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뭉친 '터미네이터' 원년 멤버… 제임스 카메론, 아놀드 슈워제네거, 린다 해밀턴
  • ▲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지난 21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기륭 기자
    ▲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지난 21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기륭 기자
    "I will be back."

    SF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터미네이터(Terminator) 시리즈'를 관통하는 대사는 '아일 비 백(I’ll be back)'이다. 저예산(650만 달러) 영화 '터미네이터 1(The Terminator, 1984)'에서 "I’ll be back"이란 인상 깊은 대사와 특수 효과로 포장된 '폭력의 미학'을 제대로 선보이며 'SF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터미네이터는 7년 뒤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Terminator 2 : Judgment Day, 1991)'이란 제목으로 돌아왔다.

    '인류 말살'을 목표로 설계돼 미래에서 투입된 터미네이터 'T-800'은 1편에서 여주인공 '사라 코너'를 죽이기 위해 '앞만 보고 전진하는' 살인 기계로 묘사됐으나, 2편에선 거꾸로 사라 코너와 동지가 돼 미래 인류의 지도자가 될 '존 코너'를 보호하는 보디가드로 변신했다.

    터미네이터의 전매 특허라 할 수 있는 "I’ll be back"이란 대사는 2탄에서도 나오는데, 많은 이들의 '기억'과는 달리 'T-800'이 용광로에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에선 나오지 않는다. 정작 터미네이터는 "Good Bye"라는 평범한 인사말과 함께 '엄지 척'을 하고 사라졌는데, 방송에서 "I’ll be back"이란 대사가 워낙 많이 회자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터미네이터가 "I’ll be back"을 외치고 장렬히 전사했다는 잘못된 이야기가 정설처럼 굳어졌다.
  • ▲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지난 21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기륭 기자
    ▲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지난 21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기륭 기자
    어쨌든 "I’ll be back"이란 말을 남기고 사망한 터미네이터는 12년 만에 또 다시 돌아왔다. '기계들의 반란(Rise of the Machines, 2003)'이란 멋있는 부제와 함께 돌아왔건만 '터미네이터 3'는 전작의 명성에 흠집을 낸 '졸작'이 되고 말았다. 이미 2편에서 모든 내용이 완결된 영화를 무리하게 연장하려다보니 스토리가 꼬인 탓이었다.

    'T-800'이 스스로 용광로에 들어가면서까지 막았던 '심판의 날'이 "그냥 미뤄졌다"는 무책임한 설정으로 바뀌어 터미네이터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었고, 여전사 사라 코너를 병으로 죽게 만들어 골수팬들의 분노를 야기했다.

    결과적으로 1~2편을 제작했던 제임스 카메론이 완전히 손을 뗀 게 패인이었다. 다만 '터미네이터 3'은 영화팬들로부터 혹평을 받았지만 전세계 영화 시장에서 제작비의 2배가 넘는 수익을 거둬들이면서 제작자에게 후속편을 만들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
  • ▲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지난 21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기륭 기자
    ▲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지난 21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기륭 기자
    그러나 6년 만에 돌아온 '터미네이터 4 : 미래전쟁의 시작(Terminator Salvation, 2009)'은 3편보다도 적은 흥행 수익을 올려 제작사를 파산시키는 '불효자'가 됐다. 전작과는 달리 아놀드 슈워제네거(72)가 얼굴조차 비치지 않는 등 시리즈의 정통성을 따르지 않는 시도로 관객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은 탓이었다.

    이로부터 6년 후 또 다시 돌아온 터미네이터는 '프리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왔다. '망작'으로 평가 받는 3~4편의 뒤를 잇는 대신, 1편 이전의 상황을 그려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는 전략이었다. 게다가 전작의 교훈을 바탕으로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복귀시키는 등 골수팬들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제니시스(Terminator GENISYS, 2015)'는 개봉 이후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재미도 없고 완성도도 떨어진다는 비난 속에 흥행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중국에서 '초대박'을 터트리는 바람에 기사회생했다.
  • ▲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스틸 컷. ⓒ영화사 하늘 제공
    ▲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스틸 컷. ⓒ영화사 하늘 제공
    그렇다면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Terminator : Dark Fate, 2019)는 어떨까? 이 영화는 3~5편의 뒤를 잇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프리퀄'을 다루지도 않는다.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는 골수팬들로부터 유일하게 인정 받고 있는 '터미네이터 2'의 뒤를 잇고 있다. 사실상 실패작으로 귀결된 3·4·5편을 과감히 내치고, '심판의 날' 이후, 새로운 운명이 격돌한다는 주제로 '새 판'을 짠 것.

    2편이 끝난 시점부터 내용을 리부트한 '다크 페이트'는 모든 면에서 오리지널 시리즈의 정통성을 잇고 있다. 28년 만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고 'T-800' 역의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사라 코너 역의 린다 해밀턴(63)이 돌아왔다. 기계와 인간들이 벌이는 추격전을 그린 시리즈 특유의 로드무비 형식도 부활시켰다. 예고편에 등장한 빌런 'Rev-9'이 너무 유약해 보인다는 평이 있지만, '노익장'을 과시한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린다 해밀턴의 '포스'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 ▲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스틸 컷. ⓒ영화사 하늘 제공
    ▲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스틸 컷. ⓒ영화사 하늘 제공
    지난 21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시리즈에 참여하게 된 자체만으로 큰 행운"이라며 "제임스 카메론, 린다 해밀턴과 다시 합이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팀 밀러 감독을 비롯한 훌륭한 분들과 일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처음에 린다가 합류한다는 얘기를 듣고 쾌재를 불렀다"며 "전작에서 린다는 강인한 여성상을 훌륭히 연기해 영화의 수준과 기준점을 높였는데, 이번에도 트레이닝으로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고 와, 그녀가 제대로 돌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액션 배우'로 복귀한 자신에 대해서도 "아직 단단하고 힘이 있다고 여긴다"면서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늙었다는 생각은 전혀 안들고, 나는 여전히 힘이 넘치고 쓸모가 있다"고 자부했다.

    린다 해밀턴은 "영화 크랭크인 훨씬 전부터 사라 코너가 되기 위해 트레이닝을 했다"면서 "그녀에 몰입한 상태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만나자 다시 컴백했다는 사실이 100% 실감됐고, 굉장히 재미있고 기쁘게 촬영에 임했다"는 복귀 소감을 밝혔다.

    시리즈의 열성 팬이기도 했던 팀 밀러 감독은 "상상했던 대로 완벽히 구현될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 캐릭터에 빙의된 린다 해밀턴과 맥켄지 데이비스를 보게 됐고 단번에 적임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심판의 날' 이후, 미래에서 온 '슈퍼 솔져' 그레이스와 최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한 터미네이터 'Rev-9'이 벌이는 대격돌을 그린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는 오는 30일 개봉된다.
  • ▲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스틸 컷. ⓒ영화사 하늘 제공
    ▲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스틸 컷. ⓒ영화사 하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