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도 조사했다"면서 조사 결과 비공개… 독립운동가 선정위 위원기준도 공개 안해
  • ▲ 9일 오후 독립문앞 독립공원에서 열린 서울무궁화축제에서 독립운동가 13인을 소개하는 배너깃발. ⓒ박성원기자
    ▲ 9일 오후 독립문앞 독립공원에서 열린 서울무궁화축제에서 독립운동가 13인을 소개하는 배너깃발. ⓒ박성원기자
    서울시와 경기도교육청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행사가 편향된 역사 의식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사장에 고려공산당 출신의 독립운동가는 전시되는  반면,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승만 전 대통령은 빠져 있는 식이다. ‘임정 100주년’을 기념한다고 해놓고 특정 설문조사에서 임정 이전인 1894년의 동학농민운동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고려공산당 출신 이동휘는 있고 이승만은 없고… '황당한' 서울시 '무궁화축제'

    9일 서울시와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는 8~15일까지 8일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독립문공원 내에서 ‘서울무궁화 축제’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것으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공원 내 광장에 마련된 전시 프로그램인 <기억할 역사, 새로운 탄생> 특별전은 ‘영웅들의 무궁화 노래’라는 주제의 1관과 ‘독립운동가와 무궁화길’이라는 테마의 2관으로 이뤄진다.

    1관에는 안중근·윤봉길 등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기린 대형 기념탑을 전시했고, 2관에는 국가보훈처가 선정한 ‘이달의 독립운동가 13인’의 행적을 담은 푯말로 꾸며졌다.

    문제는 행사장 입구와 2관(무궁화길)에 전시된 ‘이달의 독립운동가 13인’의 선정에서 ‘편향된’ 역사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 ▲ 서울무궁화축제에서 독립운동가 13인과 무궁화 길을 소개하는 현수막. ⓒ박성원기자
    ▲ 서울무궁화축제에서 독립운동가 13인과 무궁화 길을 소개하는 현수막. ⓒ박성원기자
    이날 기자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배너깃발 형태로 내걸린 행사장 입구와 푯말 형태로 2관에 전시된 ‘이달의 독립운동가 13인’에는 고려공산당 출신 이동휘는 있었지만,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동휘는 1913년 북간도지방에서 고려공산당을 조직해 활동하는 등 좌익 인물로 분류된다. 192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총리를 지냈다. 소련에서 제공받은 임시정부 독립자금을 자신이 만든 고려공산당 자금으로 빼돌리기도 했다. 1935년 시베리아에서 병사했다. 1995년에는 임시정부에 참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다.

    행사장에 전시되는 독립운동가 선정 배경에 대해 서울시는 “보훈처가 선정한 기준을 따랐다”고 했다. ‘이동휘가 들어가고 이승만이 빠진 선정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국가보훈처는 “기존엔 보훈처·광복회·독립기념관에서 선정했지만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인지도 조사를 벌여 선정했다”고 했다.

    "인지도 조사 했다"면서 조사 결과는 공개 안해

    그러나 보훈처는 국민을 상대로 한 온라인 인지도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을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선 “근현대사를 전공한 교수들”이라며 “나머지는 해당부서에 문의한 뒤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이후 수차례 문의에도 “해당부서에 문의한 상태”라고만 말하고 답을 주지 않았다.

    행사장을 둘러보는 시민들은 보훈처의 선정기준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송파구에서 온 백 모씨(54)는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행사에 임정 초대 대통령이 전시되지 않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했고, 서대문구에 사는 박모(46.여)씨는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리는 행사인만큼 정치적 이념 없이 행사가 치러졌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22명의 시민들 중 고려공산당 출신 독립운동가 이동휘를 아느냐는 질문에 단 1명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아는 시민은 22명이었다.

  • ▲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제된 대한민국을 변화시킨 역사적 사건에 포함된 동학농민운동. ⓒ박성원 기자
    ▲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제된 대한민국을 변화시킨 역사적 사건에 포함된 동학농민운동. ⓒ박성원 기자
    경기도교육청, 한 쪽으로 ‘편향’된 역사 교육 캠페인

    경기도교육청이 진행하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캠페인도 편향된 역사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홈페이지에서 임정 수립 100주년 기념 이벤트 ‘대한민국을 변화시킨 역사적 사건 2개 선택하기’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도교육청은 해당 이벤트의 선택지로 ▲동학농민운동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 ▲촛불 민주주의 등 6개를 뽑았다.

    선정 기준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기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홈페이지의 ‘민주공화국’ 항목에 제시된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의 설명에 의구심이 든다. 임시정부가 수립된 건 1919년인데,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이 선택지에 왜 포함됐냐 하는 의문이다. 게다가 동학운동은 도교육청 관계자가 설명한 민주공화국 항목에도 없는 사례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동학농민운동은 민족의 저력이나 함의를 따져봤을 때 포함시켜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도교육청의 100주년 특별위원회 사업 중에는 동학도 포함돼 있어 이번 이벤트에 참여시켰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시민과 전문가들은 "명확한 선정기준 없이 ‘입맛대로’ 선정한 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시민은 “임정 1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인데 동학이 들어가고, 아직 역사적 평가도 받지 못한 ‘촛불집회’가 포함된 것은 좌파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며 “5.16 같은 근현대사를 바꾼 사건을 뺀 것도 특정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0년, 30년 편향된 역사 교육을 받다보면 편향되게 역사를 바라보게 된다”며 “이런 것을 보면 역사전쟁이 굉장히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