가 어떨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교육 현장의 사상 강요를 견디다 못한 인헌고 학생들(학생수호연합)이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름과 얼굴을 당당히 밝히고 이념 강요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며 외치고 일어선 것이다. 끝도 없이 무너져가는 나라, 전교조의 잘못된 이념교육으로 마음과 영혼이 몽땅 망가져 있을 거라는 세상의 편견을 깨고 겨울의 끝, 새봄을 알리는 새싹처럼 어린 학생들이 세상을 향해 간절하게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힘차게 살아 있다고, 앞으로도 건강하고 떳떳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교사들은 왜 외면하는가?

    문제는 어른들이다. '전교조식' 편향된 이념교육에 반대하는 교사들이 분명 있을텐데도 해당 학교는 물론 다른 학교에서도 그들의 호소를 지지하고 나서는 선생님이 없다. 몇몇 우파단체에서 아이들을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 그 힘은 미약하다. 오히려 교장은 별일 아닌 일이 와전되었다며 사태를 축소, 은폐하려 하고 있고 얼굴도 이름도 밝히지 못하는 일부 학생들이 교내문제를 불필요하게 확산시켰다며 학수연 대표들을 퇴학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실정이다.

    지난 10월 23일, 교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던 학수연의 페이스북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회견을 마치고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선 순간 한 아이가 "나 왜 이렇게 눈물이 날 것 같지?"라고 말했고, 또 다른 학생은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을 더는 못 이기고 기어이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글도 그들이 감당하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 짐작케 한다.

    "나 또한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신적 고통이 굉장히 크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합니다. 눈물이 흐를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꾹 참고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아무리 용감하다 해도 이제 겨우 열일곱 살, 열여덟 살의 아이들이다.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그들은 사회주의 이념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정치교사들과 그들에게 선동당한 많은 교우들의 정신적 괴롭힘 속에서 매일 매일을 견뎌내야 한다. 아무리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확신하고 있다 해도,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끼리 격려한다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찰리는 지금 갈림길에 있지만, 그가 선택한 길은 바른 길이오. 이 아이가 그 길을 계속 갈 수 있게 해주시오. 여러분 손에 그의 장래가 달려 있소. 가치 있는 장래가 말이오."

    비겁한 밀고자가 되지 않으려는 찰리를 보며 프랭크는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겁쟁이로 살았던가를 깨닫는다.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프랭크는 찰리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교장과 진실을 알고도 침묵하고 있는 교사들, 그리고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며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학생들을 설득한다.

    바른 일을 해도 손해 보지 않는 사회 물려줘야

    기성세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른 일을 해도 손해 보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물려주는 것이다. 어둡고 추운 곳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햇빛은 결국 진실과 정직을 비춘다고, 당장은 힘들어도 소신껏 꿈을 펼치며 자유롭게 살아가야 한다고, 그런 세상의 문을 활짝 열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어른들이 나설 차례다. 이 땅의 수많은 학부모들과 바른 생각을 가졌으나 지금껏 현실을 외면하고 입 다물고 있던 선생님들, 그리고 사회 각계 힘 있는 분들께서 프랭크처럼 일어나 호통쳐주어야 한다. 잘못된 정치 이념을 강요한 교사들, 사건이 이렇게 되도록 방치하고 조장한 교장·교감은 물론 교육 관계자들이 학생들에게 사과하도록 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학생들이 옳은 일 했구나,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그래야 앞으로 거짓에 무릎 꿇지 않고 진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갈 수 있다.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고 용기 있게 일어나 바른 것을 달라고 외치는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어른이라고 할 것인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른다면 아니,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한다면 나이만 헛먹은 어른, 아이들만도 못한 철부지라는 부끄러운 증명이 아니겠는가.

    소설가 김규나(장편소설 <트러스트미> <체리 레몬 칵테일>, 산문집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