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앞두고 대일 발언수위 조절… "감정적 대응 안 돼… 긴 호흡으로 근본대책 내야"
  •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최근 한일관계의 경색국면과 관련 "적대적 민족주의를 반대하고 인류애에 기초한 평등과 평화공존의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 없는 우리의 정신"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선조들은 100년 전 피 흘리며 독립을 외치는 순간에도 모든 인류는 평등하며 세계는 하나의 시민이라는 사해동포주의를 주창하고 실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옛 선조들의 정신을 언급하면서 '적대적 민족주의'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은, 현재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주요 서점의 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는 현상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일 종족주의'에 대해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 저자들은 "친일은 악(惡)이고 반일은 선(善)이며 이웃나라 중 일본만 악의 종족으로 감각하는 종족주의"라고 설명한다. 책은 일제 식민지배 기간에 강제동원, 식량 수탈, 위안부 성노예화 등 반인권적인 만행이 없었다는 내용이 담겨 한국인에게 내재된 반일감정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일본 정부가 각의에서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릴 당시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다. 승리의 역사를 국민과 함께 또 한 번 만들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런 문 대통령이 일본의 조치가 본격화하자 불매운동 등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현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과 외교적 협상 가능성을 내다본 문 대통령이 발언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 서점에 진열된 반일 종족주의 책. ⓒ뉴데일리 DB
    ▲ 서점에 진열된 반일 종족주의 책. ⓒ뉴데일리 DB

    "日 경제보복, 과거사에서 비롯… 미래 밝아질 수도"

    문 대통령은 "사흘 후면 광복절이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의미가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며 "과거 일본제국주의로부터 큰 고통을 받았던 우리로서는 현재 벌어지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매우 엄중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제보복은 그 자체로도 부당할 뿐 아니라 그 시작이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며 "광복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한층 결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께서 보여주신 성숙한 시민의식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경제보복을 결연하게 반대하면서도 양국 국민 간의 우호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연하고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양국 국민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토대로 민주·인권의 가치로 소통하고 인류애와 평화로 우의를 다진다면 한일관계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부족함을 꼼꼼하게 살피면서도 우리 국민·기업의 역량을 믿고 자신 있게 임하겠다"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고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경제강국이 아니다"라며 "인류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며 사람을 중시하는 평화협력의 세계 공동체를 추구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하면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며 "대한민국은 경제력뿐 아니라 인권·평화 같은 가치의 면에서도 모범이 되는 나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