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우리가 이겼으면 손흥민 다리 부러졌을 것"… FIFA 회장 "문제 제기"
  • ▲ 29년 만의 평양 원정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7일 오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 29년 만의 평양 원정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7일 오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북한 전문 강좌인 'NK 프리미엄 네트워크'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축구 남북 예선전 경기를 두고 "한국은 격분했지만, 여럿 목숨을 살린 경기였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16일 북한의 치밀하고 계획적인 수령 우상화 작업을 언급하며 "북한이 축구에서 졌더라면 최고존엄 얼굴에 똥칠을 하는 것"이라면서 "무승부 경기로 김정은, 북한 축구 관계자, 북한 선수들, 우리 대표단도 살았다. 한국이 경기에서 이겼더라면 손흥민 선수 다리 하나가 부러졌든지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9년 만에 '평양 원정'에 나선 우리 대표팀은 북한을 상대로 상당히 거친 경기를 펼쳐야 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굉장히 격하게 나왔다. 선수들이 '이게 축구인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강한 몸싸움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주장인 손흥민 선수는 귀국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팀이 너무 거칠게 나왔고, 심한 욕설을 하기도 했다"면서 "작전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누가 봐도 거친 플레이를 했고 예민하게 반응했기에 안 다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욕설이었는지)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서 "부상 없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펼쳐지는 내년 6월4일 남북대결에서는 좋은 기량으로 꼭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FIFA 회장 "南北 경기 실망스러워…지역 협회 통해 문제 제기"
  • ▲ 북한과 H조에 편성된 우리나라가 관중도 전혀 없었고, 생중계도 없이 진행된 경기에서 0대0 무승부까지 기록해 '희안한 3무(無)경기'로 평가받고 있다. ⓒ뉴시스
    ▲ 북한과 H조에 편성된 우리나라가 관중도 전혀 없었고, 생중계도 없이 진행된 경기에서 0대0 무승부까지 기록해 '희안한 3무(無)경기'로 평가받고 있다. ⓒ뉴시스
    남북한 간 경기는 당초 예상과 달리 관중도 전혀 없고, 생중계도 없이 진행된 경기에서 0대0 무승부까지 기록해 '희한한 3무(無)경기'로 평가받는다. 경기를 주관한 아시아축구협회(AFC)는 주최국가가 원정팀의 취재활동을 보장하도록 했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 기자단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아 '깜깜이' 경기가 돼버렸다.

    FIFA 측도 북한의 이 같은 태도에 실망스럽다는 견해를 밝혔다. FIFA 홈페이지에 공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이날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 경기를 관람하고 "역사적인 매치를 위해 꽉 찬 경기장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관중이 전혀 없어 실망했다. 또 경기 생중계, 비자 발급, 해외 언론의 접근권과 관련된 문제들도 놀라웠다"고 토로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우리에겐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당연히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한편으론 한 순간에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순진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역 협회에 해당 문제들을 제기했고, 축구가 북한과 세계 다른 나라들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대북정책 연계는 부적절…남북관계 연관짓지 말라"
  • ▲ 17일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는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 ⓒ뉴시스
    ▲ 17일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는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 ⓒ뉴시스
    통일부는 이 같은 북한의 태도에도 "이를 대북정책과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경기가 우리 측 응원단이나 중계 없이 치러진 데 대해서 정부로서도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경기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그 자체로, 기존 어떤 남북 합의에 의한 체육 교류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의 남북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관해서 말씀드리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적으로 스포츠를 엮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무관중·무중계 축구를 강행한 것은 '경색된 남북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YTN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과 일정 규모의 외화 수입 가능성도 무산시키면서 무관중·무중계 일정을 강행한 것은,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배신자로 규정한 남측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불편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YTN은 이어 "특히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등 첨단 군사력 증강을 빌미로 남북관계를 파탄 국면이라고 규정한 만큼 메시지의 일관성을 더 중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무관중·무중계 축구로 북한은 남북관계가 불편하다는 점을 선전하면서 남측과 말을 섞는 상황을 피했으나, 우려한 대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스포츠 행사에 정치적 계산법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난폭한 무법자 이미지 증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