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직장 괴롭힘 1호' 신고한 아나운서 7명 비난… "어이없다" 각계 비판 쏟아져
  • ▲ 손정은 MBC 아나운서. ⓒ뉴시스
    ▲ 손정은 MBC 아나운서. ⓒ뉴시스
    최근 MBC를 '직장 내 괴롭힘 1호 사업장'으로 신고한 7명의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비판한 손정은(40) MBC 아나운서에 대해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노동운동가'로도 잘 알려진 박훈(53) 변호사는 "손정은에게서 권력을 잡은 치졸한 공범자의 자백을 봤다"며 두 차례나 그를 꾸짖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미디어비평 시민단체인 미디어연대는 "손정은 아나운서는 그 자신이 부산MBC 계약직 출신인데,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느냐"고 손 아나운서의 이율배반적 사고를 문제 삼았다. MBC노동조합(위원장 허무호·이하 MBC노조) 역시 "MBC 메인 뉴스 앵커까지 역임했던 사람이 비뚤어진 우월감과 이기심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손 아나운서의 태도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나약한 '부역자'들만 응징… 이게 정의인가?"

    지난 17~18일 박 변호사는 손 아나운서가 얼마 전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겨냥해 '자신들이 파업 대체인력에 불과했다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취지의 글을 남긴 것을 두고 "'부역자'들은 부당해고를 당해도 싸다는 이 저렴한 논리가 MBC 내부에서 드디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고 개탄했다.

    이어 "전쟁터 뒤의 수습에서 '배신자'는 단호히 척결하지 못하고, 나약한 '부역자'들만 가혹하게 응징했던 이 더러운 한국 역사의 전통은, 해고자 출신 최승호가 MBC 사장이 됐어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연이틀 손 아나운서의 '부역자 보복론'을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자신이 올린 글에 'MBC 현 사장이 1년 계약직으로 채용된 인력에게 계속 고용의 특혜를 줘야할 이유를 못찾겠다'는 댓글이 올라오자, "이는 MBC가 아나운서들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기존의 모든 채용 절차를 다 치르고 '별일 없으면' 정규직이 된다고 하면서 계약직으로 채용한 사건"이라며 "지금 집행부가 전임 집행부의 '별일 없으면'이라는 통제수단을 빌미로 내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아나 글에서 비뚤어진 우월감과 이기심 보여"

    MBC노조도 손 아나운서에 대해 쓴소리를 가했다. 18일 오후 '손정은 씨, 당신도 계약직 아나운서였다'는 제하의 글을 '공감터 54호'에 실은 MBC노조는 "(2016년 3월경) 본인이 사회공헌실로 발령 난 것은 아직도 울분과 눈물이 쏟아져 나올 만큼 억울한 일이라는 손정은 씨가 MBC에 입사했다 일자리를 잃게 된 후배 아나운서들의 처지에는 안쓰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감정의 이중성'을 드러낸 것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손정은 씨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복직 호소를 동정하지 않는 이유로 이들이 파업 때 '대체인력' 역할을 했다는 것을 들며 '다가올 1심 판결을 기다려보자. 만약 법이 너희의 편이라면, 그때는 아나운서국 선후배로 더 많이 대화하고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는데, 이게 무슨 뜻인가? 1심 판결로 정규직이 되면 그때는 동등한 인격적 가치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MBC노조는 "나는 정규직이니 우대를 받아야 하고, 당신들은 계약직이니 부당해고를 당해도 된다는 것인가?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승소해 정규직이 되면 인격을 존중하고, 패소하면 함부로 짓밟아도 된다는 것인가? MBC 안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추악한 차별의식이 또 한 번 노출되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 "손정은 씨 같은 회사 내 중견 직원들이 이를 고치기는커녕 저열한 인권 의식을 답습하는 것 같아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한 MBC노조는 "손정은 씨도 처음부터 정규직 아나운서는 아니었다. 2004년 부산MBC에 계약직 아나운서로 입사해 일하다 2006년 서울MBC 정규직 아나운서 공개채용에 합격했다"면서 "부산에서 계약직으로 일할 때나 서울에서 정규직으로 일할 때의 손정은 씨가 다른 인격체가 아니라면, 모두가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무시하고 박해해도 손정은 씨는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MBC노조는 "6.25 때 인민군이 서울대병원을 점령하자 사회주의자인 의사와 간호사들이 안내해 국군 부상병과 가족들을 학살한 뒤 병원 앞에 시체를 쌓아놓고 둘러싸 춤을 췄다는 비극적인 기록과, 손정은 씨의 살기어린 글이 겹쳐 보여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며 "선의로 가득 찬 많은 주장과 이념들도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으면 공허한 선동에 불과하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누가 누구를 심판하는가?"

    미디어연대(공동대표 이석우·조맹기·황우섭)는 18일 '공영방송 MBC의 경영· 시청률 추락에 이은 도덕적 추락'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 MBC가 경영 추락에 이어 도덕적·법적 추락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며 "2016년과 2017년 입사한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두 달 가까이 업무에서 배제돼 있는 것과, 이들을 비난하는 글을 손정은 아나운서가 SNS에 올려 사내외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 역시 지극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연대는 "MBC 측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업무 배정과 공간을 주지 않은 데 대해 법적으로 다투고 있는 상황이고 기존 아나운서 자원이 넘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해고 자체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판결이 이미 나온 상태"라며 "최종심까지는 당연히 원상복구돼야 하고 차별대우는 법 정신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손 아나운서는 '2017년 MBC 파업 때 이들 계약직 아나운서가 동참하지 않았고, 당시 제작거부의 힘들이 모여 MBC는 바뀔 수 있었다'고 말했는데, 파업 동참 여부를 누가 강요할 수 있으며, 그 정당성을 어느 누가 정의내린다는 말이냐"며 "더구나 손정은 아나운서는 그 자신이 부산MBC 계약직 출신이다. 현 시점에서 굳이 말하자면 MBC의 현 체제는 모든 정당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