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칼린 연구원 "北, ICBM 개발 완료 향해 가는 중… 클린턴 탄핵 때와 상황 달라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민주당이 현재 하원에서 탄핵을 추진 중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민주당이 현재 하원에서 탄핵을 추진 중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정치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논란에 매몰될 경우, 북한 핵문제가 서태평양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스팀슨 센터의 북한연구프로그램 ‘38노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로버트 칼린 스탠포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의 주장을 소개했다. 로버트 칼린 객원연구원은 국무부 정보조사국(IR) 동북아 분석관 출신으로 1990년대 북핵 협상 때 미국 대표단을 맡았다.

    “美의회, 트럼프 탄핵 논의할 동안 북한은 핵개발”

    칼린 객원연구원은 “미국 의회가 대통령의 운명을 놓고 고민하는 동안 세상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더 큰 충격을 몰고 올 사건은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워싱턴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북한 핵문제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칼린 객원연구원은 “향후 몇 달 사이에 북한은 열핵탄두(수소폭탄)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 완료에 근접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몇 달에 걸친, 야만적인 국내정치 분쟁에 빠지는 사이 북한이 가장 무서운 무기의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 동아시아는 물론 서태평양 전체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 때와 현재의 북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이런 주장의 근거로 내세웠다.

    클린턴 정부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과 우라늄 원심분리기 정도만 보유했었고, 핵실험도 실시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북핵 협상이 결렬됐어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시간과 수단 모두 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미 6번의 핵실험을 실시했고, 40여 기의 핵무기를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되며, 장거리 탄도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벼랑 끝에서 우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칼린 객원연구원은 “북한은 그렇게 2002년부터 미국의 정부가 두 번 바뀔 동안 핵무기를 개발했고, 지금은 핵무기와 함께 동북아 일대를 사정권에 넣은 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은) 최대한의 압박을 포함한 온갖 제재로도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게 만들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도, 일본에도, 중국에도, 러시아에도 대북 지렛대 없다”

    그는 “북한은 제재를 받았음에도 서방 경제학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경제가 무너지지 않았고, 체제는 계속 유지됐다”며 “서방 관측자들이 그렇게 조롱하던 북한 지도자는 집권한지 9년째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는 북한에게 비핵화를 강요할 지렛대가 없으며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과 푸틴은 김정은에게 상상의 목줄을 붙잡고 “앉아, 젠장, 앉아”라며 웃고 있는 형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만났을 때 북한에 대한 현명하고 효과적인 접근이 가능했었다고 지적했다. 이때 미국 측이 요구하는 수준의 신속한 비핵화는 할 수 없었겠지만 최소한 북핵의 위협을 축소하고 한반도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준은 만들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칼린 객원연구원의 주장이었다. 그는 그러나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북 정상이 만난 뒤 8개월 동안 그 기회는 줄어들었고, 지난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의 미북 대화 결과를 보면, 이제는 그 기회가 사라졌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칼린 객원연구원은 “거듭 말하지만 미국이 정체된 때에도 북한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면서 “미국의 국내정치적 문제로 인해 국제적으로 매우 어두운 시기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미국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만 집중하는 현재 워싱턴 상황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