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한일관계' 토론회…“일본과 합의해 맺은 협정은 지켜야" 한 목소리
  •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제일빌딩에서 열린 '한일 관계 악화,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박인환 전(前)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지원위원회 위원장이 '일제 강제동원 재판과 한일갈등 문제의 해결방안'이란 주제로 발제를 하고있다. 토론자들은 이날 우리 정부에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제일빌딩에서 열린 '한일 관계 악화,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박인환 전(前)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지원위원회 위원장이 '일제 강제동원 재판과 한일갈등 문제의 해결방안'이란 주제로 발제를 하고있다. 토론자들은 이날 우리 정부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악화된 한일관계를 푸는 해법"이라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권영수 기자

    최근 악화일로를 걷는 한일관계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일감정을 조장하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한일관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제일빌딩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토론회 ‘한일관계 악화, 해법은 무엇인가’에서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감정적 대응은 한일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국익을 위한 현실적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죽창가’와 ‘친일·매국노’ 등 연일 반일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 행태는 악화한 한일관계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 연구원을 비롯해 박인환 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지원위원회 위원장,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헌법학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등 ‘일본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양국이 맺은 국제 협정 ‘한일기본조약’ 준수해야”

    이들은 토론회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국제법상 일본과 합의하에 맺은 협정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김상겸 교수는 1965년에 맺은 한일 구상권협정인 '한일기본조약'의 법적 정당성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 협정에 대해 한국이 식민지 시대 이후 스스로의 의지로 맺은 조약인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법상 국가 간에 맺은 협정은 한쪽이 뒤집는다고 하더라도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우리 스스로 체결한 협정을 부인하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 상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일 과거사 전문가인 박인환 전 위원장은 1960년대 황폐화한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 한일협정을 맺어 일본으로부터 차관을 받아야만 했던 사회적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은 “우리가 한일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은 경부고속도로·포항제철·한국전력공사·외환은행 등 국가기간산업을 육성하는데 들어갔다”면서 “협정을 체결했던 주체는 우리나라였다”고 강조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유상 3억 달러, 무상 2억 달러 등 총 5억 달러의 차관을 일본으로부터 받는 대신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소멸시켰다.

    “일본에 화이트리스트 제외 철회 명분 줘야”

    국제 통상·경제분야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제제재에 따른 한국경제 위기를 경고하며 일본과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교 교수는 일본의 백색국가(수출심사우대국가·화이트리스트) 지정 철회 검토의 경제적 심각성을 언급하며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지정 파기를 막지 못하면 피해규모가 막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반도체 핵심 부품 세 개에만 압박을 가했는데도 1000억 달러가 넘는 한국의 반도체 시장이 흔들리는데, 백색국가 지정 철회로 1115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가 결정되면 피해규모는 예측조차 할 수 없다”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교수는 이어 “일본이 이런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는데 ‘화이트리스트’ 제외 철회 요청을 그냥 들어주겠느냐”며 “정치적 이유에서 나온 분쟁인 만큼 우리가 줄 것은 줘야 일본이 정치적으로 ‘화이트리스트’를 조정하는 국무회의 연기 결정이라도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아베 총리가 최근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의 승리로 향후 정치적 행보에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내다보며, 이러한 경제제재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경엽 선임연구원도 아베가 지난 6년간 경제보복을 준비한 만큼 한국의 효과적인 외교적 대처 없이는 경제제재가 장기화할 것으로 봤다.

    “일본 경제제재 장기화… 文, 이순신 아니라 원균”

    조 연구원은 “아베의 목표는 한국이 선점한 반도체 시장 자체를 무너뜨리고 그 빈자리에 도시바 같은 일본기업을 채우는 것”이라면서 “지난해에 141조원 규모의 반도체를 생산한 한국의 경제생태계가 일본의 수출규제로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지나친 ‘낙관론’을 비판했다. 그는 “경제적 이유만 놓고 봤을 때 미국이 한일 무역분쟁에 관여할 가능성도 작다”며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로 미국의 애플이나 HP 같은 업체는 피해를 받을 수 있지만, 미국의 마이크론·WDC·인텔 등의 반도체 생산 경쟁업체들에는 큰 이득이 돌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싸워서 더욱 큰 피해를 입는 쪽은 한국”이라며 “최신 무기를 갖고 싸우는 일본에 죽창을 들고 싸우는 것은 이순신 장군의 전술이 아니라 무모하게 단거리 근접전투만 고집하다 실패한 원균의 전술”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