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희·권성동 등 취업청탁 재판서 무죄… 김성태 사건은 '취업=뇌물' 여부가 중요
  • ▲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7월 22일 KT에 자신의 딸을 채용해달라고 청탁한 혐의(뇌물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종현 기자
    ▲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7월 22일 KT에 자신의 딸을 채용해달라고 청탁한 혐의(뇌물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종현 기자
    정치인·공직자의 취업청탁 의혹이 연일 논란이다. 최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녀 KT 채용청탁’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지면서다. 김 의원은 검찰의 기소가 무리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검찰·법원 등 법조계는 김 의원과 비슷한 취업청탁사건에서 유·무죄 판단을 어떻게 했을까. 취업청탁사건부터 김 의원 사건 쟁점까지 법조계 의견을 들어봤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의원은 7월22일 KT에 자신의 딸을 채용해 달라고 청탁한 혐의(뇌물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의원 딸이 제공받은 '취업기회'를 일종의 뇌물로 봤다. 김 의원은 이날 무리한 법리 적용, 정치적 의도 등을 주장하며 부정채용 의혹을 부인했다.

    취업청탁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사건마다 다르다. 현행법상 '취업청탁'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그러나 업무방해(형법314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형법123조), 뇌물(형법129조), 제3자뇌물(형법130조) 등 취업청탁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

    그동안 사법부는 취업청탁사건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을까.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6월24일 강원랜드에 의원실 인턴·비서관 등을 채용하게 한 혐의(업무방해·제3자뇌물수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청탁 사실이 있었어도 강원랜드 관계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는지 보기 어렵고,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에게 비서관을 채용 청탁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였다.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의 취업청탁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5월10일 대법원 상고심(2019도2334)에서 무죄로 인정됐다. 대법원은 "(채용 권한이 있는) 의료재단 대표의 의사결정을 신 전 구청장이 왜곡해서 채용을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그가 강남구청 격려금 등 9300여 만원을 유용한 혐의(업무상횡령 등)는 유죄로 인정, 징역 2년6개월을 확정했다.

    檢 수사 의지가 중요

    법조계는 업무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은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취업청탁 재판에서 중요한 건 '검찰의 수사 의지'라는 의견도 있다.

    판사 출신의 모 변호사는 "요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많이 기소되는데, 이는 적용하기 애매한 경우가 있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취업청탁사건에서 무죄 판단이 자주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검찰의 수사 의지가 유·무죄를 가른다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박주현 변호사(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청년위원장)는 "사실 취업청탁 등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피고인의) 유죄를 밝히기 위해 (검찰이) 증거를 얼마나 채증하느냐의 문제"라며 "검찰의 수사 의지, 수사 상황, 수사를 통한 채증이 결정적으로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우리 사법부는 뇌물에 대해 '금전·물품· 기타 재산적 이익 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총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 ⓒ정상윤 기자
    ▲ 우리 사법부는 뇌물에 대해 '금전·물품· 기타 재산적 이익 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총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 ⓒ정상윤 기자
    20년 이상 검사생활을 한 법조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익명을 요청한 검사·관료 출신 A변호사는 "형법은 (헌법이 정한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직접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취업청탁 등 유죄를 매우 협소하게 적용하는 게 원칙"이라며 "이 때문에 그간 취업청탁 관련한 사건 중 재판 결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무죄를 받았었다"고 전했다.

    '뇌물 혐의' 김성태 사건, 쟁점은

    그렇다면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의원 사건의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 김 의원의 취업청탁사건의 법적 쟁점은 취업기회도 뇌물로 볼 수 있는지, 뇌물이 아닌 '제3자뇌물'을 적용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이석채 KT 회장이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 등이라고 법조계는 입을 모은다.

    A변호사는 "금품을 받지 않아도 취업기회나 무형의 이익을 줬으면 뇌물죄로 기소할 수 있다"면서도 "(김성태 의원에게 적용된) 뇌물죄는 공직자한테만 적용되는데, 그렇다고 이번 건에 대해서도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구충서 변호사는 "취업청탁을 해서 재판에 넘겨졌을때 죄명이 뭐였는지에 따라 (법리적) 판단기준이 다를 수는 있다"고 전제하고 "취업청탁을 한 경우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보통 기소되고,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면서 "보통 김성태 의원 경우 같으면 업무방해나 직권남용 등을 적용해 기소하는데, 뇌물로 (기소)했다는 것은 업무방해·직권남용으로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이어 "김성태 의원의 경우, 딸의 KT 채용 대가가 이석채 KT 회장을 2012년 국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안 해주는 것이라고 돼 있는데, 문제는 이석채 회장을 증인채택 안한 게 김 의원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가 여부"라고 부연했다.

    제3자 뇌물공여가 정확

    김 의원에게 뇌물죄가 아닌 제3자뇌물죄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제3자뇌물죄(형법130조)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준 경우'에 해당된다.

    김기수 법률사무소 이세 변호사는 "취업할 기회를 줬다는 것도 결국 그 사람이 향후 받게 될 월급 등을 감안하면 경제적 이익을 준 거라서 뇌물죄로 기소 가능하고, 정확히 말하면 제3자 뇌물공여일 것"이라며 "이때 취업을 '부탁'하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 부탁받는 사람과의 관계 등에 따라 압력 행사인지 그저 부탁인지 따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의원의 경우 피감기관 등 관련된 분야가 넓다"면서 "(직무관련성 포함 범위 등은) 사안마다 다 다른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의 경우 사회적 지위, 청탁받는 사람과의 관계 등을 주로 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2002도3539) 등에 따르면, 뇌물은 '금전·물품, 기타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총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 '사업 참여의 기회를 얻는 것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우리 사법부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