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영장전담 판사… "낮은 평가 받던 사람이 '영장판사' 보직 받고 감읍" 평가
  • ▲ 웅동학원 채용비리 등 혐의를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 ⓒ뉴시스
    ▲ 웅동학원 채용비리 등 혐의를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 ⓒ뉴시스
    웅동학원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조국(54) 법무부장관 동생 조모(52)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관은 명재권(52·사법연구원 27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다.

    명 부장판사는 조씨에 대해 △주요 범죄(배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미 이뤄졌고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점 등을 들어 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조씨는 허위소송을 통해 조국 일가가 운영하던 사학재단 웅동학원의 재산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혐의(배임)를 받는다. 웅동중학교 교사 채용을 대가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도 있다. 또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자신에게 돈을 건넨 브로커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받는다. 

    12년간 검사로 일하다 2009년 판사로 전직

    조씨의 영장을 기각한 명 부장판사는 1967년 충남 서천 출신으로 서울대부설고등학교,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27기로 수료했다. 1998년 검사로 임용돼 약 12년간 검사로 생활하다 2009년 판사로 전직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임명됐다. 그가 영장전담 판사로 임명되면서 기존 3명이던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판사는 4명으로 늘어났다. 

    명 부장판사는 부임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사무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이어 지난 1월에는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인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그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도 명 부장판사다.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 발부 여부를 명 부장판사에게 맡긴 것에 대해 당시 법조계에서는 '방탄법원' 논란을 비껴가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착수한 이후 관련한 압수수색영장 등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하자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검사 출신인 데다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어 양 전 대법원장 등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는 명 부장판사에게 영장업무를 맡겼다는 말이었다.

    코링크PE 명목상 대표와 웰스씨앤티 대표 영장 잇달아 기각

    양 전 대법원장에게 과격한 모습을 보였던 명 부장판사는 최근 조국 수사와 관련해서는 온건한 모습이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달 11일 조국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의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명목상 대표 이상훈(40) 씨와 웰스씨앤티 대표 최태식(54) 씨의 구속영장을 잇달아 기각했다. 

    이씨는 조 장관의 부인과 자녀에게 10억5000만원을 투자받고도 74억여 원을 투자받기로 한 것으로 금융당국에 허위신고한 혐의를 받았다. 또 문제가 불거지자 관련 증거를 없애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최씨는 회삿돈 1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조국 수사와 관련해 현재까지 구속된 인물은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 씨와 조 장관의 동생 조씨에게 돈을 건넨 브로커 2명 등 총 3명이다. 조범동 씨의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의 다른 영장판사인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담당했다. 브로커 2명의 영장심사도 임 부장판사와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했다.  

    "영장판사 보직 주니 황송해하면서 법원장 의향 반영"

    명 부장판사는 조국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대검찰청 한동훈(46·27기) 반부패강력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한 차장검사도 명 부장판사와 같은 해인 199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7기로 연수원을 수료했다. 한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실 등을 거쳐 2017년부터 서울중앙지검에서 제3차장검사로 재직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이어 최근 검찰 인사에서 대검찰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낸 이충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명 부장판사에 대해 "검사를 11년 하면서 하루도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하지 못할 정도로 낮은 평가를 받은 사람인데, 판사로 된 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그에게 영장전담 부장판사 보직을 주니까 황송해 하면서 법원장의 의향을 영장재판에 반영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법관 중에 명재권 같은 사람은 예외적이니까 검찰은 꼭 영장 재청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검찰, 조국 동생 영장 재청구하라"… 전 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의 조언(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